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공보물·수어통역 미비
발달장애인 참정권은 더 열악…이해하기 쉬운 자료 만들어야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우리가 투표를 못 하는 것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다!"
20대 대통령 사전투표 첫 날인 4일, 장애인들은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가 마련된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피플퍼스트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 참정권 대응팀(대응팀)은 이날 오전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유권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참정권을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장애인 참정권 대응팀이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 앞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03.04 heyjin6700@newspim.com |
이날 기자회견 전에 사전투표를 했다는 발달장애인 김대범(29) 씨는 "투표 용지도, 봉투도 작고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 방법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어려웠다"며 "투표하는 방법을 대자보로 벽에 붙여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공보물도 마찬가지였다. 쉬운 내용으로 된 공보물이 없었다"며 "사진이나 그림은 적고 온통 작은 글로만 적혀 있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공보물을 보는데 멍하고 새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서 활동했다는 한인섭(62) 씨는 "사지마비로 전동휠체어를 타는 분들이 있는데 투표하는 공간 자체가 그분들에게는 너무 작더라. 비밀 투표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한글을 모르는 발달장애인들도 있는데, 그 친구들이 후보의 얼굴이나 이름은 알고 투표를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해주는 게 평등"이라고 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보통, 평등, 직접, 비밀 선거라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4원칙이 도입된 지 74년이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장애인의 참정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지체장애인 등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 모두 접근할 수 있는 1층 투표소 설치 조차도 의무조항이 아니라 예외적용 조항이 있어서 실제로 설치되지 않아도 되는 등 여전히 장애인이 접근조차 못하는 투표소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등에게 선거 정보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국장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명백히 수어통역이 보장되어야 하나 여전히 문자나 자막, 수어 중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선거방송에서는 여전히 수어통역사 한 명이 여러 후보자를 통역해야 해서 제대로 된 선거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이 더욱 열악하다고 짚었다. 대응팀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명시조차 되지 않아 유권자로서 동등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한다"며 "10년 가까이 이해하기 쉬운 자료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그 어떤 연구사업 하나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응팀은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해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한 투표소 선정 ▲선거 전 과정에서의 수어통역과 자막제공 의무화 ▲시각장애인 점자공보안내물, 비장애인과 동등한 제공 의무화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공정성 보장 제도 마련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 정보제공 ▲투표보조 시 공적 조력인 배치 ▲그림투표용지 도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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