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취지 파기환송 부분에 대한 檢 공소장 변경 두고 공방
파기환송심 심리 대상도 엇갈려...내년 1월 공준기일 속행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조세포탈·횡령 등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 절차가 1일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박원철 이희준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등 혐의로 기소된 조 명예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이날 조 명예회장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당초 조 명예회장이 2008사업연도 법인세 128억원 상당을 포탈했다는 취지로 공소장에 기재했으나 과세관청이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함에 따라 대법원에서 2008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혐의를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검찰은 2008사업연도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를 손금 처리하는 방식으로 결손금을 2009사업연도로 이월하여 2009사업연도 과세표준에서 공지한 것이 조세포탈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조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소장 변경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며 "2008사업연도 조세포탈 혐의를 2009사업연도로 이월한 것은 공소장 변경의 형식을 빌어 사실상 새로운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검찰의 공소장 변경신청은 위법하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기존 공소제기된 2009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부분의 금액을 변경하는 것이고 기존의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며 공소장 변경신청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세포탈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
양측은 파기환송심에서의 심리 대상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유죄 혹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부분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심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대법원에서 명시적 판단을 하지 않은 부분도 파기환송심의 판단 대상"이라며 전반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재심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신청 허가와 재판 진행절차 등을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7일로 예정됐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698억원의 효성 해외법인 자금을 빼돌리고 효성 싱가포르법인으로 하여금 페이퍼컴퍼니의 대여금 채무를 불법적으로 면제하도록 해 약 234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 2014년 불구속기소됐다.
또한 2003년부터 10여년간 분식회계를 통해 1237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와 차명으로 수천억원대의 주식을 사고팔아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 110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국내 차명주식 관련 양도소득세 등 포탈 혐의와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법인세 포탈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해외법인 명의 주식 관련 양도소득세 및 종합소득세 등 포탈 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횡령·배임 및 위법배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차명주식을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다만 벌금은 1352억원으로 일부 감액됐다.
지난 2020년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 중 일부가 잘못됐다고 보고 법인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취지로, 위법배당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