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노동과 금융노동자의 미래' 토론회 개최
청년고용 창출·여가환경 개선 '저녁있는 삶'
비대면 거래·AI 신기술 도입, 주4일 필요성↑
도입 시 노동의 양극화 불가피하단 의견도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일부 대선 후보들이 주4일을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내걸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주4일제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실에서 '주4일 노동과 금융노동자의 미래'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개최해 주4일에 대한 외국의 실험사례들을 공유하고, 금융산업에서의 주4일제 도입 필요성과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주4일제 도입 내지 주 35시간 도입은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청년고용을 창출할 수 있고 노동자의 여가환경을 개선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2002년 주5일제의 도입이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금융노동자들이 해줬다"라며 "주4일제가 우리 사회를 노동 중심사회로 대전환하는 매우 중요한 단초가 되리라 확신하고 금융노동자들이 그 교두보를 만들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았다. '금융산업 주4일 근무제 도입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원장은 금융산업이 디지털금융플랫폼 중심 리번들링(Rebundling)으로 전환됨에 따라 비대면 거래 확대와 AI 신기술 도입과 같은 은행의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은행 영업점 통폐합과 인력 감축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를 지적하며 주4일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원장은 주4일제 도입방안으로 첫째, 기존의 주5일 근무에서 월~금요일 중 4일을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주4일 근무방안과 둘째, 월~목요일까지 주4일 근무 그리고 금~일요일까지 주3일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효과로 전자의 경우 기존 인원 대비 20% 신규 채용, 후자의 경우 점포당 평균 5명 신규 채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4일제 도입에 따른 임금과 정년에서 일자리 창출을 전제로 한 노사정의 공정 분담과 사회적 공감대 확산, 국민연금 수급개시시점과 퇴직시점의 연계 그리고 정년퇴직제도 폐지 검토 등을 제언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노동시간 단축 논의와 주4일제 실험 사례들'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주4일 근무를 실험중인 국내 IT기업들의 사례와 함께 아이슬란드,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국가에서 주4일제 실험에 대한 성공적 사례들을 제시하며 대한민국 노동 정책 방향에서 주4일제를 위해 ▲균형 있는 노동시간 편성 논의 ▲근무일정 등 노동시간 재구조화 방향 등 노사정 공동의 균형 있는 노동시간 편성 만들기를 제언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의 주4일제 추진에 따라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보장 ▲금융 디지털화 직업능력과 숙련도 향상 ▲금융소비자 서비스 향상 및 새로운 일자리 충원 등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실에서 '주4일 노동과 금융노동자의 미래'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정윤 기자) |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주4일제 실시의 경우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을 유지하더라도 통근시간과 식대를 절약할 수 있어 실질임금 인상 효과가 있고 특히 은행의 경우 특정일에 고객이 많이 유입되는 특성을 고려, 주4일제 도입 시 더 많은 인력 충원으로 효과적인 고객 응대가 가능하다"라고 주4일제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 "주당 평균 근무시간 준수 형태로 적용 시, 노동시간의 유연성이 향상된다"며 "주4일제 금융권 도입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져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금융권 노동시장, 특히 그 중에서도 노조 가입율이 높은 정규직들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실시하는 것은 진보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고, 또 실현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 "금융권에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은 타당하며, 특히 이를 노사관계적인 수단을 통해서 할 수 있다면 더욱 더 바람직할 수 있다"라고 주4일제에 대한 금융권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조성주 정의당 정책위부의장은 "정의당이 주4일제와 함께 정책패키지로 일하는 모든 시민을 위한 기본법(신노동법)을 함께 제기하는 이유는 그간 한국의 노동관련 법제도와 그 근간이 노동기본권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실현해온 것에 대한 반성이다"라며 "주4일제는 시간빈곤 문제를 해결하여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이다"라고 주장했다.
주4일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황복연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이대로 주 4일제가 도입된다면 노동의 양극화는 불가피할 것이다"면서 "노동조합이 없거나 영세한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은 급여를 삭감당할 것이고, 그 삭감분을 채우기 위해 남은 주 3일마저 또 다른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주 35시간제 시행 등을 사례로 들며 노동시간 단축의 또 다른 대안으로 "현재의 근로기준법상의 주 40시간 노동을 주 35시간으로 5시간 줄이는 주 35시간 노동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