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현대차·한화 등 동참
"중소 협력사 자금난 해소 취지"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명절을 앞두고 협력사를 위해 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대기업 행렬이 이제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당초 2000년대 초부터 정부 눈치에 극소수 기업만 못내 진행하던 일이 최근에는 '상생경영'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은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물품 대금을 설 명절에 앞서 미리 지급했다. 지난 25일 삼성전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시작으로 각 회사별로 물품 대금 조기 지급이 이뤄진다.
재계 5대 그룹 [사진=뉴스핌DB] |
LG그룹 역시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사를 돕는 차원에서 1조30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했다. 조기지급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가 나섰다.
한화그룹도 1500여곳의 협력사 대금 900억 원가량을 조기지급 했고, 현대자동차그룹도 3000여곳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납품대금 1조4402억원을 조기지급 했다.
이동통신 3사도 명절 전 납품대금 조기지급 행렬에 동참했다.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 등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 악화를 겪는 협력사를 돕는다는 취지로 납품 대금을 조기에 지급했다.
SKT 관계자는 "중소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재정 부담을 경감하고 이를 통해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기업들의 납품대금 조기지급은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가 신호탄을 쏘면서 점차 확산되기 시작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부터 명절 전 물품 대금을 앞당겨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사의 거래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했다.
이후 협력사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자발적 참여가 적극 늘어났고 이제는 '긍정적인 관행'으로 굳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대기업이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하면 원자재 재금 결제 부분뿐만 아니라 명절 전 직원들 상여금이나 임금 지급도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어 '일석다조'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들 기업 외에 다른 곳들도 상생경영을 위한 납품대금 조기지급 등 동반 성장을 위한 움직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SG닷컴은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드물게 지난해 추석부터 협력사 조기 대금 지급에 동참했고, 올 설에도 830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500억여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조기에 지급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 협력사의 경우, 자금집행이 쏠리는 명절 전후로 자금난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더 적극적으로 납품대금 조기집행에 나서면서 협력사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