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부동산 정책

속보

더보기

"내집마련 이젠 꿈도 못 꾼다"…무주택자, 당첨도 어렵지만 대출 막혀 설움이 분노로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정부 대출규제 강화로 잔금 못내는 가구 속출
5년 만에 이룬 내 집 마련…대출 거부에 산산조각
치솟는 집값‧문턱 높은 청약시장…"청약제도 손 볼 때"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1. 입사 10년 차인 40대 직장인 김용만씨는 지난달 1순위 청약이 마감된 단지의 홈페이지를 아침마다 접속한다. 정당계약이 마무리된 뒤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 조건이 맞지 않아 부적격자로 분류된 잔여가구에 대한 추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김씨는 수년째 같은 일은 반복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창구 차단하면서 분양을 받아도 중도금을 납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맞벌이 30대 직장인 유민희씨는 최근 5년 동안 잔여가구 추첨에 30번 정도 도전해 결국 당첨됐다. 유씨는 당첨됐다는 사실에 지인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기쁨은 30분을 채 넘지 못했다. 잔금과 중도금 납부라는 공포감이 밀려와서다. 유씨 부부가 마련해야 될 돈은 현금으로 4억원에 달했다. 입주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있지만 현재 머물고 있는 전셋집을 빼지 않으면 창약‧계약‧중도금 납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결국 청약을 포기했다.

#3. 공기업에 재직 중인 박미현씨는 은행권에서 전세반환대출을 알아보다 '멘붕'에 빠졌다. 대구은행에선 금리 3%대, 원금균등으로 대출을 내주기로 했지만, 문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조건에 맞춰 기존에 갖고 있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반으로 줄이라고 했다. 마통 한도를 채우기 위한 몫 돈이 없는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상호금융과 보험사까지 알아보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청약시장에서 현금부자와 고가점을 확보한 50‧60대에게 밀린 무주택자들이 '내 집 갖기'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중도금 납부를 하지 못하는 이들과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은행에 보증금 대출을 문의했다가 한도 축소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가계대출 조정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에 무주택자들은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 죽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 5900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10.06 ymh7536@newspim.com

◆ '내 집 마련의 꿈' 뺏는 겹겹 규제

16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말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창구를 한시적으로 닫았고,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잔금),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이달부터 일반 주담대 일부 한도를 줄이고, 전세대출 한도도 곧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대출 장구가 막히면서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천검단 AA13-1블록 공공분양주택' 입주자모집공고에서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통상 분양가 9억원 이하의 아파트는 사업 주체가 중도금 집단 대출을 알선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시중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공공분양에서도 '중도금 불가' 공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LH는 최근 검단신도시 이 외에도 경기 화성능동 B-1, 화성봉담 A-2 신혼희망타운, 시흥 장현 A-3, 파주운정 A-17블록 등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할 수 있음을 안내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9억원 이하 단지는 건설사가 금융사를 통해 집단대출을 알선해주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이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분양 아파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15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28.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는 사업 시행사가 "중도금대출 알선은 사업주체 및 시공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중도금 대출 불가를 명시했다.

내달 6일 본격적인 분양에 돌입하는 '더샵 하남에디피스'의 경우에도 청약 예정자들에게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중도금을 3회 연속 미납할 경우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 큰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중도금을 3회 이상 미납할 경우 계약 해제 사유가 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수차례 청약 끝에 첫 집을 장만했는데 자금이 부족해 집단담보대출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집단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 같은 기사를 접하고 가슴이 답답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출규제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어렵게 청약에 당첨이 됐는데 잔금 대출의 경우 당장 현금 계획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우려스러운 부분이 크다"며 "기존에 분양을 받고 잔금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으로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4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영업점에 '가계대출 한시적 신규취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11월 30일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한다. 2021.08.24 yooksa@newspim.com

◆ 대출 조이기 전방위 확산

집단대출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도 옥죄면서 신규 세입자뿐 아니라 기존 세입자들도 갱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 전 서대문구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던 함영식(61) 씨는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아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계 은행을 부랴부랴 찾아가 연장을 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실수요자들은 연말 대출 총량 규제를 피해 연 대출 증가율 한도가 리셋되는 내년 1월로 잔금 일정을 미루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총 4932가구인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10~15개에 불과한 전세 매물 대부분이 올해 11~12월 잔금 조건을 내건 상태다. 고덕동의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10월 둘째 주부터 이듬해 1월 잔금 조건인 매물이 나오는데 해당 단지는 올 9월 입주 2년차를 맞아 나올 매물은 거의 다 나왔다. 조금 있으면 매물은 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으로 잔금일을 미뤄도 전세대출이 원활히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올해보다 더 타이트한 4%대 증가율로 막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좀 더 대출 승인이 용이하지만 지금은 내년에도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 및 갭 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대출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거주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뜩이나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3.3㎡(평)당 1490만원에서 올해 7월 1910만원으로 28.2% 급증했다. 법 시행 전 1년 상승률이 9.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세 배나 확대됐다.

[서울=뉴스핌]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 전경. [사진=유명환 기자] 2021.09.27 ymh7536@newspim.com

◆ 서울선 청약가점 60점도 아슬아슬

공급 물량 부족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일반 분양 물량은 161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의 37%, 재작년 같은 기간의 25%에 불과하다.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들도 정부 정책 개편을 기다리느라 줄줄이 분양을 연기해 물량 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 감소로 인해 피해는 저가점자들이 보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5월 전국에서 청약접수를 받은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의 가점 커트라인 평균은 32점으로 2019년 24점, 2020년 31점에 이어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0점으로 가장 높고 이어 세종 59점, 대전 50점, 인천 47점 순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지난 6월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청약 만점자(84점)가 나왔다. 당첨자 평균 청약가점도 72.9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대전 중구와 7월 인천 계양구에서 공급된 '대전 해모로 더 센트라'와 '힐스테이트 자이 계양'의 평균 가점은 각각 67.42점, 63.38점에 달했다.

그동안 청약 불모지로 여겨졌던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도 70점 후반대 고점 통장이 등장했다. 지난 2월 경기 가평군 가평읍 대곡리 일원에 분양된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의 최고 당첨가점은 77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84점 만점인 청약가점 제도에서 부양가족 5명 이상 무주택자의 만점(79점)에서 단 2점 모자란 점수다.

청약 당첨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저가점자들 사이에 나오는 '무용론'이 증가폭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 대비 저렴한 '로또 청약'이 등장하면서 청약시장도 과열됐다. 로또 청약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커트라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4인 가구는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청약가입자 수는 늘고 있어 청약 가점제 등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대학원 교수는 "정작 집을 원하는 세대는 젊은 층인 데, 청약제도가 고령층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갈등 우려가 있다"면서 "청약 제도에서 연령대에 따른 쿼터제(할당 제도)를 도입해 '세대간 경쟁'에서 '세대 내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