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길동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400m 옆으로 '존치에 준하는 이전' 합의
"쫓겨나면 상경투쟁 노동자 쉼터 제공 못해"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든 무료 숙식 공간이 재개발 계획으로 철거 위기에 처했다 재개발조합과의 합의로 회생 가능성이 열렸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꿀잠'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임시로 숙식과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표방하며 '사단법인 꿀잠'이 지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주로 서울에서 자신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소외 노동자들이 쉼터로 이용한다. 간단한 의료 지원도 하고, 단합대회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꿀잠이 위치한 신길2구역은 지난 2020년 3월 재개발조합이 설립되며 재개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꿀잠 측은 "이곳에서 내몰리면 비싼 부동산 값을 감당하지 못해 소외계층의 쉼터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며 시설 보존을 호소했다. 서울에서 투쟁하기 위해 상경하는 근로자들이 이용하려면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신길동에서 내몰리게 되면 땅값이 저렴하면서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꿀잠 존치 관련 협의 내용' 발표 기자회견. 조현철 사단법인 꿀잠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2.05.16 yoonjb@newspim.com |
꿀잠과 재개발조합은 지난 4월 서울시 코디네이터가 중재한 조정안을 기초로 해 '존치에 준하는 이전'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꿀잠의 새 터는 현 위치에서 동쪽으로 400m 떨어진 어린이공원 설치 예정 부지가 된다.
새 건물 신축 비용은 조합 측이 대는 것을 원칙으로 해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세부 금액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주 시기는 지구 전체 거주·점유자의 이주율이 80%가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잡아 정확한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이주 중 임시 거주 시설의 설치·임차 비용과 이사 경비도 조합이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정하기로 했다.
다만 신축 비용과 이주 기간 중 임시시설 거주 비용, 이사 비용 등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측이 협의 기간으로 잡은 사업시행인가까진 보통 1년 정도는 걸린다. 정소연 꿀잠 운영위원장은 "'존치에 준하는 이전' 약속이 원만하게 잘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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