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서 입국까지...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총정리
기지개 펴기 시작한 해외여행, 섣부른 기대감은 너무 일러
'위드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법은?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 소위 '위드 코로나'를 위한 방역 전환 시점을 10월 말∼11월 초로 제시했다. 확진자 중심인 현행 방역 체계를 위중증·치명률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10월 말 정부에서 목표로 한 국민 70% 접종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확진자 수보다는 위중증률, 사망률을 토대로 방역 정책을 새롭게 가져가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에 이어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을 검토하고, 백신 2차접종 완료자가 26일 기준으로 45%에 육박하면서, 코로나19 이후 봉쇄됐던 해외여행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형 여행사를 중심으로 이를 준비하는 손길도 역시 바빠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파리 시내의 유명한 카페인 '카페 드 플로레'. 이 풍경만으로 보자면 파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2021.09.29 digibobos@newspim.com |
지난 17~22일 추석연휴 기간중 총 3만1545명이 해외로 출국했다. 일평균 5258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미주와 유럽 여행객이다. 코로나 첫해였던 지난해 추석 때에 비하면 두 배 가량 늘어났지만, 그 이전 일평균 숫자(2019년 7만여명, 2018년 9만5천여명)에 비하면 엄청나게 적다. 그만큼 아직은 여러 제약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출국을 하려면 백신 2회 접종후 2주일이 지났거나,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백신 2회 접종자는 귀국 후 자가격리 면제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고 PCR 음성 판정만으로 출국한 경우는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그러니 아직은 출국 조건부터 쉽지 않다.
백신 2회 접종자라 하더라도 출국을 위해서는 2가지 필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백신 2회접종 영문증명서다. 이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언제라도 출력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떼려면 본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72시간내 PCR 음성 판정 영문증명서다. PCR검사를 받은 병원에서 영문증명서도 발급 받아야 하는데, 어느 병원에서 이를 해주는지, 휴일에도 가능한지 아직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가 없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 본인 거주지 주변의 병원에 모두 일일히 알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병원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72시간이라는 규정이 있으므로 이를 잘 맞춰야 한다. 72시간은 출국 시간 기준이다. 예를 들어 30일 오후 1시 비행기라면, 그 이전 72시간내에 PCR검사를 실시하고 영문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를 시행하는 대부분 병원은 아침에 PCR검사를 실시했을 때 저녁 무렵이면 결과를 알려준다. 이를 위해 검사비와 증명서 발급비 합해 대략 14~15만원의 돈이 들어간다. 보건소 PCR검사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보건소는 공짜로 검사를 할 수 있지만, 아무런 증명서도 떼주지 않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백신 2회 접종자면 입국할 수 있지만, 일단 72시간내 PCR 음성확인 증명서를 갖고 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행기가 경유지를 거친다면, 경유지에서 72시간내 PCR 음성확인 증명서를 확인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잘못하면 경유지에서 발이 묶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나는 사실상 추석 연휴 시작일인 18일 새벽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포르투갈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탔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공항이 텅텅 비어 있어서 을씨년스러웠는데, 막상 보딩 시간이 되자 어디서 왔는지 사람들이 몰려들어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내심 '눕코노미(이코노미석에 빈좌석이 많아서 누워서 가도 된다는 말)'를 기대했는데, 이게 왠일.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연휴를 이용한 여행객이 많다는 뜻이었다. 내 옆 좌석의 20대 여성 두 명도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둘 다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런던으로 간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어 보였다.
경유지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포르투갈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 72시간내 PCR 음성확인 증명서를 확인했고, 포르투갈 리스본 공항에 내리자마자 세관으로 가는 통로에서 바로 또 이를 확인했다. 뒤에서도 수없이 경험했지만, 72시간내 PCR 음성확인 증명서는 일종의 바이블과도 같았다.
그러나 국가에 따라 더 염격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48시간내 PCR 음성확인 증명서를 요구한다. 따라서 유럽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국내로 들어오거나, 우리나라에서 싱가포르를 거쳐 유럽으로 갈 경우에는 PCR검사 시간을 맞추는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 어느 나라 공항에서도 PCR 시간 규정 검사는 매우 엄격해서, 단 몇 분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코 예외를 주지 않고 비행기 탑승을 막았다. PCR 음성확인 증명서로 인해 비행기 탑승이 거부당하는 승객을 여러번 보았다.
리스본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는 22일 탔는데, 이 때는 백신 2회 접종 영문 증명서만으로 탑승이 가능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프랑스는 백신 2회 접종자면 입국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는 일단 입국 후에 문제가 생긴다.
한국인의 파리 여행은 대부분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집합시설 출입에는 반드시 EU에서 인정하는 보건패스(Pass sanitaire)를 보여줘야 한다. 또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이용하려고 해도 이를 요구한다. 프랑스에서 보건 패스가 없다면 길거리 자판기가 아닌한,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들어갈 수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맞은 백신 2회 접종 증명서를 인정하지 않는 곳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원활한 파리 관광이나, 버스와 기차 등을 이용한 프랑스 내 이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보건패스를 구비해야 한다. 프랑스가 지난 8월부터 EU국가 최초로 비EU국가 거주자 중 백신 접종자에게도 이메일 접수자에게 보건패스를 발급하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신청해 이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이를 받기 위해서는 출국 전에 여권 사본, 백신접종 영문증명서, 프랑스 입국 티켓을 파일용량 3mb가 넘지 않도록 첨부해서 신청 사이트(https://www.demarches-simplifiees.fr/commencer/passe-sanitaire-etrangers)에 보내야 하는데, 출국 전에 답신이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국 프랑스 여행을 위해서는 '안티젠(Antigen)'이라는 일종의 약식검사를 현지에서 반드시 하고, 음성 판정자에 발급하는 패스를 획득해야 한다. 안티젠 검사는 숙소 주변 약국 혹은 독토립(www.doctolib.fr)을 통해 예약하고 방문해 받을 수 있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시내 곳곳에 수많은 안티젠 검사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샹젤리제 거리나 루브르 박물관, 가장 중심지인 샤틀레 메트로역 주변에는 흰 천막을 친 검사소들이 몇십 미터마다 하나씩 난립해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파리 시내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안틴젠 검사소. 여기서 검사를 받고 보건 패스를 받아야 레스토랑이나 박물관 등 집합시설 입장이 가능하다. 2021.09.29 digibobos@newspim.com |
이런 안티젠 검사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파리의 경우 아직 동양인 여행객은 지극히 드물었지만, 다른 비EU국가 여행객은 상당히 늘어났는데 이들 모두가 안티젠 검사를 통한 패스를 받아야 관광을 할 수 있다.
검사비는 25유로지만, 장소마다 달랐다. 전날 샹젤리제에서 분명 25유로라고 들었는데, 내가 받은 샤틀레 역 주변에서는 30유로를 달라고 했다. 왜 25유로가 아니냐고 항의하자, 다른 곳에서는 40유로를 받는 곳도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헀다. 나는 시간 여유가 없어 그냥 30유로를 지불했다. 이렇게 검사를 마치면 대략 1~2시간이면 메일로 결과가 온다. 그러면 같이 온 메일 비밀번호로 사이트에 접속해 받은 결과를 QR코드로 변환시키면 된다. 이 QR코드를 아예 휴대폰 배경화면에 깔아놓고, 이를 보여달라고 할때마다 손쉽게 보여줬다.
그런데 이 안티젠 검사를 통한 패스도 문제가 또 있다. 유효기간이 48시간, 즉 이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패스를 발급받고 이틀이 지나서 파리 관광을 계속 하려면 이 검사를 또 받아야 하니, 프랑스의 코로나 정책에는 장삿속도 상당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행객에게 한푼이라도 더 돈을 뜯어내 위축된 경기 회생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엿보였다.
이 정책은 또 실업자 구제에도 효과가 있을 듯 싶었다. 안티젠 검사를 실시하는 사람들은 의료 전문요원이 아니었고, 상당수가 젊은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일자리였다. 그냥 기다란 봉으로 콧구멍만 깊숙히 휘저으면 되는 것이니, 사전에 몇번만 연습을 하면 사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프랑스는 길거리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메트로를 이용할 때가 아니면 열에 아홉은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 10월부터는 실내 마스크도 해제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스크로부터의 해방감 하나로만으로도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는 셈이다. 프랑스 국민이나 파리 시민이라 할 지라도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안티젠 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레스토랑도 이용 못하고, 기차도 탈 수 없다. 공공장소 출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보이지 않는 규제의 바탕에서 파리의 해방감을 맛본지 며칠만에 귀국할 때가 되었다. 이제 귀국을 위한 PCR검사를 또 해야 한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역시 파리 출국시간 72시간 내의 PCR 영문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비행기를 태워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또 문제다. 대체 어디 가서 PCR검사를 하고 영문증명서를 뗄 것인가. 사전에 이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정말 낭패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서의 PCR검사는 앞에서 말한 '독토립' 혹은 비오그룹(Biogroup)의 라보(laboratoire)에서 한다. 해당 홈페이지와 구글 검색으로 자신의 숙소 주변 검사소를 찾으면 된다. 공항에서도 한다. 샤를르 드골 공항(CDG)의 경우는 다행히 한국인 여행객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2E 터미널(대한항공과 스카이팀이 이용하는 터미널)의 공항 기차 타는 곳에 검사소가 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PCR검사를 실시하는데, 일찍 가지 않으면 한 두시간 꼼짝 없이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예사다. 공항 검사소는 2시간 안에 결과를 알려주는 급행 테스트도 있다. 일반은 50유로, 급행은 70유로를 받는다. 그러나 급행 검사라고 해서 출국 시간이 임박해 검사를 받으려고 한다면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파리 시내의 코로나 PCR 검사소인 비오그룹의 라보(laboratoire)에서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여행객들. 2021.09.29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2E 터미널에 있는 PCR 검사소. 2021.09.29 digibobos@newspim.com |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 있다. 영어이거나 국문, 혹은 프랑스-영어 병기 증명서라야 하고, 반드시 종이로 인쇄된 증명서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종이 인쇄 영문증명서가 필수라는 사실에 대한 사전 홍보가 충분치 않아, 메일로 온 결과만 들고 공항에 와서 종이증명서를 요구하는 항공사 직원 말에 얼굴이 노래져서 그때부터 이를 인쇄하기 위해 공항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들이 많다. 공항검사소에서는 영문 출력을 해주는데, 결과를 메일로 확인한 다음 여권을 들고 검사소로 다시 가면 출력해준다.
이렇게 영문 PCR검사증을 받아들고 카운터에 가면 몇번씩 이를 확인한다. 카운터에서 보딩 패스를 받았다고 다 끝났다고 생각해 PCR검사증을 버렸다간 정말 큰일난다. 이후에도 또 이를 확인하는 절차가 몇번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 타기 직전에도 또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 드디어 입국했다. 그러나 입국에는 더 복잡한 절차가 대기 중이다. 비행기 안에서 2종류의 검역신고서와 세관신고서, 모두 3장의 종이를 나눠준다. 이를 작성한 다음 비행기에서 내리면 검역관에게 2종류의 검역신고서와 해외에서 받은 PCR검사 영문증명서를 제출한다. 그러면 검역관이 여권에 'PCR제출자' '국내예방접종완료자'라는 2장의 스티커를 붙여주고, 해외 발급 PCR증명서는 수거해간다. 그러니 이때까지 이 증명서를 버리면 절대로 안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국내 입국할 때 비행기에서 내려 검역소의 검사관에게 'PCR제출자' '국내예방접종완료자'라는 두 개의 스티커를 여권에 받아야 자가격리 면제 조건으로 비로소 입국할 수 있다. 2021.09.29 digibobos@newspim.com |
이 과정 다음에는 자가격리 면제에 대한 자가체크 앱을 깔아야 하고, 이를 담당자가 확인해야만 비로소 세관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해외입국자는 공항철도도 마음대로 탈 수 없다. 공항철도 탈 수 있는 통로를 모두 막고 한 군데만 열어놓았는데, 여기서 담당 공무원이 '공항철도 탑승 가능 승객'이란 파란색 띠를 가방에 둘러줘야만 공항철도를 탈 수 있다.
이렇게 '스위트 홈 스위트'에 돌아오면 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입국 시간으로부터 하루 내에 주거지 관할 보건소에 가서 PCR검사를 또 받아야 한다. PCR검사를 받은 당일은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다음날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비로소 일상생활이 자유로워진다. 그러면 수동검사 대상으로 공항에서 깐 자가체크 앱은 삭제하면 된다. 그러나 이걸로 끝이 또 아니다. 입국후 6~7일 지난 시점에 PCR검사를 또 받아야 한다. 이렇게 2번의 PCR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야만 수동검사 대상에서도 해제되고 온전한 자유를 얻게 된다.
혜초여행사는 코로나19 이후 첫 유럽 트레킹 관광객을 모집해 지난 16일 인솔자 2명과 여행객 21명이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했다. 이런 여행사 상품을 통한 유럽 여행은 비록 위 모든 절차에 대한 대행으로 본인의 번거로움을 덜 수는 있지만, 패키지 여행은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또 다른 규제를 가져올 수 있다. 만약 일행 중 어느 한 명이 여행 중에, 혹은 여행 후라도 코로나 증세를 보인다면 일행 전체가 격리대상이 되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로 간다고 하지만, 해외여행은 여전히 어렵고 번거롭다. 앞에서 열거한 것처럼 예전 여행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까다로운 절차들이 곳곳마다 가로막고 있고, 부수적 경비도 솔찬히 많이 나간다.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권하고 싶지 않다. 이번에 경험을 해보니 여행에 노련한 전문가도 예전보다 몇 배의 집중과 체크를 해야 안전여행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팬데믹 시대의 해외여행, 그것은 역시 감상적인 즉흥성보다는 새로운 '뉴노멀'에 대한 철저한 자기준비가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digibobo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