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주한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한국 국민의 방문·비즈니스·여행·의료·국경 통과 및 일반 개인 사무를 이유로 하는 중국 단기방문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한다. 상기 조치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취소하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전일인 10일 위챗 공식 계정에 올린 '통지'의 내용이다.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한 데 대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 매체의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 전달받은 중국대사관의 해당 통지문에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줄곧 예고했던 '상응 조치'의 첫 타깃이 우리가 됐다는 점도 반가울 리 없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30일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행 단기비자 발급 제한, 항공편 추가 증편 중단, 입국 전후 검사 의무화 등이 골자다. 우리 방역 당국은 이들 조치를 이달 2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다가 추후 상황에 따라 시행 시한 연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반발했다. 외교부 두 대변인부터 신임 외교부장까지 나서 "객관적이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동등성'의 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 제한에 나선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일본이 '포문'을 열었고, 미국도 새로운 입국 방역 정책을 마련했다. 유럽에서도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인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도 중단하긴 했다. 자칫 우리만 '상응 조치'의 타깃이 되는 것 아닌가 했던 '눈치보기'는 피할 수 있게 됐다 하더라도, 중국의 이번 조처가 진정 '동등성'의 원칙에 입각한 '상응 조치'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비합리적인 '보복'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논리도 상당하다. '방역 정책 고도화'를 내세우며 입국 후 PCR 검사는 취소했지만 중국 또한 출발 48시간 전 PCR 음성증명서 제출은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와의 차이점이라면 중국은 입국 후 PCR 검사를 전면 폐지한 반면 우리는 중국인에 대해 입국 후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중국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 지나쳤을까. 하지만 중국은 이미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2020년 3월 한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일방적'으로 전면 중단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 내부에서도 커졌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물론 당시의 중국과 우리의 입장은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었지만 당시 우리 정부는 전 세계 196개 국가가 따르는 국제보건규칙(감염은 통제하되 불필요하게 국가 간 이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을 준수하기로 했다.
홍우리 국제부 기자 |
결국은 각자의 상황을 고려한 '내정'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외교 관계에 바탕이 되는 것이 '상호주의'라고 하지만, 자국 내부의 불안감과 원망을 무시한 채 국가 간 상호주의만 내세우기는 힘들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것 역시 내부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관영 통신 신화사가 8일 실은 '코로나19와의 투쟁이 새 단계에 진입하다-시기와 정세에 따른 우리나라 방역 최적화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글을 봐도 그렇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영향으로 인해 피로와 권태, 초조함, 긴장 등 복잡한 정서가 만연하기 시작했고, 방역 비용이 날로 증가했다"며 "11월 하순 일부 군중이 일부 지역의 봉쇄 관리와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갈수록 엄격해지는 등의 방역 문제를 반영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하지 않았나.
외부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땐 듣지 않다가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니 방역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3만 2700명 수준(11일 기준)이다. 반면 이제 막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에서는 이달 13일과 3월 초 두 번의 확산 정점을 거치며 하루 최대 2만 5000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일일 신규 사망자 수가 우리 3년 간의 누적 사망자 수와 맞먹는 것이다.
우리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환영에 나섰다면 공식적 마찰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유커의 증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또 다시 대규모 유행이 일어난다면, 반중·반한의 또 다른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두 달 남짓. 우리가 중국인 입국객에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하기로 한 기간이다. 양국이 이어온 30년의 인연으로나 3년에 달했던 팬데믹 기간으로 보나, 두 달은 길지 않다. 전염병은 통제될 것이고 국경을 가로막은 물리적 장애물은 없어질 것이다.
남은 건 심리적 거리다. "준비도 안 해놓고 위드 코로나?"라는 원망이 커질까, "너희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는 오해가 깊어질까 두렵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