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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격 은폐' 서훈·박지원·서욱, 첫 재판서 혐의 전면 부인

기사입력 : 2023년01월20일 12:25

최종수정 : 2023년01월20일 12:25

"월북으로 의심할만한 여러 정황 발견...월북몰이 아냐"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관련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당시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2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정부가 국민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고 이 사건 실체를 은폐하기 위해 정부의 주도하에 막강한 국가기관들이 한 국민을 상대로 전방위적 조치를 취했다"며 "그로 인해 이대준 씨와 그의 가족들은 월북자와 월북자 가족이라는 멍에를 쓰는 심각한 피해를 입게됐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쟁점은 2가지인 것 같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 월북이 아닌데 월북으로 몰아갔다는 것"으로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공식적인 발표 때까지 보안조치가 이뤄진 사실은 있지만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생각은 한 적이 없다는게 기본적 입장"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월북 관련해서도 당시 SI첩보에 월북과 관련된 내용이 있었고 월북으로 의심할 만한 여러 가지 정황이 발견돼 그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라며 "월북을 조작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월북몰이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전 해양경찰청장 측 변호인도 "자살, 월북, 실족이라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당시 자료를 보고 월북으로 사료된다는 가능성을 말한 것 뿐"이라며 허위 공문서작성 등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서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격 사실을 은폐하는데 동조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관련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또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와 관련해서도 당시 회의에서 나온 자료들을 보면 월북가능성이 충분히 보였기 때문에 월북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내용을 기재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수많은 자료가 나왔는데 망인이 자진월북을 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고 밝혀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 측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구체적 의견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의 수가 많고 관련 기록이 방대해 재판부는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1월 27일로 예정됐다.

앞서 가장 먼저 기소된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은 지난달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당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사건 은폐를 위해 보안유지 조치를 지시해 이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해경으로 하여금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하고, 사망 사실이 드러난 후에는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했다는 혐의도 있다.

김 전 청장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 및 판단 등에 대한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배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허위 내용의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작성해 교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29일에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서 전 장관과 노 전 비서실장이 기소됐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은 사건 발생 다음날 국정원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전 장관은 직원들에게 서 전 실장의 보안유지 지시를 이행하게 하고, 이씨와 관련된 여러 첩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씨가 자진월북한 것이라는 취지로 관련자들에게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해 배부한 혐의도 있다.

jeongwon10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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