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간 현대차 5% ·기아 4% 하락
고금리·경기침체로 신차 판매 취소 사례↑
美 IRA 우려 확산...전기車 주도권 뺏길라
증권가 일각선 저평가로 비중 확대 의견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가 연일 고꾸라지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지만 내년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량 감소 및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타격도 상당할 것이란 우려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를 둘러싼 변수가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부는 현재 주가가 내년 주가수익비율(PER)의 4배 수준으로 저평가 됐다는 판단에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 현대차·기아, 나란히 연일 52주 신저가 기록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이날 11시2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0.64%(1000원) 하락한 15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기아도 0.80% 내린 6만1900원에 거래중이다. 현대차는 최근 한달(11월22일~전날 종가)새 5.13% 하락했고 최근 5거래일 간 두 번의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기아도 4.29% 내리며 전날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강달러 효과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른 생산량 증가 및 신차 출시로 판매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3분기에만 환차익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이 각각 4740억원, 7600억원이라고 밝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142조1591억원, 9조345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8%, 39.9% 상승한다. 기아도 매출액와 영업이익 전망치가 87조2748억원, 6조8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36.0%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금리에 대한 부담과 함께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년에 자동차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때문에 12월 들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동반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포드와 GM·테슬라, 독일의 폭스바겐 , 일본 도요타 등이 10%에서 최대 20%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차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일 금리가 오른 결과 신차 할부 구매 금리가 연초 2%대에서 현재 7~10% 수준으로 급등한 때문이다.구매 계약 취소가 늘면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최대 1년에서 크게 앞당겨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시행 예정인 IRA도 큰 부담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0만원)의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이로 인해 아직 현지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의회 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은 유럽, 중국과 함께 세계 전기차 3대 시장이며 향후 5년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치열해진 미국 내 전기차 주도권 다툼에서 현대차·기아는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8월 IRA 발효된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의 11월 미국 판매량은 1191대로 전달(1579대)대비 24% 줄었다. 기아 'EV6'도 641대로 전달(1186대)의 절반 수준이 됐다.
현대차는 IRA 때문에 회사가 입는 피해가 커지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의 경제성을 다시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전기차 판매 실적, 러시아 전쟁 고조, IRA 개정 여부 등을 두고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미국 내 테슬라·포드 이어 전기차 3위..2024년부터 현지생산 시작"
현재 주가가 저가 상태로 판단하고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라는 조언도 있다.
증권가는 내년 상반기 현대차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주가가 올해 기준 PER 4배 수준으로 저평가 됐다는 판단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IRA로 인해 불리하지만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며 "내년 8월 이후 미국시장에서 테슬라, 포드에 이어 전기차 3위 그룹을 유지하고, 2024년 현지생산 시작으로 IRA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실적모멘텀과 주가 촉매제가 발현되는 주가 패턴이 기대된다"면서 "적극비중 확대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