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시장 침체기인 지금이 도심 내 주택공급 제도를 재정비할 좋은 기회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주택공급이 위축되면 향후 주택시장 회복기에 시장 불안정이 재발될 우려 커다는 게 주택 업계의 이야기다. 이에 따라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규제를 대폭 개선해야한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진단 및 기성시가지 내 공급기반 구축' 연구용역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주택협회가 의뢰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연구를 맡았다. 건산연은 '미래지향적 도시관리 방향 및 기성시가지 내 주택공급기반 구축 연구'보고서에서 "최근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했음에도 거래 감소, 분양 저조, 금융 리스크 확대 상황을 종합할 때 현재 주택시장은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연구 보고서에서는 현재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여건은 주택시장이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규정하고 올 상반기 만기가 몰려있는 부동산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서울시 내 재건축·재개발 56개 조합과 정비사업 분양실적 기준 상위 10개 시공사 주요 관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추가로 공무원, 건축사무소, 정비업체 등 현장 주요 관계자 38명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해 정부와 서울시의 정비사업 관련 정책·제도에 초점을 맞춰 ▲시공사 선정 시기 조기화 ▲신통기획 제도개선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제도 개선 ▲공사비 검증제도 개편안 개선 ▲재개발임대주택 제도개편안 개선의 5개 분야에서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정비사업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현행 제도에선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통기획 적용 구역은 조합설립 후로 이외 구역은 건축심의 후로 즉시 조기화할 것을 제언했다. 또 도시계획, 건축설계, 공사 발주 및 계약방식 등에 대한 제도를 보완 후 시공사 선정 시기와 발주방식을 조합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통기획에서 지나친 공공기여를 축소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신통기획은 기획안 수립 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공공성 요구방지 등이 포함된 '신통기획 운영기준 수립' ▲신통기획 적용지역에 한해 추진위원회 설립 조기화 ▲주민 정비계획수립시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시계획 전문가 컨설팅 지원 ▲공공기여에 합당한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조례 제정 등 근거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건산연은 강조했다.
정비사업 공사비에 대해 지나친 정부·지자체의 개입을 반대했다. 먼저 공사비 검증제도에 대해선 현행 검증제도는 의무이행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며 설계변경으로 발생한 증액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이의제기 절차가 없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입찰 당시 설계 부존재 사업장은 적정성 검증만 시행하는 등 검증절차를 효율화하고 단위면적당 상승폭 일정비율 이하인 경우는 검증 의무이행 대상에 제외시키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사비 검증제도 개편안 개선과 관련해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시 도급공사계약서를 첨부토록 하는 내용의 2022년 8.16대책의 공사비 검증제도 개편안은 현장에 적용될 경우 사업이 상당히 지연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개편안대로 적용될 경우 최초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대대적인 설계변경으로 서울시 내 사업장에서 착공 지연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제도 취지를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행과 같이 착공 후 활용 가능한 시간 동안 공사비 증액분에 대한 검증 절차 이행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건산연의 분석이다.
끝으로 재개발사업시 공급되는 임대주택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도정법'시행령에 따르면 재개발임대주택을 기존 가구수 기준 20%까지 짓도록 한 것에서 추가해 가구수 또는 연면적의 20%까지 짓도록 했다.
개정안대로 연면적 기준으로 추진할 경우 지하주차장, 주거공용면적, 베란다 등의 바닥면적을 포함하게 돼 임대주택 공급 물량이 증가함으로써 사업성이 대폭 낮아진다. 이에 따라 향후 시행령을 바꿔 연면적의 10%가 아닌 주거 전용면적의 10%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재식 주택협회 상근부회장은 "침체기 시장환경 악화로 공급기반 자체가 흔들리면 향후 주택시장 회복 시 공급부족으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정이 재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주택침체기에 미래 도시관리 방향을 고민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정비해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구축하는 시기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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