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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진아, 그거 아니? 1년만 버티면 학폭전담경찰 바뀌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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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학교폭력(학폭) 피해자의 복수극을 그린 넷플릭스 화제작 '더글로리' 파트2가 10일 공개됐다.

드라마 속 경찰과 교육 당국은 권력형 학폭 무마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주인공 문동은은 학폭이 시작된 초반 경찰과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만 소용없다. 경찰은 가해자 측 청탁을 받아 사건을 덮고 담임교사는 도리어 동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된다. 학폭이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로 뿌리내린지 오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당국을 가볍게 비웃는 듯 하다.

드라마 인기에 맞물려 공교롭게 최근 정치권도 학폭 문제로 시끄럽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태를 둘러싼 난타전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학폭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모양새다. 여론을 의식한듯 경찰도 발 벗고 나섰다. 새학기를 맞아 전국 각지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학폭 예방·근절 캠페인이 한창 전개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SPO 제도가 도입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청소년 10명 중 4명은 SPO 기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언론 보도가 최근 있었다. 한 경찰관과 이를 두고 대화하던 중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전담경찰관이요? 제대로 작동할리가요. 이름 그대로 무언가를 '전담' 하려면 담당자 근속 기간이 우선 길어야하지 않겠어요? 본인이 맡은 사건을 지속 모니터링하면서 가해 학생을 꾸준히 감시하고 재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죠."

설마하는 표정 짓는 기자를 보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SPO는 다들 기피하는 직무예요. 상상만 해도 벌써 피곤하잖아요. 학교와 학부모, 학생 사이에 끼여서 까다롭고 귀찮은 일만 많이 생기거든요.

학생들이 SPO가 당최 무엇인지 모르듯 경찰들도 SPO를 맡기 싫어한다는 얘기다. 해당 부서의 근속기간이 길지 않은 탓에 직원간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귀띔했다.

실제 SPO 운영현황 자료를 살펴봤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SPO 961명 중 근속 기간이 1년이 채 안 되는 경찰은 365명. 경찰 3명 중 1명 꼴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각 3년 단위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해당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하는 이들 비중은 30%가 채 안 된다.

학폭은 매년 꾸준히 늘고있다. 최근 3년간 학폭심의위원회 관련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교육 체제로 전환되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대면 수업이 재개되자 학폭 신고건수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세태를 담당 실무자 입장에서 보자면, 업무는 끝없이 늘어나는데 담당자들이 자주 바뀌어 업무 연속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SPO 1인 업무 할당량은 매년 늘고있는 실정이다. 경찰 한명이 담당하는 학생·학교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었다. 경찰 1인이 담당하는 몫은 학생 5260명, 학교 11.1개교였지만, 올해 2월 기준 학생 5543명, 학교 12.9개교로 늘었다. 

최근 3년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심의한 학폭 신고건수도 증가하는 추세인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SPO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지 오래지만, 정원 충족률은 매년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지난해 95%였던 정원 충족률은 심지어 올해 94%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SPO 필요정원은 1022명이지만, 현원은 951명에 그쳤다. 최근 5년 사이 SPO 현원이 1000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만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탓에 해당 직무에서 버티는 게 쉽지 않다고 현직 경찰들은 호소한다. 가뜩이나 SPO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게 달가울 리 없다. 또 다른 고위 경찰관에게 관련 분위기를 물었더니 그는 안타깝다는 얼굴로 "SPO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엔 너도나도 맡고 싶어하는 인기직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피 부서에서의 근무를 강제할 순 없다. 그러나 SPO가 기피 부서로 전락한 데 대한 구조적 문제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현직 경찰들이 SPO를 외면하는 동안에도 '현실판 동은이'들은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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