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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의 측근과 공신

기사입력 : 2022년03월08일 18:12

최종수정 : 2022년03월09일 07:05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

수 백년 간 이어진 왕조의 기틀을 세운 군주들의 공통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저마다 다양한 답을 말할 것이다. 누군가는 명석한 두뇌에서 비롯한 지략을 들 것이고 누군가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주변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들 것이다. 아랫사람을 감화시켜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용인술은 말할 것도 없고 출중한 무예나 든든한 집안 배경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 되겠다.

그러나 역사를 찬찬히 돌아보면 왕조를 반석 위에 세우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비정함이다. 건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헌신한 개국공신도 수성(守成)에 걸림돌이 되면 과감하게 숙청하는 비정함이야말로 성공한 군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일관된 특징이다.

◆ 창업자와 공신

초패왕 항우에 맞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장을 누볐던 한신, 팽월, 영포의 헌신이 없었다면 유방은 절대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항우라는 끝판 대장이 없어진 후 한신, 영포, 팽월은 가마솥에 삶겨진 사냥개 신세를 면치 못했다. 또 역성혁명(易姓革命)의 논리적 체계를 정립하고 조선이라는 국가 운영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은 의심의 여지없이 조선 건국의 최고 공신이었다.

그런 그도 대업이 달성되자 마자 창업동료이자 군주였던 태종의 손에 죽었다. 어디 정도전 뿐이랴. 태종은 권력 장악과 통치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세력을 정리하기 위해 처남 4형제를 몰살하고 나아가 아들인 세종의 장인조차 죽였다.

기업이든 국가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사람에 달려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애당초 어려우니 널리 인재를 거두고 가려 쓰는 것이 국가경영의 핵심이다. 하물며 복잡다기하고 국가의 기능이나 크기가 엄청난 현대 국가에서는 더욱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창업기에서 안정과 성장이란 그야말로 지난한 과제이다. 권력 쟁취의 길보다 더욱더 변수가 많아진다. 성공과 성장의 길의 요체는 창업주의 최측근과 개국공신의 발호를 막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작은 기업들의 경영 컨설팅을 하다 보면 하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창업공신들이 감으로 해나가던 의사결정 과정을 시스템으로 대체하는데 성공한 기업들 만이 다음 단계로 뻗어나가는데 성공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작은 기업에 머물게 된다. 내가 사장님과 함께 이 회사가 여기까지 오는데 들인 공이 얼만데 내 의견을 무시하냐며 저항하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최측근 이자 창업공신으로서 누려오던 기득권을 빼앗기기 싫어하고 하던 대로 하고자 하는 습성이 시스템 정착에 저항하게 만든다. 성공한 창업주는 비정함을 감수해야 한다. 절대적 공로를 세운 측근일지라도 수성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배제할 수 있는 결단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수많은 실패한 창업자들은 '인(人)의 장막'에 둘러 쌓여 있는지도 모른 채 서서히 민심과 멀어지고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비참한 마지막에 봉착했다.

◆ 리더의 고뇌와 숙명

내일이면 탄생 할 새로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선거라는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다 보면 주변에 누구보다 혁혁한 공을 세운 측근,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핵심인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권력자가 신뢰하는 만큼 측근들의 영향력도 강해지고 부지불식 간에 측근은 권력이 되고 세력이 된다. 리더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이는 피할 수 없다. 측근이 리더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면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인재가 일할 공간이 사라진다. 듣기 좋은 말을 앞세워 면종복배하는 간신들과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탐하는 뜨내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렇게 힘들게 쌓아 올린 성취의 탑은 안에서부터 곪아가고 기세 등등하게 출범한 정권은 민심에서 멀어져 마침내 스러진다. 권력의 속성이 본디 그러하고 역사적 사례가 이를 증명해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귀 거슬리는 간언을 듣기 싫어함은 인지상정이다. 훌륭한 군주라해도 달콤한 세치 혀에 말년이 혼군(昏君)과 암군(暗君)으로 전락한 숱한 사례를 보면 간신을 이기는 군주가 없듯, 스스로 제어하지 않으면 같은 길을 가게 된다.

나보다도 나를 위해 더 헌신하고 충성한 측근과 공신을 내치는 것은 어쩌면 내 팔다리를 자르는 것보다 더한 고통일 수 있다. 인간적으로도 너무나 괴롭고, 나를 위해 기꺼이 궂은 일, 험한 일 해줄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주는 공포도 뒤따른다. 그러나 껍질을 깨야만 알에서 나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처럼 익숙하고 편한 것으로부터 단절해야만 전진할 수 있다.

우리 편에게 가혹한 리더가 되어 역사에 승리자로 남을 것인가, 우리 편에게 관대한 리더가 되어 패배자로 이름을 남길 것인가? 이 무겁고 하기 싫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나' 뿐만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리더의 고독한 숙명이 아닐 수 없다. 환관의 발호와 문고리의 실세화는 우리는 익히 보아온 낯익은 광경이다. 하물며 비밀이라곤 없다는 대명천지의 민주국가에서 인사권으로 대표되는 권력을 어찌 사용하느냐가 사람을 해치는 칼이 될 수도, 유익한 도구 일 수도 있게 된다.  

'윤핵관', '이핵관'에 둘러싸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결같이 '인(人)의 장막'이란 실패의 요소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런 핵심 관계자 일수록 이룸과 성취에 지족함이 절실하다. 오히려 문정부의 실세라던 '양정철'의 처신을 떠올려 장량(張良)처럼 표표히 떠나감도 괜찮지 않겠는가?

엄숙하고 처연한 역사의 담벼락에 무엇을 기록할 것이냐는 지고한 숙고와 시대의 소명을 일깨울 책임 또한 리더 스스로의 몫이다.

이근면 교수는 삼성그룹에서 37년 동안 인사조직의 최일선을 지휘했던 인사전문가다.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1년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11월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임명돼 공직사회 혁신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사처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과주의를 공무원 사회에 도입했으며, KTX 이용시 일반실을 타는 장관급 공무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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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콕 집은 트럼프...축산농 반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다음 달 1일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상황에서 한미 간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의 압박으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 등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카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농민단체의 반발과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광우병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美,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압박…韓, 농산물 카드 검토 28일 정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개방했다는 점을 연일 언급하며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며 "이제 우리는 호주에 (미국산) 소고기를 많이 팔 것"이라고 게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25 mj72284@newspim.com 이어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도 (개방) 요구를 받은 상태"라며 "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자.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고기 개방을 거부하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관세협상을 앞둔 한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 또한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20년간 비과학적인 무역 장벽 때문에 우리 소고기가 호주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 못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 농축산업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소고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USTR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타파하고 미국 국민이 주요 시장에 배제되지 않도록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연일 30개월 이상 소고기 개방을 압박하면서, 한국도 소고기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협상 품목 아래 농산물도 포함돼 있다"며 "농업이나 디지털 분야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간 협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농업분야 보호를 우선으로 두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개방 등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진열대 모습 <뉴스핌 DB> 그러나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일정 사유로 전날 취소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협상 태도에 불편을 느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쌀 시장 추가 개방 ▲유전자변형(LMO) 감자·사과 검역 완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농민단체 "관세협상에 농업 희생양 삼지 말아야"…대정부 투쟁 돌입 정부로서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한국은 현재도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액(38억4700만달러) 대비 57.4%를 차지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지난 2004년 1억300만달러에서 2012년 5억2200만달러, 2016년 10억3500만달러로 20억달러를 넘기다 2022년에는 26억2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17.5%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우리나라는 이른바 '광우병 파동' 이후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고, 우리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까지 수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당시 이명박 정부 지지율은 취임 2개월 만에 20%대로 폭락했고, 결국 정부는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일부 재협상했다. 다시 말해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섭취에 대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기반에 깔려 있다. 또 우리나라 연간 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은 40만8700톤으로, 미국 물량이 이중 13만2304톤(32%)을 차지한다. 쌀 개방은 WTO 규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한미 양자 간 협상체계가 불가능하다. 다만 미국이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을 미루는 국가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면서 국익 측면에서 조선·철강·반도체 등 산업을 보호하고 농산물을 희생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농민단체는 정부의 기류에 대거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이들 단체는 "미국산 농축산물은 이미 한미 FTA로 전면개방을 한 마당에 관세 추가 인하 및 비관세장벽까지 철폐된다면 농민 생존권 말살과 함께 국내 농업생산 기반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한다. 이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연령 제한과 사과에 대한 식물검역은 국내법과 WTO 등 국제협정 등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농축산물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한미 관세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요구가 묵살될 경우 대대적인 추가 농민항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4.03 leehs@newspim.com plum@newspim.com 2025-07-2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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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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