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에 언론마다 '직장내 갑질' 이구동성
"뭐라 해도 정의만 보고 살았다" 공허한 외침되나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소방본부 직장협의회 회장 출신 A소방관을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다. 지난 5일 휴직중 "가족, 어머니께 미안해"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나자 직장 내 갑질, 집단 따돌림 피해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A소방관과 가까이 지낸 동료·지인들은 이런 행태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일 대전소방본부 익명게시판에 동료 B 소방관은 "최근 방송과 인터넷 언론에 갑질(에 대한) 보도가 도배됐다"며 "(소방) 모 노조위원장은 의혹만 가지고 갑질이란 명분을 내세워 (기자)회견을 하고 모 노조조직부장은 자신의 조화 사진을 찍어 메일을 보냈다"고 지적한 글이 올라왔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대전소방본부 온라인 익명게시판 화면 캡처 2021.09.12 gyun507@newspim.com |
그는 "동거동락한 직원의 슬픔을 같이 하기 위함이라 이해하기에는 너무 몰상식한 행태"라고 꼬집으며 "유족들에게 증거수집이라도 하듯이 고인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하고, 장례식장을 기자회견장으로 만들고, (기념촬영하듯) 사진을 찍고, 기다렸다는 듯 서로 경쟁하듯이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고 적었다.
이어 "(소방)노조가 이런거 하는 (공무원)단체냐"라고 되물으면서 "동료의 죽음으로 조직이나 특정인물에게 문제제기를 통해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남겨진 가족과 직장동료의 슬픔은 안중에도 없냐"고 항의하며 "여러분이 주장하는 갑질이라는 근거는 증거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말고식 네거티브인지(알 수 없지만) 이로 인해 가족, 동료 등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지 가늠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런글을 쓴다고 변화되는 것은 없을 것이고, (소방)노조 음해행위로 치부하겠지만 침묵하면 무언의 동의하는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아 분노, 분통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라면서 "노조들의 행위를 지켜볼 것이며, 의혹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침묵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성 글을 남겼다.
끝으로 "(소방)노조는 절대권력이 아니며, 노조원들은 막연히 회비만 내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노조원 동의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성명서 발표하고, 고소고발하고, 언론플레이하는 행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전하면서 글을 맺었다.
이에 대해 노조원, 직장동료 등 많은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오히려 (소방)노조가 기관이나 간부들에게 갑질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 C 소방관은 "노조는 각성하라"며 "노조는 조합원 권익과 조직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두 노조가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모습이 꼴불견으로, 노조가 무슨 권력이라고 직원 화합을 저해하고 조직을 재앙의 길로 이끌고 있는데, 내가 남에게 쏜 화살은 언젠가 내 가슴에 다시 꽂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생각해보라) 그대들은 그렇게 올바르고 열심히 살았는가,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선배인가"라면서 "남을 비난하고 돌을 던질만큼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라고 물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소방청 홈페이지 화면 대표이미지 캡처 2021.09.12 gyun507@newspim.com |
익명 D 씨는 "정확한 사실로 갑질이라는 근거를 말해야 한다"며 "서로 불신하지 않는 대전 소방이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적었다.
익명 E 씨는 "노조가 동업자 의식이 없다"며 "소수의견이 다수 의견으로 돼버리고, 조직 와해의도같고, 시민 안전은 뒷전으로 조직 키우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밖에도 "(소방)조직을 부끄럽게 하지말라"며 몰상식한 노조 행태와 왜 노조끼리 싸워야 하는지를 탓하는 글 및 "노조 간부들에게 '완장'이라는 소설을 추천한다"는 비아냥이 섞인 글 등 다수의 댓글이 노조의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비난성 글이 대부분이었다.
수많은 댓글에 대해 "요즘 (소방)노조행태는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댓글이 왜 이리 많이 달리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반대 글 올리면 마녀사냥 당하는게 기정사실로 돼있어 무서워 올리지도 못하고 노조 탈퇴도 노조 간부에게 보복당할까봐 눈치만 보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노조로, 갑질을 하면서도 갑질로 인지하지 못하는 게 노조의 현주소로 내로남불이 심하다"고 지적한 글이 결론처럼 보여졌다.
무엇보다 직장동료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한 (소방)직장협의회 회장 출신 소방관이 역시 직장동료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소방)노조와 불협화(不協和)하면서 "누가 뭐라 해도 정의 하나만 보고 살았다"고 남긴 그의 글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으로 느껴진다.
gyun5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