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도 상속세 공제대상 포함
26년만에 새로운 심판례 확립
"사회·경제적 인식 변화 반영"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 A군은 엄마 뱃속에 있던 태아 상태에서 아빠가 사망했다. 아빠가 세상을 뜨고 수개월 후 태어난 A군 가족에 대해 과세 당국은 상속세를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 또는 자녀에게 적용되는 상속세 공제는 적용되지 않았다. 과세 당국은 A군이 부친이 사망할 당시 태어나지 않아 '미성년자' 또는 '자녀'로 간주하지 않아 상속세 공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법에서는 자녀에게는 상속 시 1인당 5000만원을 공제한다. 자녀가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추가로 일정금액(1,000만원 X 만 19세가 될 때까지 연수)을 공제하게 돼 있다.
하지만 과세 당국은 '태아'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이같은 공제 적용없이 상속세를 매긴 것이다. 가족들은 출생한 A군을 청구인으로 조세 당국의 상속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조세심판원에 과세 불복 청구를 했다.
2년여 만에 결과가 나왔다. 조세심판원은 '뱃속의 태아'도 '사람'으로 인정하고, 자녀공제와 미성년자 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심판을 내렸다.
[자료=무료사진사이트 pexel.com] 2022.01.27 fair77@newspim.com |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원장 이상율)은 조세심판관합동회의에서 태아에 대해서도 상속공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조세심판관합동회의는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면서도 명문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상속공제 혜택 또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명시했다.
피상속인의 사망에 따른 경제적 충격 등을 완화해 상속인의 생활안정을 돕는다는 상속공제의 원래 취지에도 반한다는 점도 판결 근거로 들었다.
그동안 과세당국은 법령에 명시돼 있지 않고, 조세행정과 관행이라는 편의주의에 따라 태아에 대해서는 상속공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세심판원은 1996년 심판례에서 태아에 대한 상속공제를 미적용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이같은 조세행정 편의주의를 뒷받침했다. 이후에도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심판례가 있다는 이유로 줄곧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26년만에 새로운 심판례를 확립하면서 '태아도 사람이다'는 인식을 과세 당국에 확실히 정립했다.
조세심판원은 "시대흐름과 사회·경제적인 인식변화를 적극 반영한 심판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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