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교수 "주한미군과 한국군 활용 의지 담겨"
"중국 대상 작계로 바뀌면 한미동맹 성격 달라져"
국방부 "한·미 승인 새 SPG관련 중국 언급 의외"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OPCON) 전환과 관련해 한국군의 군사적 역량이 부족하다며, 한·미 군 당국이 합의한 새로운 연합 작전계획(작계)에 중국에 대한 대응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군의 역량부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중 간 군사대결에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활용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제53차 한·미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1.12.02 photo@newspim.com |
군사전문가인 김동엽 북한대학권대학교 교수는 27일 뉴스핌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발언 핵심은 주한미군을 중국 대응전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 미국의 모든 초점은 미중 간 군사적 대결에 맞춰져 있다"며 "주한미군 뿐 아니라 한국을 어떻게 결부시키고 활용할 것이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2일 SCM(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승인한 전략기획지침(SPG)을 바탕으로 새 작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이미 오래 전에 시행됐어야 할 일이었다고 본다'고 했다"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작계 5015'의 대상은 북한인데 이 작계가 의미 없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말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작계 5015'를 갱신해 이를 중국과 대적하는 작계로 바꾼다는 의미"라며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작계로 바꾸게 되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핵심 역할은 중국 대응이 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동맹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작계 연습인데 새로운 작계를 만들면 새로운 작전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중국과 대적하는 작계로 바꾸겠다는 말은 한국군에 전작권을 안주겠다는 것과 같은 선상에 있는 발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북한과 비교할 때 핵무기를 제외하면 한국군이 월등하다. 억제력과 응징력은 충분하다"며 "문제는 중국에 대응할 능력이 있느냐고 했을 때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의 인터뷰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오디언스, 즉 타깃이 미국 의회나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종전선언에 대해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을 포함해 미국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나오는데 이는 종전선언이 자칫 현재 유엔군사령부 존속 등 현재의 한반도 현상 유지에 영향을 줘 정전체제가 흐트러질 수 있고, 주한미군 기득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대응 문제까지도 포함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한국군의 전략 타격능력과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방어체계 개발이 미흡하다며 한국군의 군사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무기를 많이 사라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 것을 봤는데 그건 표피적인 지적이고 본질은 미중대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방부 "에이브럼스 SPG관련 중국 언급은 매우 의외"
국방부는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을 개인적인 견해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질의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고, 이번 SCM에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최상의 성과를 거둔 이 시기에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고,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에 대해 국방부에서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어서 추가적으로 설명드리면, SPG(전략기획지침)와 관련해서 한반도의 전략환경 변화를 한미가 공동으로 인식하여 이번 SCM에서 새로운 SPG에 합의했다. 한미가 승인한 전략기획지침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작전계획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라며 "SPG와 관련하여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중국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매우 의외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이 인터뷰에서 지적한 중국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과 관련해선 "주변국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 진입 시 국제법 준수하에 직통망 운용, 전술조치 등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국방부에서는 대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며 "전략환경 변화를 반영한 이 전략기획지침은 동맹의 기획노력에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양 장관은 이 전략기획지침이 한미동맹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필요시 대응을 위한 군사작전계획에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고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공동성명 16항에서 "양 장관은 2021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처음으로 중국이 민감해하는 대만 문제를 명시했다.
아울러 "양 장관은 지역 및 세계의 복잡한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지역 및 세계의 안보도전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상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및 세계에서 국방 및 안보 협력을 지속 증진해 나가기로 하였다"며 "이러한 맥락에서 양 장관은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 간 협력을 모색하기로 하였다"고 선언했다.
중국을 직접 지목하진 않았으나 대만 해협 문제를 거론하고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 인태전략 간 국방협력을 지속 증진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왜 나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에이브럼스 "새 SPG에 한반도 영향 미치는 중국 대응전략 반영해야"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6일 서울 용산미군기지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11.06 photo@newspim.com |
앞서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각) VOA 인터뷰에서 이달 초 한미 군 당국이 SCM에서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연합 작전계획에 중국 대응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와 지상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을 먼저 거론한 뒤 "한 가지 더 보자면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인민해방군이 있다. 2010년 이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중국이 그들의 존재감을 크게 늘린 것은 비밀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례가 300% 늘었다. 우리는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의 증가도 목격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작전계획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전략기획지침에는 없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2019년 부임 이후 첫 연합훈련에서 새 작계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이를 위한 전략기획지침(SPG) 갱신을 (한미 국방부에) 공식요청했지만 그해 SCM에서 한국 국방부는 구체적 이유없이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이번 합의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국 측에 매우 강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추정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선 "첫 번째 조건은 한국이 연합 방위전력을 이끌기 위한 중요한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조건에 몇 가지 추가적인 과제도 있다. 한국의 4성 장군이 이끌 미래의 연합사가 연합 방위군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포함된다"며 "두 번째 조건은 한국이 전략 타격능력을 획득하고 한국형 통합 공중미사일방어 체계를 개발해 배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고 덧붙였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