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장애인을 위한 날이 있기는 했나요?"
흰지팡이의 날인 15일 광주 동구 문화전당역 앞에서 만난 송창원 씨는 점자블록 위를 가로막은 무언가를 흰지팡이로 더듬으며 말했다. 송씨를 가로막은 건 다름아닌 공유 전동킥보드였다.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킥보드를 점자블록 위에 세워두고 떠나버리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지는 사례까지 일어나고 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흰지팡이의 날인 15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 공유 킥보드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다. 2021.10.15 kh10890@newspim.com |
송씨는 최근 점자블록 위에 세워진 킥보드에 넘어진 경험을 했다. 송씨는 "그때 넘어지면서 차도쪽으로 넘어졌는데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예전에도 혼자 다니는 건 무서웠지만 넘어진 이후로는 밖에 나갈 때마다 더 긴장된다"고 말했다.
매년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1980년에 선포한 흰지팡이의 날이지만 4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송씨는 여전히 시각장애인의 보행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유킥보드보다 더 무서운 건 광주시 도로 곳곳에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이라며 "킥보드야 어떻게 흰지팡이로 발견한다고 쳐도 점자블록 방향이 잘못되면 차도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시청·구청에서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15일 오전 광주 동구 서남동행정복지센터 앞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바닥 색깔과 같은 회색으로 설치돼 있다. 법이 규정한 표준 점자블록은 황색을 기본으로 하되 바닥재와 구분이 안 될 경우에만 다른 색깔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2021.10.15 kh10890@newspim.com |
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는 야외 취식을 금지로 차단막이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고, 광주 동구청 청사 앞에는 시각장애인도 알아보기 힘든 구형 점자블록이 설치 돼 있었다.
파손되고 방향이 잘못된 엉터리 점자블록으로 시각장애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광주 동구는 현행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15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이 파손돼 있다. 2021.10.15 kh10890@newspim.com |
동구 관계자는 "어디가 파손 됐는지, 방향은 어떻게 잘못됐는지 파악이 안됐다"며 "기존에 잘못 설치된 부분들이 있어서 전수조사를 통해 일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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