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문책경고 등 징계취소소송서 승소
'DLF 사태' 금감원 5가지 처분 중 1개만 적법 판단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내린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27일 손 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문책 경고 등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DLF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경제개혁연대 등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20년 3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3.25 dlsgur9757@newspim.com |
재판부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는지 여부는 형식적·외형적 측면은 물론 그 통제기능의 핵심적 사항이 포함됐는지 실질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의 5가지 처분사유 중 4개는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세부 내용이 다소 미흡한 것에 불과해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준수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피고가 법리를 오해해 법령상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처분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켜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금감원의 나머지 처분사유는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은 상품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들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는 절차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며 "의원회 의결 결과는 수차례 투표결과 조작, 투표지 위조, 불출석·의결 거부 위원에 대한 찬성표 처리 등을 통해 왜곡됐고 결국 이 사건 DLF 상품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선고 말미에 "은행 개별직원이 단순히 창구에서 DLF 상품을 판매하면서 설명의무를 다했는지의 미시적 차원 문제 뿐 아니라 애초에 금융기관에서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도록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과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개별 금융기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적 부당행위가 개입돼 있었다는 거시적 관점의 문제도 있다"며 "금융기관과 감독기관 모두의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월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며 손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중징계(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향후 3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연임을 준비 중이었던 손 회장은 같은 해 3월 이같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내고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당시 법원은 "문책 경고 효력이 유지돼 연임이 불가능해 질 경우 손 회장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 손 회장 측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