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뉴스핌] 남효선 기자 = 입동(入冬) 다음날인 9일 전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거센 비가 내렸다. 경북 의성과 청송지역엔 한때 시간당 20mm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가을비 답지않게 제법 강한 바람과 함께 세차게 내리던 비는 늦은 오후쯤 말끔하게 개였다.
늦은 오후,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騰雲山) 품에 안긴 고운사(孤雲寺)로 오르는 산문(山門)은 호젓하다. 세찬 기세로 퍼붓던 비가 그친 뒤라 그야말로 적막이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1.11.09 nulcheon@newspim.com |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은행나무는 그 새 노란 이파리를 떨구고, 마침 샛노란 은행잎을 밟고 자전거 한 대 지난다.
은행나무가 빚은 신작로가 끝나는 곳에 고운사와 함께 세상을 지난 오래된 수목들이 마지막 물들인 형형색색의 이파리를 달고 아쉬운 듯 뒷걸음질치는 가을을 매달고 있다.
스님 한 분이 가을을 걷는다. 부드러운 모랫길을 디디고 한참을 섣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가 똑 같은 보폭으로 산문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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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목도리로 감싼 한무리의 아낙들이 부처를 홀로 남기고 산문을 내려온다.
세찬 늦가을비에 이파리를 떨군 산겨릅나무와 시닥나무, 당단풍나무, 고로쇠나무,복자기나무가 제 이파리를 바람에 모두 내어주고 몇 남지 않은 가을빛을 매달고 늦가을 산문을 두드린 객(客)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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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어다보니 단풍은 하늘을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온통 붉은 빛을 달구고 있다. 모랫길에 바람에 날린 단풍나무 이파리가 문신처럼 오롯하게 새겨져 있다.
고운사로 오르는 양편 산야는 바람에 날린 단풍의 향연이다. 제 몸에 매달려 있을 때보다 땅을 덮은 빛깔이 더 붉고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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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서 떨어져 대지 위로 내려앉은 이파리들은 다시 생명을 일궈 이듬해 봄에 자신이 매달렸던 나무에 새 순을 피울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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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거닐던 가운루(駕雲樓)와 우화루(羽化樓)에 마침 단풍잎 한 점 붉은무늬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내려앉는다.
안동 갈라산(葛羅山) 낙타사(駱駝寺)에서 등운산 고운사로 소풍 나온 석가여래불이 나풀거리며 나려앉는 단풍이파리를 지긋한 눈빛으로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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