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이미 훌쩍 넘긴 데다,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까지 넘겼다. 여야는 15일까지 예산안 처리 시한을 뒀지만,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회에 시급한 안건은 더 있다. 지난 8일 한국전력공사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내용의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야가 합의까지 한 법안이다.
이날 개정안은 재석 의원 203명 중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부결됐다. 재적 의원 299명 중 97명, 즉 3분의 1 정도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26명만 더 자리를 지켰으면 법안은 통과될 수 있었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윤상현 의원을 포함한 중진의원 다수가 참석하지 않았다. 지역구, 당원 행사 등에 갔다고 한다. 중요한 법안이 줄줄이 통과되고, 또 어떤 법안은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 절반가량이 없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 주축 모임 '국민공감'이 출범한 지난 7일에는 71명이 모였다. 특정 계파모임과는 무관한 순수 공부모임이라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는 계파모임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순수한 공부모임이라고 하더라도 '71명'이라는 숫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예산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부모임은 최우선 과제가 아닐 것이다. 바람직한지 아닌지는 문제 삼지 않더라도, 정작 중요한 법안은 손 놓고 있으면서 왜 공부모임 출석 명단에는 필사적으로 이름을 남기려는 건지 궁금하다.
지난 11월 23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관련 당론을 모으는 의원총회에는 60여명이 참석했고 지난 6월 27일 전기요금 인상을 주제로 열린 정책의총은 40여명에 불과했다. 이 정도 되면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없어도 될 곳엔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늘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국민을 생각하면 여당 의원들의 처신은 너무 한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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