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등 초거대 AI로 변화 주목
정부 AI 대책에서 개인참여 기회 제외
변화 뒤쳐지기 전에 정책 보완 절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는 1년 뒤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메타버스 시대가 급부상했다가 지난해에는 1년만에 거품이 꺼지며 열기도 식었다. 세상은 시시각각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변화의 신드롬은 혁신의 신드롬과도 일맥상통한다. 전기가 들어오고, 인터넷이 생기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그야말로 인류는 혁신의 바퀴 속에서 함께 살아왔다.
최근에는 그 혁신이 인공지능(AI)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한국의 AI는 2019년 손정희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하면서 산업화까지 연결되는 등 힘을 얻었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
AI이면 만능이 될 것이라는 맹신까지 생길 판이었다. 다만 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발전에는 격차가 있었다. 기계가 하는 일과 사람이 하는 일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AI 역시도 하마터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뻔했다.
하지만 최근 초거대 AI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AI 시대를 예전과는 다른 상황으로 돌려놨다. 초거대 AI는 사전적 의미로 대용량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람처럼 종합적인 추론을 할 수 있는 차세대 AI이다.
초거대 AI 신드롬은 최근 오픈AI 사의 chatGPT를 통해 새롭게 역사를 써가고 있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기입하고 엔터키를 누르는 게 아니라, 궁금한 것을 구어체로 물어보면 아주 적절한 답변을 그럴싸하게, 때로는 전문적으로 말해준다. 책을 쓰고 싶다면 책의 제목도 알려주고 목차도 만들어준다. 내용도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제공해준다.
사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상당수 IT업계 전문가는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말만 못할 뿐이지 이용하면 할수록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인 '자비스'와도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시대에서 정부도 초거대 AI를 비롯해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지원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최근 공언했다. AI반도체뿐만 아니라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등 산업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 정책은 개인에게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2000년대 닷컴시대, 2010년대 앱 개발 붐 시대, 2020년대 크리에이터 시대 등을 보면 변화의 시기에는 개인들이 선두에 섰다. 돌이켜보면 인터넷, 앱스토어, 유튜브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끼를 무한히 발산했다.
트렌드를 빨리 읽고 신속하게 변화에 적응하면서 시장을 만들어냈다. 개인들이 2~3년 정도 열심히 놀다보면 시장이 형성되고 기업이 개인의 뒤를 쫓아 자금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해냈다.
그런데 정부의 AI 대책에는 그런 개인에 대한 얘기는 빠졌다. 그동안에도 데이터댐을 비롯해 다양한 AI 정책은 그저 기업들만의 놀이터였다. 정부 정책은 활용도 측면에서는 광범위하지만 틀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AI를 개인이 직접 다루게 된다면 윤리적인 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우려의 시각을 드러낸다.
그 사이 벌써 글로벌시장에서 개인들은 스스로 코딩을 배우고 chatGPT를 접목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자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는 코딩도 배우는 게 아니라 가져다 고쳐 쓸 뿐이다. 이미 글로벌시장에서는 개인들이 새로운 기회를 열고 도전을 하고 창업을 해서 기업을 세우고 있다.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실컷 놀다가 신이 나면 창업을 한다. 그래서 실패 확률이 낮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놀이터를 찾을 수가 없다. 네이버가 초거대 AI를 벤치마킹해 만든 '뤼튼'은 일정 글자수 수준의 사용 제한이 걸려있어 더 이용하려면 벌써부터 돈을 내야 한다.
또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댐은 개인의 경우에는 샘플 자료를 받을 정도다. 적지 않은 돈을 내야하기 때문에 사업자를 대상으로 바우처 제도를 운영할 뿐이다.
그래서 AI를 배우는 사람들은 취업만을 고민한다.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를 혼자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AI를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정규 과목으로 공부해야 하는 처지다.
아직 초거대 AI나 새로운 AI 산업이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갈 길이 먼데 무도회에는 정장 차림의 고객만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규제샌드박스처럼 AI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개인용 놀이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그래서 그걸 무도회에서 키워주고 글로벌 시장에서 겨루는 기회를 제공하면 어떨까. 그렇다고 공모전을 많이 열자는 식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거인(초거대 AI)의 어깨에 앉아있다. 그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시작점부터 규칙만 만들다보면 어느새 거인의 어깨에서 떨어져 나뒹굴 수도 있다. 그땐 거인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다행히 아직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