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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이 시끄럽다…행동주의·국민연금·소액주주 '3각 충돌'

기사입력 : 2023년03월24일 08:28

최종수정 : 2023년03월24일 08:28

KT&G 주총 두고 국내외 의결권자문사 의견 갈려
3월 주총 주주제안 안건 채택 25건...전년비 2배↑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했다. 올해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과 국민연금, 소액주주 등이 팔 걷고 나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면서 여느 때보다 뜨겁다. 3월 정기 주총을 여는 상장사 중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채택한 기업은 25개로 지난해 10개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갈리면서 주총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8일 개최되는 KT&G 주총이 최대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복수의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을 했고, KT&G 측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찬·반 의견도 엇갈린 때문이다.

KT&G 주총에는 FCP(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와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안한 사외이사 증원,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배당금 상향 등의 주주제안 안건들이 대거 상정됐다. 다만 안다자산운용이 주주제안한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은 법원 판결로 주총 안건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KT&G는 이들 안건이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정도로 과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주총일이 가까워지면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주주 행동주의가 제안한 안건에 모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세계 2위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 KT&G 경영진 측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 외국계 패시브 펀드는 이들 자문사의 의견을 참고한다.

오는 30일 JB금융지주 주총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가 내놓은 주주제안을 두고 표대이 벌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JB금융지주 1대 주주인 삼양사와 2대 주주인 얼라인의 지분율이 각 14.61%, 14.04%으로 큰 차이가 없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3대 주주인 OK저축은행(10.2%), 국민연금(8.21%), 캐피털그룹(5.11%) 등의 표심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상장사협의회와 ISS, 글래스루이스 측이 얼라인이 제안한 결산배당(주당 900원), 김기석 후보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의 안건에 모두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황이다.

KT는 정치권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의 '외풍'에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국민연금이 수차례 소유분산기업(주인없는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의지를 밝히면서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KT 지분구조는 국민연금 10.35%, 현대차그룹 7.79%, 신한은행 5.58% 등이다.  

윤경림 차기 KT 대표이사(CEO) 후보자는 전날 KT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윤 후보자는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더 버티면 KT가 망가질 것 같다"며 그같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후보로 공식 내정된 지 보름만이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정 전후로 나온 여권을 중심으로 한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소액주주들이 연대를 형성해 적극적으로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사례들도 생겨났다. 사내이사 추천 등 주주제안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소액주주의 반란'이라고도 평한다. 헬릭스미스, 휴마시스, 한국알콜, 광주신세계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서 나타났다. 대부분이 기업 측의 승리로 귀결됐지만 회사 측과 힘겨루기를 하는 등 이전과 비교해 상당한 권익 향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갈수록 열기가 더해가는 주총 분위기를 두고 지나친 기업 경영간섭, 성장잠재력 훼손 등의 우려가 나오는 한편 개별 기업의 운영 효율성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의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주식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한 단계 레벨업하는 데 걸림돌은 투자대상 기업의 지배구조에 있다"며 "MSCI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업 지배구조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과 주주들의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라며 "주주 행동주의와 개별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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