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쓰러진 직후 진 사이크스 만나
삼성 현안·미래사업 관련 깊은 논의나눠
스마트폰·반도체 분야 '초격차'로 현실화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직후 삼성의 미래를 깊게 고민한 흔적이 공개됐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1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재판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공개됐다.
변호인 측이 제시한 이 메일의 발신인은 미국 골드만삭스의 진 사이크스 당시 M&A 사업부 공동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4년 12월 8일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뒤 내용을 정현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 등 3명에게 메일을 보냈다. 정현진 대표는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21.10.28 mironj19@newspim.com |
사이크스 회장과 이 부회장이 만난 시점은 그해 5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직후다. 이 메일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미래 사업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찾을 수 있다.
사이크스 회장은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정보기술(IT), 전자 분야 전문가로,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두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사이크스 회장을 만나 삼성전자의 현재 상태와 미래 사업에 관한 내용을 심도있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사이크스 회장은 ▲후속 갤럭시 제품의 사이클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확대 ▲하드웨어에서 자사제품 차별화 ▲시스템 반도체인 모바일 프로세서에 있어서의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매각이나 지배구조를 계속 고민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의 고위임원으로 모든 분야에 대한 고민을 나눴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배구조개편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삼성이 당면한 사업에 대한 고민이 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고민한 성과는 현재 삼성의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갤럭시Z플립3와 폴드3 등이 세계 흥행에 성공하며 폴더블폰 대세화에 앞장서고 있다.
사이크스 회장은 이 메일에서 "이 부회장이 핵심사업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하는 일 이 남아있다"고 하며 "주주들과 다른 사람도 소유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하려는 자신들의 노력을 결국 인정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상속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사이크스는 이메일에서 "부친께서 돌아가실 경우 발생할 세금 문제에 대처할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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