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곡물 인상분 반영 가능성도"
삼양 "스위프트 제재로 영업 제한"
넉 달 연속 3%대 소비자물가 상승세...고민 빠진 식품업계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의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한 국내 식품기업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축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팔도와 오리온 등 러시아에 진출한 기업의 생산과 영업활동 위축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하반기 라면 값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 러시아 축출 결정 이후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대금 결제에 비상이 걸렸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發 곡물값 인상으로 우크라 사태가 장기화될 시 하반기 라면값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美 정부 경제 제재에 오리온·팔도 예의주시 vs 삼양 "영업 활동 제한 있어"
미국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가 본격화 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러시아 내 영업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는 최근 러시아에 대해 '스위프트' 배제를 결정하고 우리 정부에도 동참을 호소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달 28일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개국의 11000개 금융기관(중앙은행 포함)이 국제 거래 결제에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된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과 개인 모두 수출입 대금 결제와 해외 대출·투자가 모두 막힌다는 의미다. 사실상 글로벌 교역에서 배제될 수 있어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를 두고 '금융의 핵무기'로 부르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일과 캐나나 등 동맹국들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경제적 대가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국내 기업도 있다. 삼양식품은 "스위프트 제재로 일상적인 영업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갑작스러운 미국 정부의 발표로 아직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제재에 러시아 중앙은행의 국제보유액 제한도 포함했지만 모든 은행으로 확산되진 않았다. 이에 대부분의 국내 유통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거래하고 있는 은행이 제재 대상 기관이 아니라 당분간은 안심하고 있는 단계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기간과 제재 기간이 엇갈린 업체도 있다. 농심 관계자는 "연 단위로 계약을 하기에 이미 대금을 받은 상태"라며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 곡물 가격 상승 12월 최고치...식품업체, 비축분·수급처 다양화 모색
밀을 비롯한 곡물값 인상도 새로운 뇌관이 될 전망이다. 라면, 과자와 같은 식품값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일단 팔도와 오리온 등 러시아 현지 공장을 세워 생산과 판매를 하는 업체들은 재고분 비축 등으로 당분간은 안정적인 상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대부분의 업체가 말을 아꼈다.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넉 달째 3%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4대 곡물 수출국이다. 우리나라가 두 국가에서 지난해 수입한 밀가루와 옥수수는 약 1200만톤이다. 특히 빵과 면 과자 주원료인 밀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밀 자급률(사료용 제외)은 2019년 0.7%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전체 곡물 자급률 3.4%로 OECD국가중 제일 낮다.
문제는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추후 감내할 수 없는 시점이 오면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라면은 장기간 가격을 올리지 않은 상품이었지만 주요 기업에서 가격을 올리면 같이 올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오리온 측은 "아직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유통학회장인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곡물 가격 가격상승 추세가 이어지는 등 뚜렷한 인상 요소가 있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 있다"며 "다만 지금 전반적으로 소비재가 오르고 있어 하반기 이후 등 뒤이어 곡물 가격 상승분이 반영 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수입한 밀가루 원료 소맥(442만2000t)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에서 수입한 중량은 40만3700t으로 전체의 9.1%다. 옥수수는 1165만3500t 가운데 두 국가에서 수입한 양이 66만9600t으로 27.6%였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2.02.28 aaa22@newspim.com |
지난해 12월 곡물 수입액은 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 금액은 지난해 11월(8억 494만달러)부터 12월(8억 9567만달러), 올해 1월(8억 3865만달러)까지 3개월 연속 8억달러를 넘었다.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다.
오리온과 팔도는 '국민 초코파이와 라면'으로 불릴 만큼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 연 매출이 역대 최대인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지에서 공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 역부족이라서 공장 한 곳을 더 꾸릴 만큼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3개월치 분량의 원재료를 확보해 수급 부족 문제에 대비하고 있고, 러시아에선 내수기업으로 분류된 상태로 원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해 수급하고 있다"며 "전쟁이 반발하거나 원자재 부족 시 중국 법인을 통한 조달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 생산 설비를 가지고 있는 팔도도 대응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hy 계열사인 팔도는 1991년 현지에 진출한 이래 용기 라면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hy 관계자는 "비축분도 있고 원자재 확보와 상품 생산에 차질이 없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갖고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물류 상황이 나쁘지 않은 상태"라며 "원자재 대부분이 미국과 호주산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은 2~3개월 이후에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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