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시행규칙 예외규정 문제" 지적…국토부는 오히려 '강화'
"시행령 변경시 사전 협의 없어"…"운행정보 기록장치로는 부족"
설치 카메라 훼손도 심각…국토부 "상임위 결정 충실 이행"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철도 운전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의무 설치하는 법안이 수 년 전에 마련되고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시행령에서 정한 예외규정이다. 운행정보 기록장치가 구비된 차량은 CCTV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어 비교적 최근에 차량을 도입한 SR은 운전실 CCTV 설치율이 0%다.
시행령이 상위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어 사실상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역시 설치율 자체는 높지만 운영이 거의 안되고 있어 관리감독이 미흡한 것으로 파악된다.
◆ '카카오톡 조작' 2014년 탈선사고 후 의무화…감사원 지적에도, 시행규칙 예외규정으로 빠져나가
20일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실이 코레일과 SR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양사 차량의 운전실 영상기록장치(CCTV) 설치율은 각각 91% 0%다.
양사 CCTV 설치율의 차이가 큰 이유는 철도안전법 하위법령 때문이다. CCTV 설치 의무화법이 시행된 2017년 당시 시행규칙은 철도차량의 운전조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경우 CCTV를 설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노후 차량이 많은 코레일은 예외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차량이 많아 설치율 자체는 높았다. 반면 2016년 말에 개통한 SRT는 최신 차량이 도입돼 모든 차량이 예외 적용을 받았다.
앞서 해당 법안이 마련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4년 문곡-태백 열차충돌 및 탈선사고였다. 당시 사고 원인이 운전자의 카카오톡 조작과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철도안전법 개정이 추진됐다. 헌승 현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이 해당 법안의 대표발의자였다. 하지만 시행규칙의 예외규정으로 인해 설치율이 낮았다.
이런 문제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2019년 '철도안전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행규칙에 위힘된 설치 예외 규정으로 인해 CCTV 설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당시 국토교통부는 "관계기관,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CCTV 설치가 확대되도록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최근 해당 시행규칙을 시행령으로 상향하면서 오히려 예외규정을 강화했다. 시행규칙에는 '대체수단'으로 언급돼 있던 모호한 표현을 '운행정보의 기록장치'로 구체적인 용어를 포함시킨 것이다. 철도안전법의 하위법령의 중요성을 감안해 시행규칙을 시행령으로 변경하는 법 개정에 따른 것이지만 오히려 코레일 등 철도운영기관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한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시행규칙의 문구를 바꾸면서 국회에 사전에 공지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감사원의 시정명령을 받고 내놓은 답과는 전혀 다른 조치"라고 말했다.
◆ 국토부, 시행규칙→시행령 변경에서 오히려 예외 '강화'…기관사 CCTV 훼손 등 관리 미흡
국토부가 감사원의 지적에도 예외조항을 제대로 수정하지 못한 이유는 코레일 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코레일 노조는 CCTV 의무화법 시행을 앞두고 인권침해라며 반발해왔다.
국회 관계자는 "노조의 반대가 심해 하위법령을 고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노조는 하루종일 운전실에 있기 때문에 밥을 먹는 등 이미 사적인 공간이 됐다는 입장이고, 국토부에도 수천통의 손편지가 갔다고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스나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 운전석에 이미 CCTV가 설치된 것과 비교할 때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운행정보 기록장치의 한계도 거론된다. 운행정보 기록장치는 열차의 속도, 가감속, 제동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열차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실 내 운전자의 과실 여부 등을 파악하기 어렵고 범죄 예방도 어렵다는 것이다. CCTV 의무화의 계기가 된 2014년 철도사고처럼 운전자 과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더 큰 문제는 설치된 CCTV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코레일 차량은 CCTV 설치율이 높지만 운영 현황 등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에도 카메라를 휴지로 막거나 저장장치를 떼고 발로 차는 등 CCTV 훼손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다"며 "하지만 이번에도 고장 현황 등 관련 자료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국회와 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별 의원실과 충분히 소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상임위 차원에서 공감대가 형성하면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