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MBC 기자 마찰 이후 불편한 심기 드러내
尹 취임 후 총 61회...각종 논란에도 지속 의지 강조
대통령실 "소통 취지 살릴 방안 마련되며 재개 검토"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국민과의 소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이 잠정 중단됐다. MBC 취재진과 대통령실 간 설전이 오간 직후 취해진 일련의 조치들까지 더해 대통령실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21일 오전 공지를 통해 "이날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 후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대변인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실이 언급한 불미스러운 사태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 출근길 도어스테핑 도중 MBC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이 마찰이 빚어진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이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가짜 뉴스로 이간질하려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떠나자 MBC 기자는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며 외쳤고, 윤 대통령을 뒤따르던 이기정 비서관이 문제를 제기하며 양측 간 설전으로 번졌다.
대통령실은 이 일이 발생한 직후 해당 기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선을 넘었다며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0일에는 도어스테핑을 하는 1층 정문 앞 공간에 가벽이 세워지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벽이 세워진 이유가 도어스테핑 중단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최근까지 총 61회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특별한 외부 일정이나 해외 순방 등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지 않는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청사 입구에서 기자들을 만나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윤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국민과의 소통' 행보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도어스테핑 현장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음에도 계속 이어가겠다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7월 11일 기자단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조치를 내리긴 했으나 윤 대통령이 다음날 바로 재개했으며 지난달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중 잠시 중단된 것 외에는 끊김없이 이어져왔다.
이번 조치는 앞선 중단 사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대변인실은 이날 공지에서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어스테핑 재개를 위해 양측이 갈등을 봉합하고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당 MBC 기자에 대한 출입 금지 조치나 교체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설전사태가 국민과 열린 소통이라는 도어스테핑의 취지를 저해시키며 중단을 초래하게 됐다"면서 "소통의 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MBC는 언론의 책임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