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 기업으로 인력 유출
대표, 임원까지 나서 기술 인재 모시기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삼성SDI·SK온 임직원 수가 1년 새 1500명 이상 늘었다. 배터리 시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3사 인력은 지난 3년간 꾸준히 늘었다. LG엔솔은 9721명으로(올해 3월 말 기준) 2020년 7000여 명대에서 지난해 9000명대로 올라서며 1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SDI도 294명의 인원을 추가로 뽑으며 총 1만1609명으로 3사 중 가장 많은 임직원 수를 기록했다.
작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하면서 비상장사가 된 SK온은 현재 직원 2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SK온은 경쟁사 대비 인원이 적었던 탓에 3사 중 가장 많은 인원 600여 명을 보강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2.07.12 aaa22@newspim.com |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인력을 꾸준히 늘리는 이유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전환을 선언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이차전지(배터리) 시장 규모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힘입어 2020년 461억달러(약 60조)에서 2030년 3517억달러(약462조)로 7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3사의 생산능력(케파)도 늘어난다. LG엔솔·삼성SDI·SK온의 전기차용 배터리 케파는 지난해 각각 140GWh·29GWh·40GWh에서 2030년 각각 778GWh·374GWh·465GWh로 늘릴 계획이다.
시장은 비대해지고 있지만 일손은 부족하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계에 부족한 석 ·박사급 인력은 1000명 이상이며 학사까지 포함하면 약 3000명이 부족하다. 여기에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의 배터리 업체들과 배터리 자체 개발을 선언한 완성차 업체들까지 한국 배터리 인재 모시기에 나서면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배터리 업체들은 국내외에서 취업 행사를 개최하거나 인재를 직접 키우는 등 적극적으로 '기술 인재' 유치에 돌입했다. 삼성SDI는 주요 임원들이 직접 '기술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삼성SDI는 최근 국내 박사급 인력으로 '테크 앤드 커리어 포럼(Tech & Career Forum)'을 개최하고 우수 인력 발굴에 나섰다. 삼성SDI가 박사급 인력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대규모 포럼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럼에는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장혁 SDI 연구소장(부사장), 장래혁 중대형전지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 박정준 소형전지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 등 삼성SDI 사업부 개발 부문의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최 사장은 이날 "각 분야별 우수한 인재들의 채용을 확대하고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인재 확보 의지를 보였다.
대학교 졸업식 전경. [사진=픽사베이] |
3사는 국내 대학과 손을 잡고 인재 유치와 육성에 나섰다. LG엔솔은 지난해 고려대학교에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를 설립했다. 해당 학과는 학위 취득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이른바 '계약학과'로 해당 학생들은 등록금부터 매월 장학금도 지원받으며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된다. 아울러 LG엔솔은 같은 해 연세대학교와 '이차전지 융합공학 협동과정'을 만들고 신입 대학원생 모집에 나섰다.
삼성SDI는 서울대·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와 손잡고 2031년까지 10년간 각각 100명 이상의 석·박사 장학생을 선발한다. 한양대학교와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10년 간 100명을 선발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한다. 역시 졸업 후엔 입사가 보장된다. SK온 역시 울산과학기술원(UNIST)를 시작으로 성균관대학교와 배터리 계약학과 프로그램 개설 협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업체끼리 손잡고 인재 양성에 나선 사례도 있다. SK온과 LG엔솔은 지난달 말 한양대와 산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기관은 한양대 대학원에 배터리 공학과(40명 정원)를 신설하고 맞춤형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이들은 입학생 중 우수인재를 산학장학생으로 선발하고 실무적 소양을 갖춘 전문가로 양성시키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업 취업까지 책임진다는 계획이다.
해외 인재에도 눈을 돌렸다. SK온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신입사원을 수시 채용 중이다. 현지 문화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들을 선발해 현지 수요를 긴밀하게 파악해 해외 사업을 키울 특화된 인재로 키운다는 취지다. SK온은 지난해 출범직후인 10월 초 경영진들이 미국에 건너가 해외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글로벌 포럼을 개최하고 미국 중부, 남부 지역 7개 대학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행사를 열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필요한 인원 수를 기존 인력풀이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전자와 화학공학과 출신 인재들이 반도체와 화학과 같은 다른 유관 분야로 취업하면서 분산되는 측면도 있어 '기술 인력' 자체 파이가 작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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