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 칠 국화 넝쿨무늬 합' 등 263점 전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칠(漆), 아시아를 칠하다'에서 아시아 각지에서 발전한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263점의 칠기를 선보인다.
노남희 학예연구사는 20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내에서 열린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 언론공개회에서 "이번 특별전은 옻나무의 수액이자, 기능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도료인 옻칠이 어떻게 아시아 각지에서 공통의 칠 공예 문화로서 다채롭게 발전했는지 조명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칠, 아시아를 칠하다' 포스터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2.20 alice09@newspim.com |
이번 전시는 아시아의 옻칠과 칠공예를 보여주는 특별전으로, 아시아 각지에서 발전한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263점의 칠기를 선보인다.
노 연구사는 "'칠, 아시아를 칠하다'는 옻칠이라는 공통의 재료가 지역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모했는지, 그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전시"라며 "1부를 제외하고는 시대 순서에 따라 진행이 된다"고 설명했다.
'漆, 아시아를 칠하다'는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시작 전에는 프롤로그 공간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곳에서는 옻나무를 주제로 만든 설치 미디어 아트가 설치됐다.
노 연구사는 "옻나무 전체적이 모습과 세부적인 모습, 수액이 받아지는 모습이 받아지는 걸 모티브로 해서 흑백의 영상으로 구성했다. 이 공간을 통과해서 관람객은 옻나무에 대해서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본 전시로 들어가게 되는 프롤로그 공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프롤로그가 끝난 후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1부 '칠기를 만나다'에서는 칠기와 옻칠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비슷한 시기에 모자합 등으로 칠기가 도자기, 금속기와 함께 동시대 공예문화의 한 축을 이루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음을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나전대모칠국화넝쿨무늬합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2.20 alice09@newspim.com |
노 연구사는 "칠기라고 하면 나전칠기를 많이 떠올리는데, 칠기는 도자기나 금속기와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그 시대 공예문화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료가 되는 옻칠이 필요한데 이 공간에서는 옻칠이란 재료가 무엇인지, 이걸 이용해 칠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전시해 알 수 있게 해놨다"고 설명했다.
2부 '칠기를 꾸미다'는 칠기의 기본 장식 기법 세 가지를 알 수 있도록 전시했다. 정제한 옻칠은 원래 색이 없는 도료로 나무로 된 기물 위에 바르면 갈색빛을 내지만, 옛 사람들은 옻칠에 산화철이나 진사 등을 섞어 검은색과 붉은색을 만들어 발라 색을 더했다.
'칠기를 꾸미다' 전시실에서는 색이 더해진 칠기들과 금이나 은 등 귀한 물질을 옻칠의 접착력을 이용해 붙여 꾸미는 기법이 사용된 통일신라시대 거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노 연구사는 "물질을 붙여서 꾸미는 기법은 별도의 방을 꾸며 유물을 전시했다. 옻칠엔 접착력이 있어서 금이나 은을 옻칠한 기물 위에 문양대로 잘라내 붙이고, 또 그 위에 옻칠을 하고 갈아내는 평탈기법으로 발전을 한다. 이 기법은 7-8세기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평탈거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2.20 alice09@newspim.com |
이어 "통일신라시대 거울이나 월지에서 출토된 연꽃모양 칠기들 모두 금, 은판을 붙여서 옻칠을 한 다음에 갈아내는 평탈기법이 사용된 전시품들"이라고 덧붙였다.
'개성이 드러나다'를 주제로 한 3부 전시실은 아시아 각 지역별로 발전한 칠공예의 종류를 알아본다. 3부에는 하이라이트 공간이자, 고려시대 나전칠기를 전시한 방이 있다. 이 곳에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연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노 연구사는 "나전칠기 한점을 만들고, 사용하고, 어딘가에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영상을 통해 어떤 물건이길래 이런 시간을 거쳐 왔는지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영상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을 본 다음에는 실제 유물과 마주하게 된다. 이 공간에 있는 유물 세 점은 고려시대 나전칠기이고, 영상의 주인공인 나전칠기 모자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조칠 책모양 합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2.20 alice09@newspim.com |
특히 "모자합의 경우 온전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고려시대 나전칠기이다. 전 세계 세 점 남은 합 중의 하나로, 제작기술이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고려시대 나전칠기 제작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이번 전시의 가장 핵심적인 유물이자 이 작품은 일본에서 돌아온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중국은 여러 겹의 옻칠로 쌓인 칠 층을 조각해 무늬를 표현하는 조칠기, 일본은 옻칠로 위에 금가루를 뿌려 표현하는 마키에 칠기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 4부 '경계를 넘어서다'에서는 지역과 계층을 넘어선 칠기의 변화를 살펴본다. 여기선 동남아시아의 칠기를 만나볼 수 있다.
노 연구사는 "동남아시아 칠기는 크게 두 파트로 구성이 된다. 먼저 미얀마 불교에 관한 칠기들이 있다. 특이한 것은 옻칠에다 여러 물질을 섞어 반죽처럼 만든 다음 그걸 붙여서 무늬를 표현했다는 것과, 유리를 사용해 화려하게 꾸민 것이 미얀마에서 주로 사용된 칠기들"이라고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채회운조문칠원반 [사진=국립중앙박물관] 2021.12.20 alice09@newspim.com |
전시의 마지막인 에필로그에서는 '오늘날의 옻칠, 그 물성과 예술성'이라는 제목으로 현대 옻칠 작품을 전시한다. 여기선 옻칠이 가진 도료 및 장식 재료로서의 물성, 칠공예의 역사와 예술성에 대해 오늘날의 시각과 관점으로 생각해보며 전시를 갈음하는 공간이다.
노 연구사는 "이 공간은 한국공예진흥원 도움을 받아서 꾸몄다. 지금껏 본 아시아의 다양한 칠기들이 있는데, 그것에 가장 핵심이자 모든 것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옻칠'이라는 도료의 본질적인 속성에 대해 정리를 하고 생각을 하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꾸며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옻칠은 채취하는 것부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용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시간이 걸려 만들면 천 년의 시간을 견디게도 해주는 것이 옻칠이라는 도료"라며 "이런 도료의 시간성,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가 가능한 물성, 여러 다양한 물건과 예술 작품으로 승화가 되는 예술성에 대해 현대 옻칠 작가들의 작품으로 천천히 감상하며 전시의 모든 내용을 발현하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노 연구사는 "이 작품들을 구경하면서 이 전시의 내용이 끝이 난다. 이번 전시에서 단단하고도 다채로운 아시아 칠공예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漆, 아시아를 칠하다'는 오는 21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되며, '나전 칠 국화 넝쿨무늬 합' 등 263점을 감상할 수 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