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관의 추가행정검토 결정 이후 사실상 이민 거절 상태
1심·2심 "사정변경 이유로 적법한 계약 해제...수수료 지급하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2011년부터 준비한 미국 취업이민절차가 무기한 지연되면서 알선업체와 계약 해제 및 수수료 지급 문제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지만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해외취업알선업을 영위하는 C사에게 계약 해제에 따른 수수료 지급을 명령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와 B씨는 지난 2011년 미국 이민취업을 목적으로 C사와 '비숙련공 취업이민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각 진행 단계마다 국외 수수료 1만8000달러씩 지불했다.
비숙련공 취업이민에 대한 미국 비자발급절차는 노동허가 신청과 승인, 이민청원서 제출과 승인, 미국국립비자센터 이송, 비자신청서 접수, 미국대사관 인터뷰 및 이민비자 발급 순서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들은 미국에 있는 에이전트의 과실 및 고용주의 과다모집 등으로 번번이 거절을 당하며 계약체결일로부터 노동허가를 받기까지도 4년 정도 소요됐다. 그리고 2016년 미국대사관에서 비숙련 취업이민에 대해 AP결정(영사가 신청 건에 대해 심층적인 조사를 하는 추가 행정검토)이 내려졌다.
여기에 미국대사관이 AP결정을 내린 건에 대해 이민국으로 다시 신청서류를 돌려보내는 결정까지 내려졌고 이후에도 절차상 아무런 진척이 없으면서 A씨와 B씨는 사실상 이민거절 내지 이민불가능의 상태가 됐다.
결국 A씨와 B씨는 C사에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수수료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AP처분 등은 계약 체결 당시 예상하지 못한 사정변경인 점, 피고의 설명과는 다르게 계약을 체결한 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으나 아직까지도 최종결정이 나지 않은 점, 최종결정을 기다린다고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고들에게 각 18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된 원고들의 소장 부분이 피고에게 송달됨으로써 이 사건 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됐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지급받은 국외수수료 1만8000달러 중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1만6200달러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다만 "외화채권을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해 청구하는 경우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 시세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는 기준시로 삼아야 한다"며 "이에 따라 피고가 반환해야 할 수수료는 각 1837만원이 되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으로부터 생기는 채권·채무의 내용을 이루는 급부가 일정 기간 계속 행해지는 경우 이는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며 "계약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계속적 계약인지 여부는 계약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와 사정, 목적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적 계약인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피고의 업무 중 알선 업무, 수속 업무 등 여러 부분이 이미 이행되고 상당한 기간이 흐른 경우 원고들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때는 민법 제550조의 '해지'만 가능할 뿐, 민법 제548조에서 정한 '해제'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계속적 계약 및 그 계약관계의 해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는 결정을 내렸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