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피플 인터뷰

속보

더보기

[미술삼프로에게 듣는다]①주연화 "옥석 더 가려진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글로벌 미술계 20년 누벼온 주교수
"작품별 가격차 더 벌어질 것"
"유럽·미국 주도 현대미술, 亞 곧 패권 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이른바 '불장'이라 불렸던 2021년에 이어 세계 미술시장은 올해도 호황이 예상된다. 글로벌 미술계를 리드하는 하우저앤워스,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즈워너, 화이트큐브 등의 메가 갤러리들은 연초부터 야심찬 기획전을 쏟아내며 2022년 전시스케줄을 공표했다. 기존 프로그램과는 전혀 궤를 달리 하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지구촌 컬렉터들을 빨아들인다는 전략이다.

경매회사들도 이에 질세라 전열을 다지고 있다. 소더비 경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인 73억달러(한화 8조7000억원)를 달성하며, 크리스티 경매(71억달러, 8조5000억원)를 2위로 밀어낸바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올해를 신규 컬렉터및 MZ세대 컬렉터를 더욱 확실히 유인하는 해로 삼고, 다채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이와함께 온라인경매와 NFT디지털아트 부문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세계 미술시장에 호황의 새 시대가 왔듯 한국 미술시장 또한 예전의 시장이 아니다. 바야흐로 아트컬렉션에 '전쟁'이 시작됐다. IT와 벤처, 주식및 부동산으로 유동성 자금을 확보한 슈퍼리치들은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보고 매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소득의 MZ세대 또한 블루칩 작품 투자에 팔을 걷어부쳤다. 미술시장에 이처럼 신규 컬렉터가 대거 유입되며 올해도 뜨거운 호황이 예고된다. 그러나 한국 미술시장의 토대는 아직 허약하다. 1월초 화랑과 경매사간 갈등이 불거져 나왔고, 외국 유력 갤러리의 잇딴 서울지점 개설로 화랑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막 미술품 수집에 발을 들여놓은 컬렉터들은 변화무쌍한 아트마켓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이 날로 커져간다.

이에 뉴스핌은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3인의 전문가에게 한국 아트마켓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보는 '미술 삼프로에게 듣는다'를 기획했다. 그 첫번 째로 아라리오갤러리와 갤러리현대의 디렉터로 20여년간 글로벌 미술계를 누벼온 주연화 교수(홍익대학교)를 만나, 호황의 미술시장을 진단하고, 향후 트렌드를 예측해봤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국내외 미술시장에서 20년간 활약하고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주연화 교수. 아트마켓에서는 모든 작품이 다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옥석을 가려 수집할 것을 권했다. [사진=뉴스핌 DB] 2022.1.18 art29@newspim.com

미술시장 전문가로서 최근과 같은 호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일각에선 벌써 거품론도 나온다.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호황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호황이 이어졌다. 특히 2006년과 2007년의 미술시장 열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 등이 파산하며 미술시장이 곤두박질쳤다. 한국도 빠르게 시장이 얼어붙으며 작품값이 급락했다. 그러다 2012년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성장으로 점차 회복됐고, 2017년 중국이 성장의 고삐를 죄면서 살짝 조정을 받긴 했으나 완연한 호조세로 돌아섰다. 특히 근래들어 핀테크, 온라인 비즈니스, 가상화폐 투자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부자들이 등장하고,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미술투자도 늘며 장이 뜨거워졌다. 이 흐름을 주목한 젊은 부유층이 가세하며 시장의 사이즈가 갑자기 커졌다. 코로나팬데믹으로 가로막혔던 시장이 다시 풀리며 '불시장'이라 불러도 될정도다. 지난해 내 주변의 갤러리스트들은 모두 엄청난 수요에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런데 2007년에 유입된 고객들은 자신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묻지마식 투기(스페큘레이션)를 했다. 하지만 요즘 신규 컬렉터들은 다르다. 과거의 묻지마식 투자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한결 스마트해진 20~40 컬렉터들은 본인의 취향도 분명하고, 공부도 많이 한다. 물론 정보력도 대단하다. 때문에 미술시장 호황은 적어도 2,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문제는 주식 및 부동산시장, 금리인상 등 아트마켓 외적 시장요인을 잘 살피며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규 컬렉터가 모두 현명한 투자를 하는 건 아닐텐데. 물론 예외도 있다. 별로 신통치않은 작가인 데도 '투자메리트가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작품을 허겁지겁 구매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믿을만한 갤러리나 딜러로부터 작품을 사면 그렇지 않을텐데 안타깝다. 외국의 애매(?)한 갤러리와 직거래를 하며 가짜작품을 사들여 속을 끓이는 고객도 봤다. 도처에 수상한 꾼들이 널려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신규로 편입된 컬렉터들은 대부분 실력이 만만찮아 당하는 예는 많지 않다. 이들은 자금력도 탄탄해 호황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작품별, 작가별로 약간의 숨고르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장사이즈가 확연히 커져 그 폭은 작을 거라 본다. 국내 뿐아니라 전세계 마켓이 공히 호황인 점도 활황세를 유지하게 할 요인이다. 단 급격하게 거품이 낀 작품, 국내 시장에 국한된 '안방용 작품'은 가격이 빠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작품은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다. 옥석이 확실히 가려진다는 얘기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최근 20년간 두드러진 변화를 요약한다면? 10년, 20년 후는 어떻게 예측하나? 극단의 자본주의, 세대의 전환, 디지털의 확장과 동시에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 이를 '피지털'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아트마켓은 현재 물리적 세계와 비물질적 세계, 오프라인과 온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 중이다. 그 가운데 디지털 공간에서 미술을 전시하고, 소유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더욱 확장될 것이다. NFT아트와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마켓이 될 거라 본다. 양극화 현상도 커질 것이다. 모든 작품이 공평하게 가격이 오르는 현상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살 때 잘 사야 한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주연화 교수가 아라리오 총괄디렉터로 재직하며 선보인 인도네시아 작가 에코 누그르호의 자수회화 'A Pot Full of Peace Spells'. [사진=아라리오갤러리] 2022.1.18 art29@newspim.com

한국미술계에서 20년간 글로벌 마켓을 최전선에서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 꼽힌다. 아트마켓에 들어온 계기는.대학시절 전공은 철학이었다. 딱딱한 철학강의만 듣다가 우연히 수강한 미술사 수업에 흠뻑 매료돼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그리곤 유학을 준비했는데 지도교수 추천으로 천안의 한 갤러리(아라리오)로 면접을 보러갔다. 취업할 생각은 없었으나 천안 거리에 키스 해링, 데미안 허스트 같은 유명작가의 대단한 조각들이 놓여있는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그리곤 초짜 큐레이터임에도 저돌적으로 일했다. 밤새 일 생각을 거듭하다가 새벽 5시에 출근할 정도로 일중독이었다. 나를 뽑았던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은 해외출장마다 데리고 다니며 일을 배우게 했다. 김 회장은 '천안을 뉴욕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각국의 중요한 현대미술품을 컬렉션했다. 가고시안, 화이트큐브 같은 톱 갤러리의 거물딜러, 세계적인 작가들과 일했으니 내게는 더없이 값진 경험이자 훈련이었다. 물론 고생도 무지하게 했다.

미술품 투자자를 감상이 주목적인 경우, 즐기면서 투자수익도 기대하는 경우, 투자가 목적인 경우로 분류했다. 과거에는 감상과 향유가 주목적이었다. 미술품을 재판매(리세일)해 수익을 거둔다는 개념도 별로 없었고, 재판매할 수 있는 채널도 많지 않았다. 수집을 위한 수집, 곧 진정한 컬렉터들의 시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판매 채널이 크게 증가해 누구나 리세일과 수익창출이 가능해졌다. 이에 작품감상을 즐기면서 투자수익도 기대하는 컬렉터들이 크게 증가했다. 시장이 호황일 때는 오로지 투자만 목표로 하는 그룹이 급등하는데, 이들은 컬렉터라기 보다 '트레이더'이다. 투기 목적의 고객은 시장이 안 좋아지면 가장 먼저 작품을 손절하고 빠져나간다. 작품을 내던지듯 하고 등을 돌리는 단타족들로 인해 시장이 다소 출렁일 소지도 없지 않다.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MZ세대, IT및 금융계 고객은 기존 고객과 어떻게 다른가? MZ세대와 IT및 금융계 고객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MZ세대는 정보취득력이 좋고, 취향도 분명하다. 예산이 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타나면 주저없이 구매한다. 하지만 중장년 고객보다 작품을 보유하는 기간은 현저히 짧다. 2021년 UBS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MZ세대의 평균 작품보유기간은 3-4년에 불과하다. 한편 IT계 컬렉터들은 온라인 세일을 즐기고, NFT아트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이들이 디지털 아트만 구입하는 건 아니다. 해외의 거물급 IT컬렉터 중에는 자코메티 조각같은 최고의 블루칩에 거침없이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시각예술 부문을 정책적으로 육성해온 영국이 전통의 미술강국 프랑스를 눌렀다. 영국 현대미술이 한동안 강세였다가 최근엔 프랑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심은 언제든 이동하는 법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중국 최고의 예술시장인 상하이에서 8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자면 영국-독일-미국에서 이제는 아시아 작가로 판도가 이동 중이다. 한국 컬렉터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중국미술과 일본미술,한국미술이 차지하는 비중과 특징은?중국이 대부분, 그리고 일본, 인도 순이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이다. 물론 중국 작품 중 상당수는 '내수용 작품'이지만 워낙 로컬시장의 사이즈가 커서 글로벌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가능하면 글로벌로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국내마켓에 안주하는 '로컬형 작품'이 많다. 이를 뚫는 게 관건이고, 결국은 작가와 화랑에 달렸다. 국내용 작품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짝하고 값이 오를지 모르나 5~10년 이후까지 인기가 계속 유지되긴 힘들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미술현장을 수년간 경험하며 그 특징을 연구했다. 중국 미술시장은 글로벌 넘버1이 될 수 있을까? 최근 NFT아트의 주요 구매자들은 대부분 아사아계 핀테크 거부들이고, 이들은 화교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경매를 통해 NFT아트를 구매한 아시아계 거부들은 이제 쟈코메티,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같은 '웨스턴 아트'를 사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톱 갤러리들은 홍콩과 상하이에 지점을 열거나 현지인력을 기용해 중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부는 서울에 지점을 내고 있다. 크리스티, 소더비의 딜러들도 아시아를 수시로 찾아 신흥부호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바쁘다. 20세기 초중반 유럽에서 미국으로 시장이 넘어왔듯, 이제 아시아로 그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 시장적 측면에선 중국이 '글로벌 넘버1'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미 마켓의 축이 중국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국제적 수준의 미술관, 갤러리, 작가, 기획자, 비평, 아카데미가 여전히 부족하고, 미술계 전반의 컨텐츠 수준이 떨어져 '진정한 넘버1'이라 하기엔 곤란하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요즘 한국에서도 쿠사마 야요이 열풍이 대단하고, 나라 요시토모, MR 등 일본 작가 작품의 인기가 엄청나다. 또 이즈미 카토, 수수무 카미조 같은 젊은 작가 작품도 날개 돋힌듯 팔린다. 왜 인기일까? 두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글로벌하게 알려진 블루칩 작가는 다카시 무라카미,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가 꼽힌다. 그런데 무라카미와 요시토모에 비해 쿠사마의 작품값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미술사적 가치를 보면 쿠사마가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아니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쿠사마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가 한동안 저평가됐기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젊은 세대들이 미술시장에 많이 들어온 것도 이유라 하겠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고 자란 세대이기에 일본의 감각적인 현대미술을 저항감 없이 받아들인다. 이들은 쉽고, 직관적인 작품을 좋아하고, 맘에만 들면 주저없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NFT아트가 부상 중이다. 일부 문제도 있으나 확산이 예고되는데. 블록체인은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이에 기반한 디지털 이미지의 NFT화는 지적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어서 앞으로 확장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문제점도 있다. 과도한 가격상승이라든가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NFT아트를 유통하는 업체의 등장이 그 것이다. 그러나 도도한 흐름은 벌써 시작됐다. 누구도 거스릴 수 없고, 실력있는 프론티어들이 디지털 아트마켓을 장악할 것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기자=전위적인 퍼포먼스 페인팅 작업으로 국제미술계에서 각광받으며 최근 글로벌 톱갤러리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건용의 2020년 작품 'Bodyscape 76-1-2020', 캔버스에 아크릴릭, 152x171.5cm [사진=갤러리현대] 2022.1.18 art29@newspim.com

개인적인 스토리도 궁금하다. 20년 현장경험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기억나는 순간들이 많다. 우선 2005년 런던에서 아라리오 베이징의 개관을 알리는 이벤트를 열었던 때가 생각난다. 베이징에서 대형 창고건물을 개조해 현대미술 갤러리로 만들었는데 그 과정을 독립영화처럼 찍은 후, 런던의 미술계 인사들을 모아놓고 맥주파티를 하며 공개했다. 그러자 런던 바닥에 아라리오 베이징에 대한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졌다. 색다른 홍보로 첫 출발을 효과적으로 알린 것이다. 2011년에는 갤러리현대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외국 미술관 공략과 해외 아트페어 진출에 주력했다. 2012년 갤러리현대는 '프리즈 뉴욕'(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했는데 이 때 실험미술가 이승택의 작품(1959년작)을 아주 특색있게 전시해 영국 테이트미술관에 판매했다. 그러자 테이트의 이사진(보드멤버)과 슈퍼컬렉터들이 앞다퉈 이승택 작품을 샀다. 페어에 나온 작품 10여점이 대부분 팔렸다. 정말 짜릿했다. 개인적으로 외국의 정상급 미술관에 작품을 판매한 첫 경험이었고, 이승택 작가로서도 해외 미술관과 세계적 컬렉터에게 작품을 판매한 첫 사례였다. 2014년 중국에서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아라리오가 중국 베이징에서 대규모로 운영하던 갤러리가 적자누적 등으로 철수가 결정된 때였다. 현지로 발령받은 나는 베이징에 있던 아라리오의 본거지를 상하이로 옮길 것을 회사에 제안했다. 힘들게 개척했던 중국에서의 기반과 평판을 허무하게 잃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하이에 새 화랑을 만들면서 아라리오는 글로벌 아트마켓의 최전선에 설 수 있게 됐고, 국제경쟁력도 다지게 됐다. 나 자신도 상하이에 체류하며 중국미술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속속들이 경험할 수 있었다. 지난해 신뢰할만한 중국 사업가의 투자까지 받아내 곧 상하이 웨스트번드에 최신의 아라리오상하이가 문을 열고 신사업을 전개한다.

시장전문가로 그치지 않고 대학강단에도 서게 됐다. 미술관 학예사를 생각하고 미술계에 들어왔는데 시장전문가가 됐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실무자를 뛰어넘어, 시장 전체를 분석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싶어 학업을 병행하게 됐다. 20년간 경험한 미술시장의 경험과 인사이트를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었는데, 박사학위를 받고 홍익대학교에서 강의하게 됐다. 현장업무도 흥미롭지만, 올해부터는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려 한다. 지난 20년동안 해외프로젝트와 아트페어 참가를 위해 외국에 머무는 날이 더 많았다. 한 달에 대여섯 번씩 여행가방을 쌌다, 풀었다 한 적도 있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넓은 세계에 도전하고, 많은 후배들을 기르고자 한다. 물론 미술경영이라는 학문은 실용학문이기에 현장을 늘 주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단에 서면서도 현장과의 끈은 놓지 않을 것이다.

미술시장을 정확히 꿰뚫어 보려면 미술사를 알아야 하는데. 이론의 중요성은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미술품은 '상품'이 아니다. 미술품이 지닌 복합적인 가치들, 즉 미술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 경제적 가치 등이 입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술사적 가치를 모른다면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살필 수 없게 된다.

국내외에서 롤모델이 될만한 컬렉터를 지근거리에서 많이 접했을 것이다. 그들의 특징은? 작가가 그 작품을 만든 심리와 컨셉을 정확히 읽어낼 줄 안다.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을 정말 끝없이 보고, 공부도 줄기차게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잘 아는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바로 그런 예다. 말레이시아의 컬렉터 아즈만도 좋아한다. 열정적인 수집가인 이즈만은 자신의 취향이 분명하고, 일반 대중과 작품을 공유하려 한다. 필리핀의 컬렉터 폴리노도 롤모델이다. 그는 아트페어 때마다 "우리 필리핀 작가 작품 없느냐?"고 묻는다. 한국의 슈퍼컬렉터들도 해외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진다면 유수의 갤러리들이 한국 작품을 소개할 것이다. 그런 컬렉터를 보고 싶다.

당신도 개인적으로 컬렉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작품인지 귀뜸해달라. 자연스럽게 조금씩 사왔다. 끌리는 작품을 주로 샀는데, 가끔 안사곤 못 베길 작품을 만나곤 한다. 그동안 고객의 컬렉션만 신경 써왔는데 앞으론 나의 컬렉션도 방향성을 만들고 싶다. 정강자의 1970년대 강렬한 자화상, 김순기의 타겟 페인팅, 이우환의 1980년대 '바람', 케이지 우에마츠의 1970년대 사진, 이건용의 페인팅 등 나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을 모았다. 미술사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게 컬렉션에서도 나타난다. 앞으로도 의미있는 작품들을 가능한 범위에서 꾸준히 수집할 것이다.

#주연화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글로벌MBA, 서울대학교에서 미술경영 박사를 취득했다. 갤러리현대 기획실장, 아라리오갤러리 한국 중국 총괄디렉터, 아라리오상하이 법인장을 역임했고, 독일국가브랜드혁신회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9년 코로나로 귀국한 후 아라리오 총괄디렉터로 활약했고 현재는 아라리오갤러리 고문이자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작전 실패·산책 주루·견제사까지…디테일 무너진 LG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가을야구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실력만이 아니다. LG는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에서 작전과 주루, 수비까지 잇따라 허점을 드러내며 벼랑 끝에 몰렸다. LG는 1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PO 2차전에서 KIA에 3-6으로 패했다. 전날(17일) 1차전에서도 1-5로 무릎을 꿇었던 LG는 시리즈 전적 2패를 기록하며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뉴스핌] 17일 KIA와의 준PO 1차전서 도루 실패와 주루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으로 논린을 일으킨 LG의 박동원. [사진 = LG 트윈스] 2026.10.18 wcn05002@newspim.com 선발투수의 부진과 타선의 침묵도 뼈아팠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기본적인 플레이에서 반복된 실수였다. 1차전에서 작전 실패와 안일한 주루, 연속 수비 실책으로 흐름을 내줬던 LG는 2차전에서도 결정적인 견제사로 추격 기회를 날렸다. 가장 뼈아픈 장면은 2차전 3회초였다. LG는 경기 시작부터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선발 임찬규가 1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는 동안 6안타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5실점했다. 정규시즌 공동 다승왕이 0.1이닝 만에 강판되는 충격적인 출발이었다. 그러나 LG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존 케네디와 이우찬 등 불펜진이 추가 실점을 막았고, 3회초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박동원이 2루타를 때려냈고, 구본혁이 중전 적시타로 박동원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1-5로 추격한 LG는 박해민의 안타까지 나오면서 1사 1, 2루 기회를 이어갔다.  송찬의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2사 1, 2루가 됐지만 여전히 기회는 남아 있었다. 타석에는 올 시즌 타율 0.338, 39홈런, 122타점을 기록한 오스틴 딘이 들어섰다. 안타 하나면 추가 득점을 기대할 수 있었고, 장타가 터진다면 단숨에 점수 차를 좁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뉴스핌] 17일 KIA와의 준PO 1차전서 도루 실패와 주루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으로 논린을 일으킨 LG의 박동원. [사진 = LG 트윈스] 2026.10.18 wcn05002@newspim.com 하지만 오스틴이 승부를 마치기도 전에 이닝이 끝났다. 1루 주자 박해민이 리드 폭을 길게 가져가다가 KIA 포수 한준수의 견제에 걸려 태그아웃됐다. 어렵게 만들어낸 2사 1, 2루 기회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박해민은 빠른 발과 주루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선수다. 그러나 당시에는 무리하게 추가 진루를 시도할 이유가 크지 않았다. 이미 득점권에 주자가 있었고, 타석에는 LG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중 한 명인 오스틴이 있었다. 한 베이스를 더 얻기 위해 감수한 위험이 지나치게 컸던 셈이다. 더욱 뼈아픈 것은 LG가 막 추격을 시작한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1회 5실점이라는 악재를 딛고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지만, 스스로 공격을 끝내면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LG는 5회초 박해민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만회했으나 7회말 나성범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다시 2-6으로 벌어졌다. 8회초 문정빈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었지만 거기까지였다. KIA 선발 아담 올러는 6이닝 6피안타 8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고, LG는 3점을 얻는 데 그쳤다. 이날의 견제사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전날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1차전 3회초, LG는 1-1로 맞선 상황에서 선두타자 박동원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무사 1루 기회를 잡았다. [서울=뉴스핌] 17일 KIA와의 준PO 1차전서 도루 실패와 주루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으로 논린을 일으킨 LG의 박동원. [사진 = LG 트윈스] 2026.10.18 wcn05002@newspim.com 다음 타자 구본혁은 초구에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를 시도했지만 파울을 기록했다. 이후 LG 벤치는 같은 작전을 다시 시도했다. 그러나 KIA 배터리가 이를 경계했다. 제임스 네일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바깥쪽 높은 공을 던졌고, 2루로 뛰던 박동원은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선택한 작전이 오히려 주자를 지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이후 홍창기와 박해민의 연속 안타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작전 실패로 주자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득점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경기 후 양 팀 감독의 설명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LG 염경엽 감독은 KIA 배터리가 의도적으로 피치아웃을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이범호 KIA 감독은 초구 작전 이후 비슷한 상황에 대비했고, 배터리 코치와 포수 김태군이 바깥쪽 공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KIA는 LG의 움직임을 읽고 대응했지만 LG는 상대의 대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5회초에는 박동원의 안일한 주루가 도마 위에 올랐다. 1사 후 박동원이 좌중간으로 뜬공을 날렸다. 평범한 외야 플라이로 끝날 것으로 보였지만 KIA 중견수 김호령과 좌익수 박재현이 충돌하면서 공을 놓쳤다. [서울=뉴스핌] 18일 KIA와의 준PO 2차전서 견제사를 당한 LG의 박해민. [사진 = LG 트윈스] 2026.10.18 wcn05002@newspim.com 그러나 박동원은 타구가 잡힐 것으로 판단하고 전력 질주하지 않았다. 1루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야 뒤늦게 속도를 높였지만 2루 진루를 시도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전력 질주했더라도 2루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상대의 실수까지 대비해 끝까지 뛰어야 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아쉬운 장면이었다. 6회말에는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무너졌다. 송찬의가 박재현의 평범한 좌익수 뜬공을 놓쳤고, 이어 문보경도 김선빈의 땅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이 무사 1, 3루 위기로 바뀌었다. 결국 김도영의 희생플라이로 KIA가 추가점을 올렸다. LG가 공격에서는 스스로 기회를 날리고, 수비에서는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장면이 반복된 것이다. 반면 KIA는 이틀 연속 상대의 작은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1차전에서는 포수 김태군이 LG의 작전에 대비해 박동원의 주루사를 유도했고, 2차전에서는 한준수가 박해민의 긴 리드 폭을 포착해 견제사로 연결했다. 타격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KIA는 1차전 김도영이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점을 올렸고, 2차전에서는 카스트로와 나성범, 김선빈, 한준수가 해결사로 나섰다. LG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동안 KIA는 상대의 실수를 득점으로 연결하고, 수비에서는 위기를 최소화했다. [서울=뉴스핌] 18일 KIA와의 준PO 2차전서 견제사를 당한 LG의 박해민. [사진 = LG 트윈스] 2026.10.18 wcn05002@newspim.com 물론 두 경기의 패배를 기본기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1차전에서는 중심타선의 부진이 결정적이었고, 2차전에서는 임찬규의 조기 강판으로 경기 운영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전력과 경기 흐름에서 밀릴수록 작은 플레이 하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잡아야 할 타구를 확실하게 처리하고, 주어진 득점 기회를 끝까지 살리며, 불필요한 주루사로 공격의 흐름을 끊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LG는 이 기본적인 부분에서 이틀 연속 흔들렸다. 1차전에서는 작전 실패와 느슨한 주루, 연속 실책이 나왔고, 2차전에서는 추격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던 상황에서 견제사로 공격을 끝냈다. 결과는 2연패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KIA전 연패도 9경기로 늘어났다. LG는 오는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한 번만 더 패하면 가을야구가 끝난다. 지금 LG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전술 변화만이 아니다. 평범한 타구를 잡고, 주어진 기회를 살리고, 불필요한 아웃을 줄이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가을야구의 승부를 가르는 디테일에서 밀리는 한 LG의 반전은 쉽지 않다. wcn05002@newspim.com 2026-10-18 19:34
사진
할리스 멤버십 보안 뚫렸다…고객 개인정보 유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커피전문점 할리스에서 멤버십 고객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 비밀번호와 주소 등도 유출 항목에 포함됐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할리스는 지난 16일 멤버십 시스템에서 허가받지 않은 접근으로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파악했다. 사고 내용은 이날 고객들에게 문자로 안내했다. 18일 오후 8시에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할리스 홈페이지 모습. [사진=할리스 홈페이지 갈무리] 회사가 추정하는 유출 시기는 지난달 3일부터 이달 7일까지다. 2020년 2월 11일 이전 멤버십 가입 고객이 대상이며, 구체적인 피해 인원과 유출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출된 정보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비롯해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중복가입확인정보(DI) 등이다. 서비스 이용에 관한 정보도 포함됐다. 할리스는 사고 확인 후 비인가 접근 경로를 막고 인증 절차를 보강했다. 비정상 로그인 시도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관계 기관에 신고를 마쳤으며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이번 사고 이후 할리스 공식 홈페이지 접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8시 현재까지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고객에게는 할리스 계정의 비밀번호를 즉시 변경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서비스에서도 동일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한다면 함께 바꾸도록 권고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전화나 문자, 이메일에 응답하거나 링크를 누르지 말 것도 당부했다. 할리스는 문자로 링크를 보내거나 비밀번호 및 금융·결제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할리스는 "이번 사고로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객 정보 보호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nrd@newspim.com 2026-10-18 20:04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