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김재원 "경준위, 경선 과정서 혼란 야기"
이준석, 반대 의견 수렴…발표회 변경 고려
서병수 "발표회 변경하면 또 다른 논란 가중"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 일정 시작 전부터 갈등을 겪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와 대선 예비후보들 간의 경선 일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부 대선 후보들이 경선 토론회와 관련해 이준석 대표를 직격했다. 이에 이 대표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분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발언하고 있다. 21.08.02 leehs@newspim.com |
서병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지난 11일 "지도부와 경선룰을 제외한 경선 기획에 관해 지도부의 권한을 위임받은 기구인 경선준비위원회가 경선의 공정한 관리와 흥행을 위해서 고민을 하는 것에 대해서 후보들이 무리한 언급을 하는 것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공개 경고했다.
아울러 "경준위는 대선 경선예비후보들과 국민 간의 정책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에 힘이 되는 약속 정책토론회'를 총 두 차례 개최할 예정"이라며 "토론회 초청 예비후보자는▲당 대선예비 등록후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예비 등록후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당소속 의원 등 주요인사 총 13인의 예비 후보들"이라고 밝혔다.
경준위 공지에 따르면 1차 토론회는 오는 18일 오후 2시 경제 분야를 주제로 진행된다. 2차 토론회는 25일 오후 2시 사회 분야로 이뤄진다.
이와 관련해 경준위가 경선 일정을 정하는 것이 월권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이준석 대표가 오만과 독선으로 자유로운 소통을 차단했다는 지적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룰을 정하는 것처럼 중대한 사항은 구성원들의 의사를 널리 수렴하고 당헌·당규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치고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지금 이 대표는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오만과 독선의 당 운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준위는 경선 일정을 제시하고 안을 제출하는 것이지 전권을 부여받았거나 결정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경준위가 권한 밖 행위를 계속해서 경선 과정에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특정 후보 캠프와 이준석 대표의 설전까지 이어지며 혼란이 가중됐다.
윤석열 캠프의 정무실장을 맡고 있는 신지호 전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대표의 결정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은 탄핵도 되고 그런 것이 아니냐"며 경선준비위원회의 토론회 개최를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가 없을 때 입당 직후부터 뭐가 그리 잘못되어서 당내 행사 보이콧 종용을 하고 이제는 탄핵 거론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당을 흔들어도 공정경선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탄핵 이야기까지 드디어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보이콧 종용과 패싱 논란,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면서 "대선 앞두고 당 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캠프는 본 적이 없다 했는데 알겠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08.05 leehs@newspim.com |
이후 윤 전 총장이 직접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고 밝혀지며 둘 사이의 갈등이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관련해 윤석열 캠프 측은 갈등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지호 실장이 SNS나 언론을 통해서 사과의 의사표시를 공개적으로 한 것 아닌가"라며 "거기에 덧붙여 후보 본인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드렸다. (신 실장이) 개별적으로 전화를 드렸다면 좀 더 나았겠지만, 이정도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대선 예비후보들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깊어지자 직접 경북 상주를 찾아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당내 현안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고, 마찰음의 조속한 해소를 위한 방안을 협의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그 해소방안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의 갈등은 봉합된 모양새지만 또 다시 경준위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김 원내대표와의 회동 이후 토론회를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반영, 토론회를 발표회 형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이날 경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에게 말도 안하고 그러면 곤란한 것 아닌가"라며 "경준위는 지난 10일 발표한 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토론회 방식에 대해서는 대리인들의 의견을 참조하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토론회에서 발표회로 형식을 바꾸면 또 다른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라며 "13분 중 12분이 토론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도 소중한 후보지만,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taehun02@newspim.com