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순매수 순위 1위 엔씨소프트·2위 LG화학 올라
"엔씨소프트, 신작 성과에도 영향 미칠 우려 존재"
"잇따른 악재 겪은 LG화학, 수주 경쟁력·수익성에 영향"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동학개미들이 LG화학, 엔씨소프트 등 악재에 휩싸인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저가매수 타이밍으로 인식, 반등에 따른 차익실현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투자를 권고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외국인과 기관은 엔씨소프트를 각각 4844억원, 2465억원씩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7216억원 어치 사들이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을 소화했다. 엔씨소프트는 코스피 시장 개인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코스피 개인 순매수 2위에 랭크됐다. 외국인과 기관이 LG화학을 각각 1182억원, 1083억원 어치씩 순매도 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2071억원 어치 쓸어담았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2021.09.01 lovus23@newspim.com |
두 종목은 최근 1~2주 사이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한 종목이란 공통점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자 주가가 급락했다. 80만원대였던 주가는 모바일 앱스토어에 블소2가 공개된 이후 급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말 60만원대 중반으로 뚝 떨어졌다.
고객사 리콜 요구, 화재, 자회사 상장 연기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진 LG화학 역시 주가가 곤두박칠 쳤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GM이 전기차 쉐보레 볼트 전기차(EV) 7만3000대에 대해 추가 리콜을 발표하며 리콜비용은 총 18억달러로 추정되며 LG전자와 LG화학이 이를 분담하기로 했다.
이어 LG화학이 배터리를 납품한 폭스바겐 전기차 'ID.3'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달 말 종가 기준 75만8000원으로 뉴스가 나오기 직전인 8월20일과 비교해 무려 15% 급락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시가총액 순위 7위(우선주 제외)로 밀려나며 삼성SDI에 배터리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주에 몰리고 있는 것은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최근 증시가 외국인 '팔자' 행보로 횡보하자 악재성 이슈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을 매집해 수익률을 회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들 종목을 둘러싼 악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제기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이번 흥행 실패가 곧 이어 나올 신작과 기존 게임 등 전반적인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엔씨소프트의 향후 출시될 '리니지W'와 '아이온2' 등 신작들에 대한 실적 추정치를 하향하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변경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 시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순위 1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의 과금정책 혹은 운영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누적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의 오딘과 블소2 사이에 과금모델 차이가 크지 않으며 블소2의 사전예약자가 700만명을 넘었음에도 다운로드 수가 크지 않다는 것 또한 최근 엔씨소프트의 부진은 유저들의 떠나간 민심 때문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고 강조했다.
멀티플을 내린 사례도 나왔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가를 7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과거 수십년간 신작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점 때문에 멀티플 프리미엄을 받아 왔다. 이번 흥행 부진으로 차기 신작 성과에 대한 우려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표배수도 25배에서 22배로 하향 적용한다"고 전했다.
LG화학에 대해서도 매수 타이밍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일회성 충당금 반영에 그친 것과 달리, 중장기 관점에서 몇몇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이슈들이 던진 고민들은 LG화학의 중장기 수주 경쟁력, 수익성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인 반면, 단기에 해답을 찾기는 어렵고 회사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GM 볼트의 화재가 배터리 셀보다 모듈 패키징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란 의견이 있으나, 잦은 화재로 시장의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이라며 "ID.3 화재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나, 배터리에 기인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와야 시장의 오해도 불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M&A 관련 이슈가 있는 남양유업에도 '사자'를 이어갔다. LG화학, 엔씨소프트에 비해 매수규모는 적지만, 8월 한달동안 하루(30일)를 제외하고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93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5월 경영권 인수 소식으로 급등했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임시 주총이 연기된 시점인 지난 7월 30일 이후 한달간 13% 흘러내렸다.
앞서 남양유업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지분 53%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남양유업 측이 돌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주총회를 연기하면서 양사간 갈등이 빚어졌다. 결국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M&A의 향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에 거래소는 불공시 공시법인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브랜드 가치가 크게 훼손되어있고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과매도 구간인지 여부를 따지기도 어려워보인다"며 "실적 또한 현금흐름을 창출을 못하고 적자 상황에 놓여있어 투자 대상인지, 투기 대상인지 조차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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