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6% 임금 인상"vs추경호 "임금 인상 자제해야"
23일 서울 시청 앞 광장서 총파업 결의대회
영업점 폐쇄 중단 등 노조 제안 34개 거부당해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정부가 노사자치주의를 훼손했다고 반발하며 내달 16일 총파업 강행을 예고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 관리를 위해 기업은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한 발언이 금융노조 총파업 도화선이 된 것이다.
금융노조는 2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9월 16일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노조는 지난 19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률 93.4%로 가결됐다. 금융노조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 노조원 약 10만명이 가입돼 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일반 정규직에 대해 6.1%(저임금직군 12.2%)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은 임금 1.4% 인상을 제시해 임단협은 결렬됐다.
금융노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1%대 임금 인상은 실질임금을 깎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특히 임금 인상 자제를 언급한 추경호 부총리 발언을 규탄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임금 인상 자제 발언으로 노사자치주의를 위반함으로써 산별 교섭을 어렵게 만든 정부에 대한 조합원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사적 영역인 노사 간 임금 인상까지 개입해 자제하라는 발언이 결국 결렬까지 이끌었다"고 거듭 지적하며 "파업 이전에도, 이후에도 노사 간 입장을 좁히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9.23 총파업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박 위원장은 금융노조 총파업 관련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지난 14년 동안 노조가 있는 다른 산업에서 타결한 연 평균 임금 인상률은 3.8%인 반면 금융노조는 1.99%였다는 것. 특히 물가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인상률은 실질임금 감소로 이어진다고 거듭 설명했다.
'귀족 노조 총파업' 프레임과 관련해 박 위원장은 "(금융권이) 임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곳이 아니다"라며 "지난 10년 간 임금 인상 후 임금 인상분을 조합원이 일부 반납해 공익재단을 만들어 작년까지 5차례 사회공헌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하루 뒤인 오는 23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갖는다. 오는 25일 대구와 내달 1일 부산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추가로 연 후 내달 16일 6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다.
금융노조는 총파업 당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서울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방면으로 행진한다. 집회 및 행진 소요 시간은 약 3시간이다.
금융노조는 이날 산별중앙교섭에서 요구한 단체협약 개정안 34개를 공개했다. 핵심 요구 사항은 ▲영업점 폐쇄 중단 및 적정 인력 유지 ▲금융공공기관의 자율교섭 보장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근로시간 단축 ▲재택근무 시 사생활 보호와 근로조건의 결정 ▲이사회 참관 및 경영참여 보장 ▲남성육아휴직 1년 의무화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3개월 확대 등 성평등 및 모성보호 확대 ▲조합활동으로 인한 집행 유예 이하 처분 시 해고 제한 등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지난 3월부터 7월 중노위 2차 조정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측은 34개 단협 개정 요구안 모두에 대해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