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먼저 실시하고 백신 접종률 낮은 유럽서 재확산 시작
우리도 성급한 '위드 코로나'는 유럽처럼 확진자 급증 가능성
'쿼라밸(Quarantine & Life balance)' 을 위한 사회적 여건 만들어야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유럽에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주도했던 유럽 10여 개 국가들은 확진자 급증에 따라 네덜란드처럼 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 드는 형국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9월 25일 방역조치를 푼 지 두 달도 안 돼 유럽 국가 중 가장 빨리 3주간의 재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네덜란드는 이틀 연속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1만6천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최대치다. 인구 1천744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오스트리아도 지난 13일 하루 확진자가 1만3천 명까지 치솟아 역대 최다를 기록하자, 정부가 백신 미접종자의 외출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12살 이상 국민의 외출을 15일부터 열흘동안 제한했고, 이를 어겼다 적발되면 1450유로(약 2백만원)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오스트리아 역시 총인구가 890만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끔찍한' 감염자 규모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위드 코로나'에 제일 앞장선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한 카페의 지난 9월말 풍경. 2021.11.15 digibobos@newspim.com |
독일도 다시 위험해졌다. 12일 확진자 수가 4만5천356명으로, 1주 전(3만3천명)이나 1달 전(7천900명)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독일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 연구소(RKI)의 로타 빌러 소장은 "감염 급증세가 조만간 수그러들 거라는 조짐이 전혀 없다"며 "병원들은 이미 환자들로 압도당한 상태고, 백신 접종 촉진 정책도 적어도 몇 주 내에는 별다른 효과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역시 12일 확진자 수가 5천483명으로 지난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직전 1주일간 평균 확진자 수는 3천700여명에 불과했는데 갑자기 감염자 수가 폭증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12일 27개 EU 회원국 중 10개국을 '상황이 매우 우려되는 국가'로 분류했다. 그리스, 네덜란드, 벨기에,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체코, 크로아티아, 폴란드, 헝가리, 등 10개국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 이에서 제외된 오스트리아, 독일, 아일랜드 등에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런 추세가 유럽 전체로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유럽 국가에서 이렇듯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지난 몇달간의 '위드 코로나'로 감염 확산 봉쇄가 느슨해진 탓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마치 무슨 특권인양 누리며 다녔지만, 그 '자유의 대가'는 이렇듯 재확산과 사망자 수의 증가, 재봉쇄로 나타났다.
12일까지 지난 일주일 동안 유럽의 확진자 수가 무려 211만7천3명이었다. 이 기간 코로나 사망자 수도 2만8천166명에 달했다. 이 기간 전 세계 사망자의 절반 정도다. 가장 빨리 '위드 코로나'를 외치고 실시한 유럽이 코로나 재확산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낮은 백신 접종률이다. 13일 현재 네덜란드는 73%, 오스트리아 62%, 프랑스 69%, 독일 66.5%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접종률은 80%를 넘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현재까지 안정적이다.
코로나 정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마음은 매우 모순적이다. '위드 코로나'를 서둘러야 하고, 규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싫다는 마음이 대표적이다. 그건 마치 마스크는 쓰지 않아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거나, 늦은 밤에 라면은 먹어도 살은 찌지 않으면 좋겠다는 심리와 같다.
지난 2년 동안 이와 비슷한 여러 모순들이 있었다. 예전처럼 술집에서 여러 명이 마음대로 술을 마셔도, 카페에서 여러 명이 마음대로 수다를 떨어도, 각종 엔터테인먼트나 스포츠 경기를 자유롭게 관람을 해도,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탕에 원껏 몸을 담가도, 정부는 코로나를 잘 막아야하고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이율배반 심리 말이다.
그러나 그런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번 유럽의 재확산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유럽을 마치 '코로나의 해방천국'처럼 묘사하면서 그렇게하지 않는(못하는) 우리가 엄청난 잘못을 하고 있는양 말해왔다.
어떤 이들은 지하철에 다닥다닥 사람이 몰려 있는 건 방치하면서, 영업제한은 왜 하느냐는 정말 무식한 소리를 해왔다. 그러면 지하철 등 공공 이동수단도 운행하지 않고 유럽처럼 집 밖 외출을 모두 막는 도시봉쇄를 하는 것이 정답이었느냐고 묻고 싶다.
이번 유럽의 코로나 재확산은 결국 그간 우리 정부의 코로나 정책이 옳았음을 재증명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접촉을 최대한 막으면서, 백신 접종률을 꾸준하게 늘려 방역망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올바른 방책이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미국 '혈액암저널'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빈센트 라즈쿠마르 교수가 6일(현지시간) 트윗터 통해 공유한 그래프. 바닥을 기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 사망률과 위로 엄청나게 올라간 미국과 영국의 사망률이 뚜렷한 대비를 보여준다. [사진=트윗 캡쳐] 2021.11.15 digibobos@newspim.com |
코로나 음모론자를 포함해 또 어떤 이들은 코로나 치사율이 독감보다 낮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과도한 규제정책을 실시한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영국은 15일 현재 확진자 수가 957만 여명에 사망자가 16만5천534명이다. 사망률이 1.5%다. 인구 6820만 명의 영국에서 무려 16만5천 여명의 코로나 사망자가 나왔는데,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어떤 반응들이 나왔을까.
한국은 15일 현재 확진자 수가 39만7천466명에, 사망자가 3천115명으로 사망률은 남성 0.75, 여성 0.82% 정도다. 사망자가 고작 3천여 명의 한국에서 만약 영국처럼 16만 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해도, 그들은 여전히 독감보다 낮은 치사율로 너무 과도한 격리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때 대만이 코로나 방역에서 우리보다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고 정부 정책을 평가절하하려는 시도들이 넘쳐났는데, 대만은 현재 사망률이 무려 5.15%에 달한다. 회복력 순위도 동아시아에서 최하위인 47위다.
빈센트 라즈쿠마르(Dr. S. Vincent Rajkumar) 미국 '혈액암 저널' 편집장 및 미네소타의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의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윗에 "한국은 역학의 교과서적인 원칙을 따랐다. 인구의 75%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할 때까지 사망률을 40배 낮게 유지했다. 이것이 성공이다"라고 적시했다.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 미국 전 FDA 국장도 역시 라즈쿠마르 박사와 같은 그래프를 인용하면서 "한국은 공공보건 조치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며 전체 인구의 70%가 백신을 접종할 때까지 사망률을 낮게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우리가 코로나가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궁리해서 삶의 양식을 바꾸고, 새로운 방식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뉴노멀(New Normal)'로의 전환이기 때문에 방역뿐만 아니라 복지, 고용, 노동 등 사회 전반의 의제들이 '위드 코로나 체제'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제는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이 아닌 '쿼라밸(Quarantine & Life balance)' 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한다.
이같은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 국민도 '위드 코로나는 좋은데, 확진자 증가는 싫고 피하고 싶다'는 이율배반 심리, 공포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드 코로나에는 당연히 확진자 증가가 동반된다는 사실을 상식처럼 인정해야 한다. 이를 정치쟁점화 하는 몰염치도 곤란하다. 물론, 정부는 국민의 심리적 안정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섣부른 위드 코로나는 결국 유럽의 재확산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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