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검장 "집단행동으로 뜻 관철시키려는 것 아냐
…절박함에 호소 드리는 자리"
중앙지검 1·2·3·4차장도 '중재안 우려' 조목조목 짚어…"심각한 수사 공백 초래"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과 관련해 정치권이 재협상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국 최대 검찰청 수장인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안 처리를) 한 번 더 살펴봐 달라"며 호소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3층 브리핑실에서 검수완박 중재안과 관련한 긴급 설명회를 열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정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021년 6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1.06.11 pangbin@newspim.com |
브리핑에는 이정수 지검장을 비롯해 정진우 1차장검사, 박철우 2차장검사, 진재선 3차장검사, 김태훈 4차장검사 등 중앙지검 수장들이 모두 자리했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중앙지검에서는 의견수렴이나 의견표명, 설명회 등을 갖는 데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국민 현안 사건이 가장 집중돼 있는 중앙지검마저 입장 표명을 할 경우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논지를 흐지리 않을까 주저해 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제 저희 중앙지검 역시 절박함 앞에 섰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급하게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은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검찰이 밥그릇을 지키려고 한다거나 전관예우, 돈벌이를 위함이 아니다"며 "(중재안 통과 시) 그만큼 국민 피해가 예상돼 말씀을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모습들이 집단행동으로 비치게 될지 조심스럽고 국민들 역시 검찰을 두고 '얼마나 잘났느냐', '겸손하지 않다' 그렇게 비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절박함에 호소드리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으로 우리의 뜻을 관철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한 번 더 (중재안에 대해) 살펴봐 주시기를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정진우 1차장검사는 중재안 설명회에서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범위 축소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 차장검사는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이 보완수사요구를 하더라도 이행 여부는 경찰의 선의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며 "충실한 이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검찰의 재보완수사요구-경찰의 송치 또는 불송치 등이 무한반복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철우 2차장검사는 수사검사 및 기소검사 분리의 문제점을 짚었다. 박 차장검사는 "수사권의 핵심은 강제수사권이고,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비춰 검사의 수사권은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라며 "실체진실을 파악하는 모든 행위인 수사는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게서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재선 3차장검사는 선거범죄와 대형참사 수사의 공백 우려를 지적했다. 진 차장검사는 "검찰이 직접수사해 온 선거사건들은 법리가 복잡하고 난해해 법률 검토와 증거 수집을 적시에 병행해 전문 수사 역량을 발휘해온 범죄들로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며 "경찰이 검찰의 전문 분야까지 소화할 역량을 단기간 구축하기는 불가능해 심각한 수사 공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태훈 4차장검사는 검찰의 직접수사 단계적 폐지 문제점과 관련해 "이는 그동안 축적된 거악 및 부패척결 수사 체계와 노하우를 해체해 버리는 것으로 우리 사회 부정부패 대응능력을 크게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검찰 직접수사 폐지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사법통제,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한 견제와 사법통제 문제와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1시간가량 3자 회동에 나섰지만 검수완박 중재안 재협상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양당 원내지도부는 지난 22일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지만 국민의힘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야권을 중심으로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를 검찰 직접 수사 분야에서 제외한 것은 '야합'이라며 재협상 요구가 분출되면서 합의는 결렬된 바 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