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주식 취득 기한 올 연말까지 연장
이달 말 공정위 용역 결론…심사보고서 작성 등에 시간 소요
현중·대조양 심사 우선 처리도 변수…업계 "불확실성 커져"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뢰한 양사 인수합병(M&A) 연구용역이 예정대로 이달 말 마무리가 되더라도 심사보고서 발송과 피심인의 의견 제출 등 전원회의 개최까지 시간이 필요해서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기업결합심사 역시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양사의 통합으로 업계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 중인 업계는 기업결합심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 주식 취득 일정 두 차례 미뤄…공정위, 슬롯·노선 점유율 판단 고심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시점을 올 연말까지로 미뤘다. 기존에 6월 30일 기한을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또다시 주식 취득일을 미룬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가 길어지면서 주식 취득일 역시 미뤄지고 있다.
공정위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독과점이 발생하는 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성을 엄격하게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합심사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는 효율성 또는 회생불가를 적용받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경쟁법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독과점 기준을 노선 또는 슬롯(시간대별 항공기 이착륙 규모)별로 따질지가 관건이다.
대한항공은 슬롯(시간대별 항공기 이착륙 규모) 점유율이 38.5%라는 점을 들어 독과점 우려가 적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 관점을 고려할 때 노선을 기준으로 독과점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 역시 지난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기업결합심사에서도 노선별 점유율을 따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양사 합병시 점유율 50% 이상인 노선은 32개다. 양사 모두 취항하는 국제선의 22.4%에 달한다. 인천발 뉴욕·시카고·바로셀로나 등 7개 노선은 점유율이 100%, 인천발 호놀룰루·로마·푸껫·델리 노선은 75%를 넘었다.
점유율 기준으로 판단하면 요금 인상 제한 등의 시정조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부 노선 매각 등 강력한 제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노선을 살 사업자를 찾는 문제가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 심사보고서 발송·해외 심사 등 발목…업계 재편 불확실성 '장기화'
어떤 결론이 나든 공정위가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국내 1, 2위 국적사의 합병은 물론 저비용항공사(LCC) 3곳의 통합이 달린 만큼 공정위 판단이 업계에 막대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재편 뱡향이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방역체계 등 업황 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취지다. 하지만 올해 결론이 나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불확실성 장기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로 인해 투자 등 경영 판단이 어려웠지만 이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데 대대적인 업계 재편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며 "할 수 있는 대비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속도를 내면 연내 심사보고서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올해 초에 맡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이달 말에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심사보고서 작성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곧바로 심사보고서가 나온다 해도 피심인이 심사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는 기한도 3주가 소요된다. 앞서 항공사 기업결합심사에 앞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건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공정위가 언급했던 점을 감안할 때 연내 심사보고서 발송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항공이 기다리고 있는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도 문제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우리나라를 포함해 14개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터키·태국·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 등 5개 국가에서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EU·중국·일본·베트남·영국·호주·싱가포르 등 9개 국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실상 주요국 심사는 거의 진전이 없는 셈이다. 주요국 중 한 곳이라도 심사를 불허하면 M&A는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경쟁당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기업결합심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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