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남편 대신 경영나선 '불닭볶음면' 주역
횡령 등 국내 리스크보다 '해외 성장'에 집중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부회장 승진하고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회삿돈 횡령 혐의 물의를 빚었음에도 사내이사로 복귀한지 9개월 만에 단독 대표 이사 자리에 오른 것이다.
횡령 등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보다 글로벌 확장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수년째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횡령 복귀 9개월 만에 단독 대표이사로...부정적 여론도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최근 2022년도 임원인사를 통해 김정수 총괄사장을 부회장으로, 장재성 전략운영본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 자리에도 올랐다. 기존 진종기·정태운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개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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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12.23 romeok@newspim.com |
올해 3월 사내이사 및 ESG위원장으로 이사회에 복귀한 김 부회장이 9개월 만에 대표이사에 오른 셈이다. 이사회에 복귀할 당시만 해도 김 부회장에 대한 대내외 반발이 컸다. 회삿돈 횡령 당사자가 사내이사 및 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수립하는 ESG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2018년 남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회삿돈 49억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이후 지난해 3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부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전 회장은 징역3년을 선고받고 모두 경영에서 물러났다. 횡령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해당돼서다.
특경법에서는 5억 원 이상의 횡령·배임으로 유죄를 확정 받았을 때 형 집행 기간은 물론 형 집행이 종료된 후에도 5년간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업제한을 풀려면 사면·복권되거나 법무부 장관의 특별승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지난 10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승인을 받아 삼양식품 총괄사장 직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경영공백으로 회사 운영 어렵다는 삼양식품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 부회장의 남편 전인장 전 회장은 수감 중이다.
◆불닭볶음면, 국내보다 해외서 더 잘 팔려...'해외시장 강화'에 방점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직과 함께 해외영업본부장도 맡는다. 기획, 지원, 재무 등 관리부문은 전문경영인인 장재성 부사장에게 맡기고 김 부회장은 글로벌 영업, 마케팅, 제품개발 등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의 이번 인사는 오너가의 횡령 혐의 등 국내 시장 내 리스크보다는 글로벌 시장 확대 기조에 중점을 둔 행보로 풀이된다.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강한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매출은 수년째 정체된 반면 글로벌 수출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현재 삼양식품의 매출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다. 삼양식품의 전제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58.9% 수준이다. 불닭볶음면의 인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 단일제품으로 보면 80%가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의 경우 연말 중국 광군제 등 해외 매출 영향으로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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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 사진=삼양식품. |
삼양식품은 올해 미국법인과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아랍에미리트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MOU를 추진하는 등 해외 시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2300억 가량을 투입한 밀양공장이 예정대로 내년 4월 가동될 경우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2억 개에서 18억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불닭볶음면 개발의 주역인 김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 전면에 나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기대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회장은 2011년 명동을 지나던 중 매운찜닭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 보고 아이디어를 냈고 이듬해 불닭볶음면이 출시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초고속 승진가도를 걷는 김 부회장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여론은 풀어내야 할 숙제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준법·윤리경영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김 부회장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있었지만 올해 ESG등급이 기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두 단계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경영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형계약 수주 등 해외사업을 강화해나가는 과정에서 강한 오너십이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인사와 조직개편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