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디치미디어 발간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 최근호
임명묵 작가 '세계는 왜 K를 두려워하는가'에서 한류의 반작용 분석
"K는 혁명의 언어가 되어 세계를 떠도는 하나의 유령이 되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지금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한류에 반대하는 '신성동맹'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끈다.
(주)메디치미디어에서 발간하고 있는 뉴스레터 형식의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 최근호에서 작가 임명묵은 '세계는 왜 K를 두려워하는가'라는 글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관료들과 터키와 이란의 보수적 무슬림, 거기에 미얀마의 군부와 벨기에의 학교 교사들에 이르기까지 '한류' 혹은 'K'라고 하는 한국 대중문화의 지구적인 확산을 두려워한다"면서 "이제는 한류에 대한 세계인의 경계를 농담, 혹은 과장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한류가 유럽의 모든 권력자들이 두려워했던 유령인 마르크스보다 더 강력할지 모른다면서.
이 글에 따르면 중국과 터키 등의 이슬람 세계는 한류(이하 K)를 "전통과 도덕을 위협하는 독극물"로 간주하는 수준이 됐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금지됐고, 터키에서는 여학생 셋이 한국에 가겠다고 가출하는 사건이 벌어져 K팝 규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칠레 정부는 2019년에 격렬하게 타오른 시위의 주요 참가자로 K팝 팬들을 지목했고, 태국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는 즉석으로 K팝에 맞춰 춤을 췄으며, 미얀마에서는 블랙핑크 로제의 솔로곡 발매 하루 전 총탄에 산화한 블랙핑크 팬을 추모하고자 로제의 솔로 'On the Ground'를 계속해서 재생하는 등의 현상으로 인해 K팝이 '정치적 불안정성의 상징'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한중일 3개국 99명 소녀들의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인 '걸스 플래닛 999'의 경연 장면. [사진=걸스플래닛999 공식 사이트 캡쳐] 2021.10.22 digibobos@newspim.com |
임작가는 대체 K팝과 K가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기존 권위를 떨게 만들고,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에 나서도록 자극하는지 크게 세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K팝은 소위 '문화적 정상성'과 '성적 정당성'을 전면으로 뒤흔든다. 초국적인 K팝 팬덤의 특성상, 국가와 기성 사회가 주문하는 핵심 정체성은 K팝 팬덤에게는 아예 버려지지는 않더라도 '핵심'의 자리를 회복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또한 K팝이 무성(無性) 문화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한다.
둘째, K팝 팬이라는 강력한 정체성과, 그에 기반한 조직적 투쟁의 경험은 K팝 팬덤을 급속도로 '혁명화'시켰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답게 K팝 팬덤의 전장은 주로 온라인이고, 이들은 온라인에서 고밀도로 전개된 팬덤 투쟁을 겪으며 효율적이고 강력한 대중 동원 능력을 획득했으며, 이렇게 형성된 온라인 집단행동에 대한 높은 이해는 온라인 공간을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데 익숙치 않았던 다른 세력에게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셋째, K는 점점 계급과 불평등 문제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연이은 성공으로 K가 즐겨 다루는 계층 문제와 불평등 테마는 대단한 파급력을 갖게 됐다. K는 계급과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강력한 전복의 메시지, 분노의 감정 등을 타오르게 하는 연출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다룬 K 콘텐츠는 세계인들의 '마음 속 혁명'에 불을 지피는 도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임작가는 "K의 지구적 확산은 현실이며, K가 세계 각지의 사회와 만났을 때 벌어지는 화학 작용은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가장 역동적이고 급격한 변화"이므로 "K는 혁명의 언어가 되어 세계를 떠도는 하나의 유령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K의 영향력에 맞서는 '신성 동맹'이 결성되었 을 때 한국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정하기 위해서라도 한류에 대한 새로운 분석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분석은 어쩌면 결론만큼이나 약간은 과격하고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류의 영향력이 점차 글로벌 무브먼트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각국은 이제 주의경계령을 내리고 있을지 모른다. 한류에 대한 보다 세심한 접근과 분석이 필요한 환경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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