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출발부터 불안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앞장섰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을 SNS에 올리면서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따랐다.
0.73%p 격차로 겨우 당선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국민은 상처를 입은 채 두 쪽으로 갈라섰다. 윤 정부는 더 깊어진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 셈이다.
출범 100일까지 한 달 남짓, 벌써 위험하다. 통상 새 정부의 성공 여부는 첫 100일 동안에 달려있다고 할 만큼, 국정운영 동력이 강한 임기 초는 중요하다. 그런데 갈수록 지지율은 떨어지고 부정평가는 올라간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0%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취임덕'이 현실이 될 판이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
그런데도 반성하는 여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극단을 보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 경제 위기 속에서 민생 입법과 정책은 뒷전이다. 국회에서는 우기기, 떼쓰기, 버티기, 넘기기만 이어졌다.
여야는 '개점휴업' 상태를 맞은 지 54일 만에야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국회의원들은 50일 넘게 일하지 않고도 세비 1285만원(세전 기준)은 변함없이 받았다.
국회에서는 국민의 곡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소비자물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고는 극심하다. 이 가운데 권성동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만 16번 외칠 정도로 초지일관 전 정부 탓뿐이다.
책임 떠넘기는 말을 마구 하는 걸 보면 그에게 민생은 정치공세보다 뒷전인 듯하다. '내로남불', '독선과 오만'을 비판하며 권력을 잡은 여당이 가져야 할 건 책임감과 소통이다. 갈라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게 집권여당의 품격은 아니다.
더욱이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지인의 아들이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에 채용된 것과 관련해 "내가 추천한 인사"라고 해명하며 "7급에 넣어 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다",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자신들 스스로 국정철학으로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던 윤석열 정부다. 그는 뒤늦게 페이스북에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고 썼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잘한 게 없지만, 국정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여당과 정부에 있다. 지난 정부의 실패가 현재 무능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권 원내대표는 자중하고, 여당은 좀 더 몸을 던져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주 썼던 말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로 국난 극복을 주도해보자. 이것도 못 하면 협치란 말은 꺼내지도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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