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30% 인하했지만 고유가에 빛바래
리터당 탄력세율 조정해도 7% 인하 그쳐
국민 고통 극심한데…물가대책 속수무책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휘발유 판매 가격도 지난 12일 리터(ℓ)당 2064.59원으로 오르면서 지난 2012년 세운 역대 최고가 기록(2062.55원)을 10년 만에 넘어섰다. 경유 가격도 2000원대를 넘어서면서 휘발유 판매 가격과 엎치락 뒷치락 하는 모양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지난 달부터 최대치인 30%까지 높인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리터당 247원인 세금 감면보다 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값 오름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임은석 경제부 기자 |
지난해 첫 유류세 인하(20%) 조치 직전인 11월 11일(1810.16원)과 비교하면 휘발유 판매가격은 7개월만에 인하폭의 두배인 500원 가량 폭등했다.
현행법상 정부에 남아 있는 카드는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을 37%까지 늘릴 수는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유류세 인하폭을 7% 추가로 늘린다고 기름값을 잡기는 힘든 상황이다.
물가상승률이 6%를 향해 가고 서민들은 자가용 운행을 자제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 지고 있지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 연장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모습이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지급이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에 대한 요구에도 정부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지만 정부에서는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유류세를 100% 감면한 경우 세수가 줄어들고 내년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어 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재료비, 생활비, 임금 등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할 정부가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발 빠르게 나서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날 아침 출근길에 흘러나온 라디오 사연을 통해 기름값이 너무 비싸 자가용을 두고 버스를 타고 출근하기 시작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정부가 서민들이 체감하는 고유가의 고통을 깊게 생각해 법정 유류세 인하폭 확대 추진 등 전향적인 비상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