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아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 일을 하는 즐거움이 어마어마하거든요(웃음). 인지도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제 없어요."
2006년 영화 '조용한 세상'으로 데뷔한 배우 한수연이 tvN '킬힐'로 연기 정점을 찍었다. 데뷔 후 긴 공백기를 보냈지만, 차근차근 쌓아왔던 내공을 이번 작품의 함신애를 통해 터뜨렸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한수연 [사진=스타잇엔터테인먼트] 2022.04.26 alice09@newspim.com |
"아직 캐릭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하고 끝내면 몸이 욱신거리잖아요. 지금도 그런 상태예요. 아직 몸도 회복이 안 됐고요(웃음). 신애가 워낙 감정 기복이 센 캐릭터라서 촬영하면서 실제로도 기분이 널뛰었거든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했던 작품이 끝나니 확실히 허전해요. 공허하고 외로운 감정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킬힐'은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들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와 성공과 질투에 눈 먼 여자들의 전쟁을 그렸다. 여기서 한수연은 UNI 홈쇼핑의 사장 현욱(김재철)의 아내이자 재벌가 막내딸, 할 말 안 할 말 안 가리는 신애로 분했다. 초반에는 재벌가의 갑질 사모님의 모습이 강했다면, 극이 진행될수록 엄청난 악역 에너지를 드러냈다.
"초반에 4부까지 대본을 받았을 때 이렇게까지 못 되고 안하무인은 아니었어요. 단순히 갑질하고 분노조절장애나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작가님이 나중에 캐릭터가 강해진다고 언지를 주시더라고요. 초반에 신애가 신경질을 낼 때 조금 더 강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뒤로 갈수록 신애가 폭주하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폭발하더라고요. 하하.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했고, 갑질을 해도 늘 뒷수습을 해주는 사람이 있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신애는 그런 기질을 타고 난 캐릭터라고 생각하면서 임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한수연 [사진=스타잇엔터테인먼트] 2022.04.26 alice09@newspim.com |
초반에 신애는 '갑질하는 사모' 정도의 모습이었지만 후반으로 향할수록 남편 현욱에 대한 광기어린 소유욕과 모란(이혜영), 우현(김하늘)과 대치하면서 악역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다.
"신애 홀로 초반과 후반의 갭이 컸다면 중심을 잡는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옥선(김성령)도 그렇고 우현과 모란도 이미 폭주를 했던 상태였어요. 그래서 같이 폭주기관차에 올라 탄 느낌이더라고요. 하하. 선배들의 캐릭터가 이미 폭주했기 때문에 저도 같이 올라탄 느낌이라 부담은 덜했죠. 오히려 선배들이 다 아름다우셔서 외적으로 부담이 컸어요. 하하."
신애는 안하무인이라는 것 외에도 '인간 에르메스' 같은 느낌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인물 설정이 있다. 그렇기에 다른 배우들 못지않게 늘 화려한 패션을 자랑한다. 이에 한수연은 "오히려 안쓰러울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애가 사실 집에서도 엄청 화려하게 입잖아요. 집은 쉬는 공간이라 바깥보다 편안하게 입는데 신애가 현욱과 같이 있는 공간이라 예뻐 보이기 위해 늘 화려하게 입고 꾸미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더라고요. 현욱에게 집착했지만 제가 봤을 때 신애는 현욱을 정말 사랑했거든요. 현욱이 신애의 세상 그 자체였고요. 사랑을 받기 위해, 예쁨을 받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불쌍해보였고요."
'킬힐'은 한수연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자, 악역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한수연 [사진=스타잇엔터테인먼트] 2022.04.26 alice09@newspim.com |
"초반에 '갑질 사모' 정도로 불릴 줄 알았는데 '사패(사이코패스) 사모', '소이오패스 사모'라고 많이 부르시더라고요. 하하.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말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됐어요. 또 제 분량을 늘려달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저도 드라마를 볼 때 꽂히는 캐릭터가 생기면 그 캐릭터가 나오길 기다리거든요. 저를 누군가가 기다려줬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감사한 거예요. 악역인데 많이 사랑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웃음). 자신감이 많이 생겼죠."
2006년에 데뷔해 17년차를 맞았다. 한수연이 대중에게 이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2016년 KBS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중전 김 씨를 연기하면서부터이다. 그때도 악역을 맡았다. 인지도를 높이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연기하는 게 너무 좋아요. 이 일을 하는 즐거움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일에 대한 애착도, 기쁨도 크고요. 대본을 받았을 때, 캐릭터를 표현할 생각에 촬영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분명 번아웃이 온 적도 있어요. '나만 연기를 짝사랑하나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요(웃음). 덜 주목받고 공백기가 있어도 작품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잘 지켰다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도 대본 리딩 때 이혜영 선배께서 '처음 봤는데 네가 제일 눈에 띈다'라고 해주신 적이 있어요. 이렇게 인정을 받으면 연기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죠(웃음). 인지도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제 없어요.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하하."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