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자 맹렬하던 폭염이 누그러들고 거짓말처럼 아침 저녁 기온이 서늘하다.
여름내내 코로나와 더위에 지쳤던 사람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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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휴일인 28일 경북 동해연안 갯마을인 울진지방의 아침 기온이 15도로 뚝 떨어지면서 선선하다 못해 서늘하다.
전날보다 무려 7도나 낮아지면서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찾아들면서 객지로, 대처로 나갔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들녘과 산야는 조상을 모시는 벌초 발길로 분주하다.
숨어있던 가을이 아침이 되자 곳곳서 흡사 별 돋듯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같이 싱싱하다.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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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나팔꽃 2022.08.28 nulcheon@newspim.com |
폭염 속에서 갸느린 손을 감아 하늘로 솟던 나팔꽃이 오래된 대추나무를 타고 오르며 쪽빛, 자줏빛의 속살을 열고 가을 향을 뿌린다.
나팔꽃 갸느린 순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 구기자도 다홍빛 열매를 매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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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가을볕에 익어가는 토종대추 2022.08.28 nulcheon@newspim.com |
오래전부터 텃밭 돌담 사이에 뿌리를 내리며 궁핍한 농촌의 가계를 버팀하며 삭솔들을 거둬 온 할미의 장거리던 정구지가 꽃대를 쭉 뽑아올려 별을 닮은 꽃무리를 이룬다.
한 개의 꽃대에서 수 개의 별을 닮은 꽃무리를 총총 매다는 게 주렁주렁 달린 자손들 근사에 평생을 매달린 영락없는 우리 할미의 모습이다.
「 아무도 꽃이 되는 줄 몰랐다/땡볕에서 흰 꽃을 말아 피울 줄은/아무도 몰랐다/ 팔십 평생 닷새마다/정구지 뜯어/모진 살림 일으켰다/ 한 여름 허기진 배로 축 늘어진/식구들 일으켜 세운 것도/팔십 평생 어미가 가꾼/정구지였다/ 한세월 허망 좇아 바깥 떠돌던/지아비 바람 곁을/한시도 떠나지 않던/ 땡볕, 온 힘을 쥐어짜내/하늘 받치며/ 미동도 없는 흰 꽃/ 파도소리 들리고/백합죽 달큰한 향/ 팔십의 어미 얇은 어깨 너머/ 젊은 어미 맨 얼굴 걸어 나오신다」 (남효선 시 '정구지꽃.2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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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정구지꽃 2022.08.28 nulcheon@newspim.com |
하늘로 하늘로 뻗는 나팔꽃 사이로 토종 대추가 익는다.
한 해를 나는 소중한 먹거리인 김장배추 모종에 가장 먼저 찾아드는 이는 배추흰나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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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김장배추 모종 2022.08.28 nulcheon@newspim.com |
배추모종 심기 무섭게 배추흰나비는 용케도 찾아들어 갓 심어 놓은 배추모종 한 잎 마다 알을 묻는다.
배추흰나비 알은 자신의 왕국인 배추 모종과 함께 제 몸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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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호박넝쿨 2022.08.28 nulcheon@newspim.com |
오랜 가뭄과 폭염에도 용케 촉수를 뻗어 잎사귀를 살린 맷돌호박이 제 잎사귀만한 꽃을 피우며 매끌매끌한 애호박을 마디마다 매단다. 뒤란의 돌담을 빼곡하게 뒤덮으며 새벽마다 벌을 부르는 호박꽃은 아름답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