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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탈선사고에 코레일-철도공단, 안전관리 책임 '혼선'

기사입력 : 2022년01월07일 06:08

최종수정 : 2022년01월07일 06:08

안전관리체계 등 조사…국토부, 차량결함도 염두
코레일 "2017년 제작, 노후차량 아니어서 문제 없어"
시설·관리 이원화 오랜 논쟁…"점검시스템 개선해야"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지난 5일 충북 영동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부산행 KTX-산천 열차 탈선사고와 관련해 관계기관이 본격적인 원인규명에 나섰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경미했지만 맞은편에 열차가 오고 있었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만큼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철도 관련 업무를 분담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장기적으로 합동점검체계 등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KTX열차 탈선 현장서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사진=충북소방본부] 2022.01.05 baek3413@newspim.com

◆ 국토부, 차량 자체 결함 가능성도 염두…코레일 "2017년 제작차량, 문제없어"

7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안전감독관과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철도경찰,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기관이 종합적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큰 틀에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규명은 조사위가 맡고 교통안전공단은 철도안전관리체계 절차상 미비점 등이 있었는지를 파악한다.

안전관리체계는 인력, 시설, 차량, 장비, 훈련 등 철도 운영과 시설관리 차원에서 세부적인 관리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일상적인 관리 부실이 사고로 이어졌거나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아니더라도 부족한 점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1년에 한 번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추가 조사를 벌이는 방식이다. 철도경찰은 기관사의 위법한 행위 등 범죄 개입 여부 등을 살핀다.

조사위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사고 원인 파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애초 철판 구조물 등 터널 상단에 있던 미상의 물체가 떨어져 사고로 이어졌다는 소방당국의 판단은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코레일은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외부 타격 흔적은 있지만 수거한 증거품 등을 바탕으로 정밀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바퀴가 빠지면서 탈선한 만큼 바퀴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국토부는 관련 연구기관에 의뢰해 차량 자체의 결함 가능성 여부도 들여다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4년 철도안전관리체계 수립 이전에 제작된 차량이어서 제작 당시 자료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만 코레일은 2017년 제작한 차량으로 파악하고 있어 열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열차 출발 당시 역시 문제가 없었다고 코레일은 보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설과 차량 훼손 정도가 큰 데다 조사위, 교통안전공단, 철도경찰 등 각각의 절차가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각적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충북 영동터널 부근에서 발생한 부산행 KTX-산천 열차 탈선사고 복구작업이 6일 오전 7시 55분 마무리 됐다. 서울역 열차가 정시 운행을 하고 있다. 2022.01.06 leehs@newspim.com

◆ 시설·유지관리 이원화로 책임소재 규명 필요…"합동조사체계 등 시스템 개선해야"

조사 결과에 따라 코레일이나 철도공단 등 관계기관의 관리부실 여부 등이 가려질 전망이다. 문제는 철도 시설관리와 유지관리 업무의 이원화로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역할분담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오랜 논쟁거리다. 2004년 철도산업 구조개혁을 기점으로 철도청에서 코레일과 철도공단이 분리되면서 정책적 판단에 따라 건설주체인 공단이 법적 주체로서 관련 예산이나 시설의 존폐 등을 판단하되 열차 운영과 긴밀한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맡도록 했다. 건물에 하자가 발생하면 건물 자체의 문제인지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일단 철도 유지관리를 맡은 코레일의 책임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관리부실이 없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할 수도 있다. 터널이나 궤도 자체의 하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성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의 책임 여부에 따라 안전관리체계상 문제가 있을 경우 교통안전공단이 규정에 따라 처벌을 내린다. 조사위 역시 종합적 판단에 따라 별도로 처벌 수위를 정하게 된다. 국토부는 처벌과 별도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역시 위기 단계를 발령하고 철도안전정책관을 반장으로 상황반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계기관이 책임소재를 떠넘기기보다 합동조사체계 등을 구축하고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열차 자체의 문제 또는 터널이나 궤도 등 다양한 요인이 어느정도의 문제인지 등 면밀한 조사를 하려면 상당한 장비와 비용이 필요하다"며 "두 기관이 각자 떠넘기기 식으로 대응하기보다 분기별 등 정기적으로 궤도 안전조사하는 절차가 있으면 좋겠다"며 "아울러 빅데이터를 확보했지만 개별 열차에 적용하지 못해 활용되지 않고 있는 ′스마트 안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최대한 빨리 원인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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