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도 넘은 젠더갈등] ② '이대남·이대녀'를 거부하는 사람들

기사입력 : 2022년03월21일 08:01

최종수정 : 2022년03월21일 08:16

둘로 쪼개진 20대 유권자, 갈등 심화 우려
남녀갈등 심각성 평균 3.92점
젠더이슈에 묻힌 청년 정책 "차별과 혐오 멈춰야"

[편집자] 제20대 대선에서 '성별 갈라치기'가 선거전략으로 활용되면서 우리 사회 젠더갈등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대남'과 '이대녀'는 실제 투표에서 뚜렷하게 갈린 표심을 보여줬다.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두고 시민사회가 분열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여가부 존폐와 젠더갈등을 연결짓는 시각에 우려를 표한다. 뉴스핌은 '도 넘는 젠더갈등'이라는 연속보도로 과장된 젠더갈등의 실체와 향후 해법 등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유권자는 단연 20대다. 정치권은 이들을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로 부르며 선거 기간 내내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쏘아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큰 파장을 일으키며 대선의 핵심 의제중 하나로 떠올랐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대남·이대녀 담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치권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연일 젠더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젠더 이슈에 대해 20대 유권자들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대남·이대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 "나는 나, 이대녀·이대남도 아니다"

"당연히 기분 나쁘죠. 그거 완전 프레임이잖아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시은(21) 씨는 '20대 유권자가 이번 대선에서 이대남·이대녀로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개인마다 생각이 다른데 이대남은 보수, 이대녀는 페미니스트로 보는 자체가 갈라치기라는 게 김씨의 평가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20대 청년들은 일자리 문제, 주거 문제 등이 깊이있게 다뤄지길 기대했는데 오히려 성차별적 언어를 확산시키고 갈등만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인데 왜 이대녀라는 단어에 편입돼 원래 그런 생각을 가진 여성으로 평가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취업준비생 최원영(25) 씨는 "이대녀가 20대 여성을 설명할 수 없을 듯 이대남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당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20대 대부분은 평범한 대학생, 취준생들"이라며 "20대 여성이라고 모두 똑같은 정체성, 정치성향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 필승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01.18 photo@newspim.com

20대의 이같은 반응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국가보훈처 산하 재단법인 대한국인이 여론조사 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대선 전인 지난 3~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인 전 연령대 남녀 106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남녀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 유형별 심각성 인지 정도를 5점 척도로 평가하는 문항에서 응답자들은 남녀 갈등에 평균 3.92점을 줬다. 2020년 12월에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남녀갈등의 심각성이 3.77점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높아졌다. 특히 SNS를 매일 사용하는 고사용자의 경우 선거기간 남녀갈등의 심각성을 4.03점으로 평가, 저사용자(3.77점)보다 심각하게 인식했다.

◆ 정치 프레임에 가려진 진짜 청년 문제

이대남·이대녀 프레임에 대한 반발은 남성 사이에서도 나온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에서 활동하는 김연웅(27) 씨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이대남·이대녀라는 정체성으로 절대 청년들을 정의할 수 없다"며 "청년들 개개인을 이대남과 이대녀 두 부류 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달 9일 행동하는 보통남자들이 주최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 참석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정치와 언론을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세상이 여성을 차별하고 혐오해 목소리를 안 낼 수가 없었다"면서 "정치권이 자꾸 이대남을 호명하니 직접 나서서 20대 남성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게 됐다"고 외쳤다.

여가부 폐지 논란에 대해 김씨는 "차별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20대 남성의) 절대 다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통 남자들이라면 여성과 공존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대다수 사람들인데 차별주의자를 이대남이라고 부르면서 20대 남성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왜곡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젠더갈등이 애초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도구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와 함께 활동하는 변현준(21) 씨는 "젠더이슈에 입각한 차별의 방향이 여성에게 있는 상황 속에서 정작 20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젠더 때문이라는 식으로 돌아가는 정치 속에서 정작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의 문제들은 다 가려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고 성평등과 공존을 외치는 청년 남성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02.09 kilroy023@newspim.com

이어 "원래대로면 성차별 등 젠더문제 해결로 나가야하는데 정치권이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식으로 공론장으로 들고 나오면서 젠더갈등이 되어버렸다"며 "(이대남은) 사회 현상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사회 현상은 성차별"이라고 덧붙였다.

◆ "갈라치기는 이제 그만"

20대 유권자들은 오는 5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갈등보다 통합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준비생 지모(27) 씨는 "일부 유권자의 생각이 자극적으로 변하면서 정치인들도 자극적인 공약을 내세워 상대 젠더에 대한 경멸감, 무시를 더욱 키운 것 같다"며 "오는 지방선거나 일선 정치에서 화합을 우선시하는 매니페스토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혜린(22) 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논란에도 여가부 폐지를 고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긴 논쟁이 예상되지만 특정 성별, 특정 세대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방향보다 반드시 국민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무작정 폐지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했다.

 

filter@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코스트코, 한국 순이익 67% 미국 본사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거둔 연간 순이익의 60%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코스트코 한국 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이 2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회계연도보다 16%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대형 유통 업체 코스트코 매장 앞에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같은 기간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8%가량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8% 급증한 224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금은 15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에 이른다. 지난 회계연도에서도 코스트코코리아는 당기순이익(1416억원)을 뛰어넘는 2000억원(배당 성향 141.2%)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본사인 코스트코 홀세일 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7351명이다. 미국 본사가 챙기는 배당금은 1000억원이 넘지만, 정작 한국 기여도는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액은 12억2000만원으로 지난 회계연도(11억8000만원)보다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nrd@newspim.com  2024-11-19 14:32
사진
해임이라더니…김용만 김가네 회장 복귀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분식프랜차이즈 '김가네'의 김용만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만 회장은 지난 8일 아들인 김정현 대표를 해임하고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 회장의 아내인 박은희씨도 사내이사 등록이 말소됐다. 해당 내용은 지난 11일 등기가 완료됐다. 김가네 김용만 회장. [사진= 뉴스핌DB] 김 회장은 직원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김정현씨가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런데 최근 아들인 김 전 대표와 아내 박씨와 김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면서 스스로 대표이사직에 다시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김가네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가네 관계자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만 회장은 지난 7월 준강간치상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사내 경리 담당 직원을 통해 회사명의 계좌에서 수억 원 상당을 자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횡령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 회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아내인 박 씨의 고발로 알려졌다. romeok@newspim.com 2024-11-18 16:5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