[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최민식이 '카지노'로 2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외산 OTT 플랫폼인 디즈니+와 협업하며 처음으로 시즌제 드라마의 긴 호흡과 해외 각국의 한류팬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최민식은 2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카지노' 종영 기념 인터뷰를 통해 팬데믹과 겹쳤던 촬영 과정과 긴 여정을 마친 소감을 말했다. 긴 호흡의 작품이 그리워 돌아온 곳에서, 어느 때보다도 고생했지만 결과는 어느 때보다도 뿌듯하고 보람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디즈니+ '카지노'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3.03.24 jyyang@newspim.com |
"'카지노'를 작업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석구도, 동휘도 적극적으로 캐릭터 만드는데 참여했어요. 이야기가 방대하기 때문에 차무식은 이런 사람이야, 하고 틀에 몰아넣고 변화의 가능성을 닫아두면 큰일나는 작품이었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저마다 생각하는 시퀀스와 자기 캐릭터가 있는데 다 무시할 수는 없거든요. 어떻게든지 서로 만나서 시너지를 내고 원하는 시퀀스를 만들기 위해 모든 걸 열어두고 임했어요. 그럼 원래 대본보다도 더 좋은 것들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강윤성 감독을 비롯해 손석구는 물론이고 이동휘, 허성태 등 주요 배우들은 물론이고 '카지노'의 식구들은 최민식에게 깊이 의지했음을 강조했다. 최민식 역시도 그들이 없었다면 '카지노'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특히 후배 연기자들과 함께 연기하며 서로 배우는 과정도 있었다.
"손석구, 이동휘 둘이 고시공부하는 줄 알았어요. 너네 대본 그만봐 할 정도로 열심히 준비하고 연구해온 게 굉장히 좋은 화학작용을 일으켰죠. 강 감독에게도 고마웠고요. 늘 열린 마음으로 서로 같이 토론하고 현장에서도 바로 반영을 해줬죠. 선배랍시고 뭘 나서서 할 일이 없었어요. 저는 인상만 쓰지말자, 했어요. 다들 밥그릇을 알아서 잘 챙기는 친구들이고 배우라는 직업 개념이 확실했어요. 특히 저랑 동갑인 배우가 김홍파, 이혜영, 최홍일까지 넷이었는데 참 좋았어요. 이혜영씨는 1999년에 연극 같이 하고 20년 만에 대사를 하는데 감동스러웠죠. 혜영씨 너무 좋다 하니까 '민식씨 나도 좋아' 그래요. 같이 밥먹는데 정말 뭉클함이 있었고, 다음에 우리 멜로하자 할 정도였어요. 하하."
최민식은 후배들과 함께했던 신을 떠올리며 특히나 현장에서 나온 애드립이 찰떡처럼 맞아 들어갔던 때의 쾌감을 언급했다. 극중 차무식(최민식)이 감싸는 양정팔(이동휘)과 차무식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는 서태석(허성태)과 연기한 장면들을 생각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디즈니+ '카지노'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3.03.24 jyyang@newspim.com |
"허성태랑 저랑 큰 격투신이 많았어요. 근데 이미 많이 봤잖아요. 배나온 차무식이 원펀치 해봤자, 차라리 갈등구조에 더 집중하자 했어요. 서태석이 왜 사사건건 대드느냐, 그건 자리싸움이에요. 인정받고 싶은 욕구죠. 차무식이 버티고 있는 거예요. 서태석이 '난 니가 그냥 싫어' 이 대사를 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민회장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뒷받침되는 이유가 딱 됐어요. 정팔이를 혼낼 때도 즉석에서 강감독한테 얘 좀 때려야겠다 했어요. 형으로서 애정하는 강도가 세게 여기서 좀 세게 보여야 할 것 같았거든요. 막 혼내고 잔소리하고 나가니까 동휘가 뭔가 자존심 상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래 바로 이거지. 뭔가 뒷 부분과 약간의 동기부여가 되고. 양상수한테 들러붙는 후반 스토리와도 찰싹 붙는 거예요. 그런게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카지노'가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한 차무식의 굴곡진 인생을 담아온 만큼 결말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최민식은 우스갯소리로 혼자 생각해본 나름대로의 결말을 취재진에게만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강윤성 감독과 수차례 얘기해온 결말이 차무식에게 퍽 어울리는 마지막임을 인정했다.
"결말은 현장에서 바뀌지 않았어요. 그 전부터 얘기했죠. 차무식이 살면 또 찍어야 돼요. 하하. 강 감독 나 좀 죽여줘 하고 농담할 정도로요. 극 초반에 '권무십일홍 아세요?' '화무십일홍이야 인마' 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런 암시가 조금은 마지막에서 살아났죠. 꽃이 떨어지듯이 그게 바람에 떨어지든 자기 꽃망울을 주체하지 못해 가지에서 떨어져나가든 꽃봉우리가 떨어지듯이. 갑자기 느닷없이 차무식도 가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했어요. 장르적 특성으로 머리에 안맞고 다른 데 맞았으면 나중에 좀비처럼 살아남아서 그럴 수는 있죠. 그것도 너무 기시감이 들잖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디즈니+ '카지노'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3.03.24 jyyang@newspim.com |
어쨌든 최민식은 '카지노'를 통해 긴 드라마 분량을 찍어내며 몸 고생, 그 기간 내내 촉각을 곤두세우고 맞게 가기 위해 복기하고 촬영에 임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영어로 대사도 해야했고 섭씨 44도의 살인 더위 속에서도 열연을 했다. 항간에서는 그의 필모그래피가 '명량' 이후에 조금은 노선이 달라졌다고 감지를 해내기도 한다.
"영어가 너무 닭살이 돋아서 다시는 안한다고 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필리핀에서 사업하는 놈인데 숨을 데도 없었죠. 극중 존이랑 조이라는 친구가 제 영어를 감수하고 가르쳐줬어요. 일단 외워지질 않아요. 원래 쓰던 말이 아니니까. 그나마 콩글리시를 해도 설득력이 있는 역이라 다행이었죠. 작품은 사실 제가 끌리는 대로 선택하는 건데,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나 뱃살 뺄게 우리 멜로하자' 그래요. 하하. 이제 죽이고 이런 게 지겨워요. 혼돈스럽고 뭐가 진짜 옳은 건지 모르는 세상에 살면서 힘든데 좀 보듬어주고 포옹해주는, 서로 정을 나누는 영화를 하고 싶어져요. 진짜 머리로는 계산이 안나오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뻔한 이야기임에도 왠지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었죠. 최민식이 60대에도 멜로하고 싶어한다고 소문 좀 내주세요."
영화만 오래도록 하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드라마 현장이 벅차고 고생그럽기는 했지만, 새로이 느낀 점도 많다고 했다. 최민식은 여전히 '극장이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OTT 플랫폼과 극장의 장점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얘기했다. OTT 제작환경이 영화와 거의 흡사하지만, 영화적 경험을 모두 전달하기엔 극장이 제격이란 의미다.
"사전제작의 분량을 감당하기 벅찼던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긴 호흡에 대한 그리움은 분명히 있었어요. 충분히 해소를 했고, 스태프들은 다 영화 쪽 사람들이라 전혀 이질감이 없었죠. 플랫폼이 OTT다 뿐이지. 극장이 살아야 한단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나름대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어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더군요. 덕분에 우리 좋은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도 받고 시간차가 있는 영화와 달리 이건 동시에 전파되니까 우리의 우수한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단 장점을 느꼈죠. 그럼에도 극장은 살아나야 해요. '카지노'를 극장에서 보니까 또 달랐거든요. 그 많은 사람들과 집중해서 본다는 그 경험이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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