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 첫 혼성 경찰관기동대 시범운영
서울‧경기‧부산 등서는 여성 기동대 편성
경찰 내부서는 역차별, 실효성 등 갑론을박
전문가 "여성 기동대 없는 곳에는 확대 필요성"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경찰청이 전국 최초로 남녀 경찰관이 한 기동대에서 같이 근무하는 '혼성 기동대'를 시범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남경과 여경의 '젠더 갈등', 확대 실효성 등으로 논란이 번지면서 일부 운영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경남경찰청 2기동대를 혼성 경찰관기동대로 재편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는 2000년 여경 기동대를 만든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경남청 혼성 기동대는 남자 경찰관 3개 제대로 운영되던 제2기동대에 새로 편성된 여성 경찰관 1개 제대를 추가로 편제했다.
경찰관기동대는 각종 집회·시위, 다중 운집행사, 범죄예방 순찰 등 각종 민생치안 현장에 투입돼, 현재 주로 남경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여성 경찰관기동대는 서울·부산·대구·광주·경기·경남 등 일부 지역에만 별도로 편성돼 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 별도 여성 기동대를 운영하는 것에 따른 행정인력을 줄일 수 있고, 해외 주요국 기동대는 혼성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시범운영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집회·시위 관리 등 각종 근무에 남녀 경찰관을 합동 배치하고, 교육훈련도 구분 없이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은 별도 여성기동대를 두지 않고 혼성기동대에 10~20%의 여성 경찰관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남경찰청이 전국 최초 '혼성 경찰관기동대' 발대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경남경찰청) |
온라인에서는 혼성 기동대의 실효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한 경찰은 "여성기동대는 남경이랑 똑같은 근무지에 들어가도 출근시간은 더 느리고 퇴근시간은 빠르고 당직근무도 없다"며 "요즘 여경은 남경의 30~40%까지 뽑는데 기동대 수는 10%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찰은 "여경은 외근 기준으로 보면 불안한건 어쩔 수 없다"면서 "체포를 포함한 몸싸움할 일은 수시로 벌어지는데 남자 둘이서도 힘든 걸 여자랑 같이하려고 하니 불안하고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내부 젠더갈등의 해소, 공권력 사용, 인사평가 불균형을 해소해야 혼성 기동대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남여 체급이 다른 만큼 여경의 물리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경찰 법정 장비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필요하면 교육 훈련도 강화해야 한다"며 "시민들은 여경, 남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전서비스를 항시, 적시에 해주는 경찰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 현장 위주 '남경', 내근 위주 '여경'에 대한 불만은 승진과 연관된다"며 "인사평가에 대한 불만에 대해 현장 지휘관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젠더 갈등이 경찰 조직에도 투영되고 있는 상황인데, 지휘부에서도 막연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근본적인 걸 들어봐야 한다"면서 "인사평가 기준, 업무 배치, 역할 상생 등 남녀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보직을 심도있게 개편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위에서 여성들을 선별적으로 연행할 때 성추행 논란도 있어 여경의 기동대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면서 "다만 여경이 전체의 15% 밖에 되지 않는데 규모를 너무 많이 잡다보면 지구대나 파출소에 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미 서울에는 여성 기동대 규모가 충분하고, 현실적으로 여경 기동대 숫자를 너무 늘릴 수는 없다"며 "이번과 같이 경남경찰청처럼 여성 기동대가 전혀 없었던 전라남북도, 경상북도 쪽으로 혼성 기동대 확대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