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 일부 위헌 결정
"법령 해석·적용 권한, 대법원에 전속하는 것"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최근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재심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재판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원은 6일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특정한 내용의 해석·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한정위헌 결정에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A씨 등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일부 위헌 결정하고 이들에 대한 재심기각 결정을 취소하라고 했다.
A씨와 B씨는 제주도 통합(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직무 관련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2011년 대법원에서 각각 실형을 확정받았다.
A씨는 항소심 재판 중 형법상 수뢰죄 처벌대상인 '공무원'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라며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법원의 권한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의 해석 기준을 제시해 법원으로 하여금 그에 따라 당해 법률을 구체적 분쟁 사건에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간섭을 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 구조의 기본 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헌재가 다시 통제한다면, 헌재는 실질적으로 국회의 입법 작용 및 법원의 사법작용 모두에 해 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행정재판에 대한 통제 과정에서 정부의 법집행에 대해서도 통제하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국회와 정부, 법원, 헌재에 독자적인 헌법성 권한을 부여하고 그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던 현행 헌법 개정권자의 근본적인 결단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더라도 여전히 분쟁이 해결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우리 헌법이 전혀 예상하지 않은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법원 외부의 기관이 그 재판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없다"며 "그것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제27조 및 사법권의 독립과 심급제도를 규정한 헌법 제101조에 합치하는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적용기관으로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헌법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