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교체됐는데도 진행…"행정력·예산 낭비" 내부 지적
전문가 "1억원대 소송은 언론 재갈 물리기 측면 있어"
[양주=뉴스핌] 이경환 기자 = 경기 양주시가 이른바 '할머니에 대한 견주의 갑질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와 1년이 넘도록 소송을 이어가면서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된 일부 지자체가 언론의 독립성과 소통, 예산 및 행정력 소모 등을 이유로 언론과의 법적 분쟁을 끝내고 있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양주시청.[사진=양주시] 2022.09.21 lkh@newspim.com |
21일 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6월 양주시 옥정호수공원에서 입마개를 씌우지 않은 대형견을 벤치에 앉힌 견주를 지적하던 70대 공공일자리사업 참여 할머니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갑질을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A언론사를 상대로 '시는 사과를 권한 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시는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사실과 근거에 입각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로 24만 양주시민의 명예와 공직자의 자긍심을 무참히 짓밟는 몰상식한 일부 언론의 작태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 노조는 해당 언론의 실명을 담은 현수막을 시청사 등에 내거는 한편,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했으나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수백만원의 예산 등을 투입해 변호사를 선임, 1억원대 손해배상을 하라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는 사이 더불어민주당 이성호 전 시장이 물러났고, 국민의힘 강수현 양주시장이 취임했지만 원고를 '이성호'에서 '강수현'으로 바꿔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언뜻 보면 강수현 시장이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강행한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정작 논란이 됐던 당사자들(견주 및 할머니)은 부재한 명분 없는 지리한 소송전을 바라보는 공직자들은 해당 기사로 어떤 명예가 훼손됐는지, 시민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진위조차 모른다"며 "언론의 비판을 소송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어떤 기자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성희 로스쿨 교수도 "기자들의 직업적 소명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사를 쓰는 것이 직업적 윤리이자 의무인 만큼 큰 혼란을 야기하거나 적대감을 주지 않았다면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헌법에서 말하는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지자체의 1억원대 소송은 언론에 재갈 물리기, 즉 언론 탄압의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소송을 이어갈지 여부에 대해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A언론사는 지난해 6월 양주시 옥정호수공원에서 입마개를 안 씌운 대형견을 벤치에 앉힌 견주를 지적하던 70대 환경지킴이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갑질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장을 지켜보던 동료 어르신들도 "벤치를 치워 달라는 말에 견주가 '그런 법이 어느나라 법이냐'는 등 거의 혼자서 해당 어르신에게 말을 쏟아 냈다"며 "민원이 접수되자 당사자에게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잘못이 없는데 왜 사과를 하느냐는 입장이어서 조장이 대신 사과를 하게 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이런 옷을 입고 일하니 약자가 되는 거고 여러 사람이 편해지자는 의미로 견주를 찾아가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주시와 노조는 해당 어르신에게는 사과를 권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르신이 폭언 등을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입장문을 내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시청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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