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420개 단지 중 100개 단지 컨설팅
분배기 교체 알려도 대다수 교체 의지 없어
"정부·여당, 난방비 폭탄을 노후설비 탓 돌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문제는 세대에 설치된 온수 분배기인데, 집 주인이 교체는 어렵다네요."
지난달 난방요금 폭탄을 맞은 세입자 홍지현(서울 서초구)씨는 노후된 세대 온수 분배기를 수리해달라고 집 주인에게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온수 온도를 높여도 따뜻하지 않아 알아보니 아파트의 중앙난방식 보일러의 문제보다는 세대에 설치된 분배기의 문제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체하려면 70만원 가량 들다보니 고장이 아닌 이상 집주인은 수리할 이유가 없다고 답할 뿐이다.
급증한 난방요금 등 에너지 대란 속에서 정부가 노후 아파트 단지의 중앙난방식 보일러 개선 컨설팅에 나서고 있지만 실상 난방효율화에는 효과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리를 해야 하지만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뿐더러 세입자 세대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사진은 26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022.08.26 mironj19@newspim.com |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난방요금 부담을 크게 체감하고 있는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제시하면서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난방효율화 컨설팅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를 비롯해 한국에너지공단은 전국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을 근거로 중앙난방식 420개 단지 가운데 우선 급한대로 100개 단지에 대한 난방 효율화 컨설팅에 나선다.
중앙난방식으로 건설된 노후 아파트의 경우에는 보일러 자체와 열 교환기의 효율성 여부에 따라 실제 세대에서 체감하는 난방 온도가 달라진다.
열효율이 떨어질 수록 보일러를 최대치로 가동하더라도 실제 난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세대 전반의 난방을 책임져야 하다보니 중앙난방식 공동주택의 경우에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보일러가 가동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중앙난방식 보일러를 교체하더라도 당장은 상황 해결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통해 보일러 교체 등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입주민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민 동의는 공동주택에 따라 수개월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겨울동안에는 교체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중앙난방식 보일러의 문제가 아닐 경우, 각 세대별로 설치된 분배기가 노후해 난방효율이 낮은 상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분배기 내부에 녹이 슬어 난방효율이 낮아진 내부 분배기를 교체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70만원 정도로 알려진다.
고령층 세대주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분배기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이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녹이 슨 노후된 분배기 사진을 붙여서 교체를 독려하는 안내문을 엘리베이터 내부에 부착하면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으나 실제 교체를 하는 주민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사진 = 뉴스핌DB] |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분배기가 고장이 나지 않아 집주인이 고쳐주지 않다보니 난방요금 폭탄을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는 데 분을 삭히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한 세입자는 "전세 대출 이자도 늘어난 상태에서 전기요금 인상에다가 난방비 폭탄까지 한꺼번에 맞고 있는데, 노후된 분배기 교체를 거부하는 집주인 때문에 화가 난다"며 "현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알고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공주택 난방효율화 정책이 성난 민심을 달래는 임시방책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현 정부와 여당은 에너지와 관련된 부분은 무조건 남탓을 하고 있고, 그렇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해서 내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공동주택 난방효율화 정책 자체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지도 못하면서 난방요금 폭탄을 시설 문제로 돌리는 방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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