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대지정'·'칠상팔하' 관례 깨고 종신 집권 발판 마련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23일 정식으로 막을 올렸다. 관례로 여겨졌던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하는 것)'의 나이 제한을 뛰어넘고, 최고 지도부 인사 전원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우면서 '집단지도체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진핑의 1인 지배 체제를 더욱 공고히하면서 시 주석이 사실상 영구집권까지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에서 대표(대의원)들은 20기 중앙위원 20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시 주석과 함께 왕후닝(王滬寧)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3사람이 이름을 올렸고, 리커창(李克強) 국무원 총리와 왕양(汪洋)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한정(韓正) 부총리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 신화사=뉴스핌]주옥함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집권 3기 최고지도부 인선을 발표한 뒤 연설하고 있다. 2022.10.23 wodemaya@newspim.com |
23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에서는 차기 지도부의 윤곽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20기 1중전회 폐막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나머지 6인의 상무위원이 등장, 각자가 맡을 보직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시 주석이 소개한 20기 상무위원은 리창(李强·63) 상하이시 서기와 유임된 자오러지 서기, 왕후닝 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 시 서기, 딩쉐샹(丁薛祥·60)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李希·65) 광둥성 서기 순이었다. 호명 순서대로 중국 권력 2~7위 자리에 오를 것임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리창 서기가 권력 서열 2위인 총리, 자오러지 서기가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후닝 서기가 순위 4위 정협 주석을 맡고 차이치 서기와 딩쉐샹 주임이 각각 서열 5·6위인 중앙서기처 서기, 상무 부총리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 서열 7위 중앙기율위 서기에는 리시 서기가 보임될 전망이다.
당초 '계파 통합'을 위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인물에 속하며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후견을 받고 있는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었지만 후 부총리는 결국 최종 탈락했다. 심지어는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위원에 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후 부총리의 강제 축출로 시 주석을 견제할 세력이 전멸, 시 주석의 초장기 집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인 통치제제를 막고자 고안됐던 중국의 후계 규범이 뒤집혔다"면서 상무위원회를 측근으로만 꾸린 데 대해 "시 주석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누릴지, 또 그 권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단서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중국 공산당, 시진핑에 권력 휘두를 영구 통치 선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이후 볼 수 없던 수준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며 "전임 지도자들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제도화하고 1인 지도 체제로의 복귀를 막으려고 했지만 시 주석이 뒤집었다"고 했다.
중국은 마오쩌둥 사망 이후 권력 견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오쩌둥 시기를 겪으며 한 사람에 권력이 집중됐을 때의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격대지정(현 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지정하는 것)'을 만들고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한 뒤 장쩌민(江泽民)·후진타오 전 주석도 각각 5년씩 두 차례 10년간 집권한 뒤 물러났지만 시 주석이 이 관례를 깨뜨렸다.
차기 상무위원 중 시 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이 전례 없는 3번 연속 총서기가 될 것을 확정했다면서 그가 2017년 임기 말에 확실한 후임자를 내세우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시 주석의 경우 2007년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하면서 5년 뒤 후 주석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었다. 이후 2012년부터 5년간 집권한 뒤 2연임에 나선 2017년에 '격대지정' 관례에 따라 차기 지도자를 지정해야 했지만 시 주석은 그러지 않았다.
SCMP는 후계자의 부재가 권력 분담을 억제하고 시 주석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을 막는 전략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 집권을 꿈꾸는 시 주석의 야망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항상 4선을 목표로 해왔다"는 보스턴 대학교 파디 스쿨의 국제 관계 및 정치학 교수인 조셉 퓨스미스(Joseph Fewsmith) 발언을 인용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 겸 선임연구원 천강은 SCMP에 "상무위원회의 최연소 위원은 잠재적인 후계자로 간주될 수 있지만 공식 후계자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상무위원 중 최연소는 올해 60세인 딩쉐샹 주임이다. 시 주석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상무위원회에 최초 입성한 신진 인사, 딩 주임이 5년 뒤의 차기 지도자에 등극할 수 있지만 그가 최고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희박해 보인다.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요 지방 정부를 운영한 경력이 있거나 베이징에서 핵심 직위를 거쳐야 하지만 딩 주임은 성(省) 당 서기가 된 적이 없다. 20기 지도부에서 부총리로 임명된 뒤 시 주석의 비서 역할을 했던 리창 '예비 총리'를 뒷받침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SCMP는 그러면서 차기 상무위원 누구도 다음 후계자로 지명되는 위험을 원하지 않는다는 관측통들의 분석을 전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교의 중국 정치학 전문가인 빅터 시(Victor Shih)는 "분명히 아무도 (시진핑의) 권위에 도전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 주석은 4선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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